외부와 주고받는 메일의 문구 하나하나를 신경쓰고, 혹시나 그들이 힘들진 않을까 미팅 약속 조차 잡을지 고민하는 모습
분명 필요한 회의인데, 다른 사람 시간을 뺏는건 아닐까 망설이는 모습
덜 깊게 생각하고 더 사리사욕을 챙기자
외부와 주고받는 메일의 문구 하나하나를 신경쓰고, 혹시나 그들이 힘들진 않을까 미팅 약속 조차 잡을지 고민하는 모습
분명 필요한 회의인데, 다른 사람 시간을 뺏는건 아닐까 망설이는 모습
덜 깊게 생각하고 더 사리사욕을 챙기자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고지식한 혹은 요령 없는 사람 같다. 저녁 회식에서 콜키지 와인 요금을 덜 내기위해 빈 병을 몰래 숨기고, 새 병을 꺼내는걸 보면서 마음이 계속 편치 않았다. 거짓말을 아예 안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한한 정당한 돈은 지불하고 싶은건데. 고지식하고 요령 없는 사람은 오늘도 한숨 짓는다.
언제부터였을까. 책을 구매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며, 책 읽기를 의식적으로 멀리하며 지낸다. 그러다 복잡한 생각에 잠겨 주말 하루를 꼬박 고민과 탐구로 보내고는, 관련해서 읽어볼 만한 책을 찾아 산책 겸 동네 교보문고로 향한다. 그러고는 여러 권을 한꺼번에 사와 몰아서 읽는 게 요즘의 책 구매 행태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한 가지 주제나 분야에 대해 여러 권을 몰아서 읽는 구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내가 고민하던 주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던 책이지만 말이다.
독서법을 강의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여러 책을 살펴봤지만, 마음에 드는 책이 없어 직접 쓰기로 마음먹었다는 저자의 동기가 호기롭다.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뇌과학, 인지심리학 등을 동원해 나름 탄탄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읽다 보면 마치 심리학 서적을 읽는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알지 못하지만 부전공까지 했던 사람으로서 약간의 미심쩍음을 감출 수는 없다. 책에서 소개한 여러 사례나 이론들은 맥락을 난도질당한 채 배치되어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나 만족스러운 책이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는 동기를 가득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뇌는 끊임없이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독서가 변화시킬 나를 기대하며 의지를 다진다.
도덕적 무결성을 추구하던 노력과 얼마간은 이별을 고하려한다. 행여나 구멍으로 셀까봐 새어나갈까 촘촘한 그물을 쳐놓고 가둬놓는걸 점점 피하려한다. 깊은 곳에서 꿈틀꿈틀 움찔움찔거리는 욕망의 불씨와 더 자주 마주하려한다.
마음을 달리 결심한다고 곧바로 바뀌지는 않을거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특히 어제 오늘 들여다본 내 속마음은 겹겹히 쌓여진 장막 속에 갖혀있었다.
좀 더 솔직해지고, 좀 더 스스로를 챙기자.
자기 잇속 챙기려는 거 뻔히 보이는데, 나를 위하는 거라 그러는 사람도 싫지만
그러는 척이 아닌, 정말로 나를 위해서 그러는 거라 생각하며 자기 잇속도 챙기는 사람은 피하고 싶다
6시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무섭게 침대에서 나온다. 항상 준비되어있는 아침 식사를 먹고, 간단하게 씻은 후 집을 나선다. 걸어서 2분 거리 정류장에 가면 이미 몇 명이 줄을 만들었다. 멀찍이서 다가오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6시 35분.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는 7시 15분부터 지하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에 올라가면 9시.
당연히 최근의 모습은 아니다. 2년 반 전까지 평일을 이렇게 시작됐다. 항상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 운동을 한 덕분일까 몸이 참 개운했던 걸로 기억한다. (정확하지 않다. 그때는 하루하루 늙어가는 게 힘들다고 징징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운동은커녕 8시 전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알람이 울리고도 일어나지 않을 때마다 1만 원씩 부모님께 드리기로 한 약속도 5만 원 정도를 드린 후에야 없던 걸로 했다. 지출이 커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요즘 정신이 나간 것 같다는 느낌이 종종 든다. 사람 눈을 보면 총기나 생기가 느껴진다고 하는데, 요즘 내 눈에는 그런 걸 찾아보기 쉽지 않다.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할 일은 많아지고, 마음은 다급해져서 그런 거라고 변명거리를 찾지만 마음이 개운한 건 아니다.
그러다 어제 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금 바람대로 이뤄지더라도, 비슷한 고민과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크다는 거. 그러니까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붙들어 매자. 파도가 심하더라도, 안개가 자욱하더라도 일단 정신만큼은 붙들어 매자. 그리고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자. 마음이 흔들리면 세상이 탁하게 보이기 때문에 빛을 볼 수 없다. 어렴풋한 빛줄기를 찾아보고, 그쪽으로 한 발씩 내딛자.
그래 마음을 붙들어 매야겠다. 그리고 붙들어 주소서.
과거 어느 순간으로 돌아간다는 상상이 무의미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짓’만은 하지 말아야지 후회되는 순간들이 있다. 주로 연애 혹은 그와 비슷한 범주의 것들이다.
스스로가 한심했거나, 다른 사람 귀에 절대 들어가지 않고 그 사람의 의아함과 어이없음으로 제한되었으면 하는 순간들. 가끔씩 불쑥불쑥 떠오른다.
오늘 밤 나는 홀로 침천한다.
잘 해야겠다는
잘 하고싶다는
도돌이표처럼 삼키지만
마음처럼 잘 안된다
10박 11일간 가족 여행에서 어제 돌아왔다.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던 시간은 평생 간직하고 싶다. 이번 여행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통틀어서 함께 보낸 시간도, 이야기를 깊게 나눠본 적도 거의 없는 사람에게 살갑게 대하고, 한번 만나자는 이야기에 달력을 확인한다.
거의 매일 얼굴을 보며, 수십수백 마디 말을 교환하는 사람에게는 시큰둥하며, 굳이 뭘이라며 따로 시간을 정하지 않는다.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