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떠올리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이 말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활용된다. 과거에 쓴 맛을 봤던 생각과 행동을 다시 하는 경우에 탄식하면서 내뱉는 게 예시이다. 그러나 망각의 동물이라는 건 동시에 축복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모든 일들, 특히 죽을 만큼 괴롭고 슬펐던 기억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남아있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하나 꼽으라면 무엇일까. 그건 바로 초심, 즉 무언가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다. 그때는 희망과 열정의 크기가 남다르다. 그러다가 점차 시간이 지나가면서 많은 것들이 당연해지고 지루해진다. 바다만큼 컸던 희망과 열정은 콩알만큼 작아진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감정이 시들시들해지고, 오히려 그 사람이 귀찮아진다. 그뿐인가. 제발 붙여만 달라고 밤새도록 기도했던 회사 면접날. 온몸을 불사르겠다는 강한 의지는 점차 회사 다니기 싫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이럴 때 초심을 떠올려보면 좋다. 그 사람과 처음 단둘이 있을 때의 설렜던 마음을 생생하게 되살려보자. 입가에 웃음이 피어나면서도 지금은 왜 그렇지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새로운 출발에 들떴던 첫 출근날 세웠던 회사생활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초심을 떠올린다는 게 꼭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그때에는 좀 더 미숙했고, 잘 몰랐기 때문에 잘못 판단하고 기대하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망각의 동물이라 잊을 수밖에 없는 그때의 마음가짐은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사그라들었던 희망, 열정을 되찾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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