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밥을 먹어야 할까 봐”
저녁 식사 중 아버지께서 중얼거리셨다. 최근 오른손 힘줄이 부어올라 병원을 다녀오셨는데, 가급적이면 덜 사용하는 게 회복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상상해보았다. 내가 만약 왼손잡이라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왼손잡이라서 특별히 좋을 건 없는 것 같다. 밥 먹을 때 왼편에 오른손잡이가 앉으면 팔이 맞닿아 불편할 거다. 또 세상 대부분 물건이 오른손잡이를 전제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억울할 것 같다. 마우스, 문 손잡이, 지하철 개찰구 등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여러 개다.
이렇게 세상 대부분 물건과 시스템이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더 우수해서가 아니다. 그냥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수가 더 많은 ‘주류’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주류이기에 누리고 있는 ‘산소 같은’ 기득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손잡이라는 것, 두 다리 멀쩡하다는 것, 전 세계 200개 나라 중 그래도 상위권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서울에 산다는 것, 그리고 남자라는 것도. 왼손잡이, 휠체어, 경북 성주군, 여자, 즉 주류가 아니기에 겪는 불편함과 억울함을 내가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없는 곳에 가서야 산소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짧게 상상해봤지만, 오른손잡이라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그리고 기득권을 계속 철밥통처럼 끌어안지 않고, 널리 퍼뜨리려는 노력을 기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저녁 아버지는 중얼거리셨고, 나는 감사하는 마음과 부채의식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