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남자가 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너무 큰 소리로 웃지는 않으면 좋겠다. 섹시하다는 이야기를 태어나서 몇 번 들은 적 없고, 섹시와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안다. 그래도 난 섹시한 남자가 되고 싶다. 운이 좋다면 모르고 있던 섹시함이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난 본디부터 섹시한 남자였던거다!
무 자르듯 딱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크게 두 종류의 섹시한 남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그냥 겉으로 보기에도 섹시한 남자다. 얼굴, 몸, 행동에서 뚝뚝 떨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대표적으로 부러운 사람은 박재범이다. 그의 찢어진 눈은 날카로운 느낌을 주고, 묘하게 매력적이다. 작은 키지만 비율이 좋고, 운동과 춤으로 다져진 몸이 괜찮다. 그리고 몸짓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내 여건은 상당히 불리하다. 짙은 쌍꺼풀을 가진 눈이 이쁘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섹시함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웃을 때는 아이처럼 낄낄대고 웃다보니 진중한 맛도 없다. 게다가 특징적인 나만의 몸짓이 있는데, 주변에서는 이를 제발 하지 말라며 흉내 낼 정도로 느낌이 별로이다. 열심히 운동한 덕분에 자신감 충만한 채 반팔티를 입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얼른 긴팔의 계절이 오길 바라는 몸뚱아리를 갖고 있다. 겉보기에도 섹시함을 뿜어내기는 매우 어렵다.
두 번째는 일을 할 때 섹시함이 느껴지는 유형이다. 평소에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열중하는 상황에서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Zion.T가 그런 유형이다. 무한도전 가요제를 준비하면서 파트너였던 하하는 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말 못생겼지만 노래만 부르면 정우성” 실제로 노래로 만나는 그는 같은 남자에게도 섹시함을 느끼게 한다.
나도 일 열심히 한다. 복잡하게 꼬여있는 상황을 아주 단순 명쾌하게 풀어내고 나면 “오 나 좀 괜찮은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때가 일하면서 섹시함이 한껏 발산되는 시점이다. 아쉽게도 그때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회사 사람들이다. “마리텔”처럼 회사 밖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 한, 나의 섹시한 순간을 널리 알릴 방법은 없다. 일에 열중하는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섹시함을 보여주기 어렵다.
다시 태어나자. 그게 더 빠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