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화 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는 주된 방법은 일주일에 한번씩 집으로 오는 잡지와 신문으로 좁혀졌다. 지난 주말 신문을 읽던 중, 흥미로운 소개 기사를 접했다. “왕세자 실종사건”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던 뮤지컬이 8월 중에 잠깐동안 공연된다는 기사였다. 확하는 끌림이 이어져서일까, 곧바로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다행히 괜찮은 자리가 하나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 뮤지컬과 만났다.
비디오 테이프의 되감기 같은 연출로 같은 장면을 입체적으로 조망해나가면서 거대한 진실의 중앙부로 나아가는 연출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진실을 마주할 때마다 애써 못 본체 하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춰서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모습 또한 일품이었다.
스스로는 진실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정작 알고 있는 진실은 한쪽 면에서만 보이는 모습인 경우가 종종 있다. 한겹 한겹 껍질을 벗겨낼 때마다, 조금씩 속살을 드러내지만 정작 내가 알던 것과 달라서 부정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한발짝 더 다가온 진실에 대한 배신감으로 몸서리친다.
내가 알고 있는게 과연 진짜일까 자신이 없어진다. 그때 그 일은, 그 사람은 정말 그랬던건지 잘 모르겠다. 만약에 다른 쪽 면을 볼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그리고 한겹 벗겨진 진실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늘 겸손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하나의 진실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 그거 하나일지도 모른다.
P.S. 누구와 함께 봤는지에 대한 진실은 겹겹이 쌓여있지 않다. 경험하고 싶은게 있으면 혼자여도 부담스럽지 않다. 분명 이 글을 읽은 누군가 물어볼 법한 질문이기에 미리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