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3개월간 디제잉을 배우러 학원에 다녔었다. 인정한다. 조금 멋들어진 취미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나머지 반은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좋아하지만 디제이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른다는 호기심. 첫날 원장님은 취미로 디제잉을 배워 심지어 돈을 받으며 정기 공연도 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알려줬다. 그러면서 나도 제2의 삶을 발견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들떴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와 열정이 반감되었다. 수업 외에 연습하러 따로 학원가던 것도 잦아들었다. 초급반 3개월이 다 끝나고 중급반 수강을 권유하는 달콤한 속삭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디제잉 도전기는 3개월 만에 멈췄다.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전혀 아니다. 접한 적 없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특히, 곡의 구성, 디제이에게 중요한 덕목, 디제이가 성공하려면 필요한 요소 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정말 음악과는 거리가 멀고, 흥미 자체가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외도를 하더라도 이쪽으로 외도할 생각 자체가 사라졌다.
이 모든 건 디제잉을 배우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배웠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배울까 말까 고민만 하고 학원에 다니지를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까지도 디제이는 이런 걸 거야라며 훨씬 더 막연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뭐라도 시도해본 탓에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게 상상했던 행복한 결말로 흘러가지는 않았더라도 말이다.
고민만 하고,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뭐라도 해야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 그 일이 원대한 상상처럼 행복하고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계획을 잘 세우고 생각을 깊게 하는 것보다 오히려 실행 자체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사실 매일 글 쓰는 이유도 비슷하다.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서 쓰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