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무섭게 침대에서 나온다. 항상 준비되어있는 아침 식사를 먹고, 간단하게 씻은 후 집을 나선다. 걸어서 2분 거리 정류장에 가면 이미 몇 명이 줄을 만들었다. 멀찍이서 다가오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6시 35분.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는 7시 15분부터 지하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에 올라가면 9시.
당연히 최근의 모습은 아니다. 2년 반 전까지 평일을 이렇게 시작됐다. 항상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 운동을 한 덕분일까 몸이 참 개운했던 걸로 기억한다. (정확하지 않다. 그때는 하루하루 늙어가는 게 힘들다고 징징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운동은커녕 8시 전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알람이 울리고도 일어나지 않을 때마다 1만 원씩 부모님께 드리기로 한 약속도 5만 원 정도를 드린 후에야 없던 걸로 했다. 지출이 커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요즘 정신이 나간 것 같다는 느낌이 종종 든다. 사람 눈을 보면 총기나 생기가 느껴진다고 하는데, 요즘 내 눈에는 그런 걸 찾아보기 쉽지 않다.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할 일은 많아지고, 마음은 다급해져서 그런 거라고 변명거리를 찾지만 마음이 개운한 건 아니다.
그러다 어제 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금 바람대로 이뤄지더라도, 비슷한 고민과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크다는 거. 그러니까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붙들어 매자. 파도가 심하더라도, 안개가 자욱하더라도 일단 정신만큼은 붙들어 매자. 그리고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자. 마음이 흔들리면 세상이 탁하게 보이기 때문에 빛을 볼 수 없다. 어렴풋한 빛줄기를 찾아보고, 그쪽으로 한 발씩 내딛자.
그래 마음을 붙들어 매야겠다. 그리고 붙들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