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

어머니는 책을 참 좋아하신다. 정확하게는 심리학 관련 책이나 자기계발 책을 좋아하신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면서 왜 바뀌는 건 없는 것 같냐며 어머니를 놀리곤 했다. 며칠 전에도 내 책상에 있던 ‘트리거’ 책을 가져가시고는 아직 돌려주지 않고 계신다.

아침을 먹으려 식탁에 앉았다. ‘초조하지 않게 사는 법’이라는 책이 식탁에 놓여있었다. ‘요즘 초조하시냐’라고 장난스레 여쭤봤더니, ‘금강경’ 내용을 담은 참 좋은 책이라며 대목 중 하나를 이야기해주셨다. 어떤 목적지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다리에 해당하는 게 여러 개 있다. 예시로 생각해볼 수 있는 다리는 ‘돈’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우리는 목적지로 가던 길을 멈추고, 다리 위에 머물러 있으려 한다고 한다.

식탁에 앉아서 계속 곱씹어봤다. 나 역시도 원래 향하던 목적지를 잃고 다리 위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해보았다. 결론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거였다. 사실 어디로 가고 싶은 건지도 그렇게 명료하지 않다.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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