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살던 혹은 살고 있는 세상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세상을 평가한다.
기획자라는 사람들
서비스나 앱을 기획한다는건 어렵다. 몇년동안 해온 일이지만 최근 다시 그러함을 느낀다.
특히 큰 그림이 아닌, 세세한 그림까지 그리는 기획자 겸 디자이너는 더 어렵다. 정답이 없는 시험지를 풀고 검사 받는 느낌
이직 2주차에 접어들며
고민 끝에 내렸던 쉽지 않은 결정이, 현실이 되버린지 얼마 안 되서일까. 매일매일 여러 생각들이 머리 속에 생겨난다. 과연 잘 한 것일까. 그렇게 했어야 했을까. 이제 어떻게 될까. 이 길이 틀렸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진실로 야생에 던져졌다는 느낌도 받는다. 내가 개척하고, 쟁취하지 않으면 결국 빈 손으로 돌아가는 세계. 얼마 전까지는 시간, 그리고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나를 좌지우지하던 곳에 살았지만.
그 사람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경험 그 자체가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이 만든다. 이런 경험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나는 인간적으로 더 자라나겠지. 확실한건 그거 하나다.
이직 4일차
이직 후 첫 출근
그렇게 실망스러울 것도, 충격일 것도 없는 첫 출근. 그러나 내 몸은 나와 생각이 좀 다른가보다. 실수인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좀 더 좋은 조건을 던져볼 걸 이라는 후회. 모든게 합쳐져 나를 공격하고 있다.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는 상황 속에서 목을 죄어오는 압박감이 참 오랜만이다. 좋은 선택이란 없고, 그 선택을 좋게 만드는 과정만이 있을 뿐일터. 그 과정에 들어설 수 있을까.
평일 같은 주말을 보내는 마음으로
아는 형과 저녁을 함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군대 맞후임이면서 회사 입사 동기인 이 형은 2달 후면 쌍둥이의 아빠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할 일이 점점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 형이 흥미로운 개념을 꺼내놓았다. 주말을 또다른 평일이라고 여기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귀를 기울였다.
평일에 회사에서는 몇가지의 일정을 거뜬히 소화해내고, 예상치못한 일이 생겨도 마음을 다독이며 처리해낸다. 그러나 주말에 집 혹은 가족과 관련된 일을 처리할 때면 사람들이 더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주말을 또다른 평일이라고 여기고, 기본적인 마음가짐 자체를 다르게 잡으면 회사에서 업무 처리하는 것처럼 쉬워진다고 한다.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와 비슷하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고나 할까. 이 흥미로운 개념을 당장 적용시켜볼거다. 이제부터 주말은, 적어도 내게는, 또다른 평일이다.
[책] 사랑에 대한 모든 것: LOVE
읽고나면 사랑이 좀 쉬워질까 싶어서 샀다. 그러나 오히려 읽고 나니 잘 모르겠다. 사랑이 무엇인지. 세계 100여명의 전문가로부터 1000자 내외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받아 모아놓은 이 책은 다소 산만하기 그지없는 느낌이다. 아마도 던져진 큰 화두 아래 여러 갈래의 의견이 묶여져있는 구성 때문이겠지.
몇번 더 읽어봐야하겠지만, 지금 당장 생각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문화권/나라 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나 관념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여러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나와 상대방이 각각 이해하고 정의내리는 사랑이 다르다’는 점. 그만큼 사랑이라는건 주관적인 영역이고,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개념인가보다.
어쩌면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사랑이란 무엇인가- 자체가 정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정답의 흔적만이라도 찾게된다면 이 여정은 헛된게 아니지 않을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원하는게 있다면, 뭐라도 해야한다.
과실이 내 앞에 떨어지길 기다리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
내 기준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걸까. 그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고민하는 걸까. 아니면 단지 내 기준이 없을 뿐인가.
[책] 인생학교:섹스
솔직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읽기에는 민망한 제목이다. 하지만 나는 꿋꿋이 다 읽었다. 하노이 가는 비행기와 공항에서. 휴식 기간 중 유일한 해외여행인 미얀마 여행이 최악으로 끝났지만, 이 책만큼은 건졌다.
요즘 내 화두는 ‘사랑’이다. 아만다 등 각종 데이팅 앱들을 열심히 활용하고, 인터넷의 연애 관련 글을 읽으면서 생긴 의문이 있다. 진정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들과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건지. 솔직히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주변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아예 내 취향이라는건 없는 것도 같다. 그래서 책을 통해 답을 구해보고 싶었고, 교보문고에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이 책을 구입했다.
읽으면서 감탄하고 감탄했다. 하지만 2번이나 읽었음에도, 내게 답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인생학교 시리즈의 취지를 잘 드러낸다고나 할까. 하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이 던져주고 있다.
나는 원나잇이나 윤락업소를 극도로 피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의 근원을 따져봤다.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만 해야한다는 그런 생각. 하지만 이 책은 내게 새로운 통찰력을 전해준다. 섹스-사랑, 여기에 결혼까지 연결된 것은 불과 200여년 전의 일이라고. 인간의 본래 규범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아가 섹스와 사랑이 분리되면 안될 이유가 뭐냐고 반문한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안 될 이유를 잘 모르겠다. 물론 그래서 문란하게 지내겠다는 건 아니다. 사실 ‘문란하다’의 정의도 모호하다. 우리가 그냥 편한대로 저 사람은 문란하다고 정하는 건 아닐까.
이런 식의 이야기를 쭈욱 읽고 있자니, 내 화살은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에 꽂힌다. 뚜렷하게 좋아하는걸 꼽기 어려운 인생을 살고 있는데, 그런 취향이 없기에 모든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취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언젠간 가질 수 있기는 한건가. 그리고 그게 진짜 내 취향이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