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연기 인생. 고작 30년 남짓 살고, 일하기 시작한 지 10년도 안 되었지만. 60년 동안 연기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배우 이순재 씨의 연기 인생 6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주말에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내 돈 내고 보는 공연을 굳이 행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티켓을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차례 시도한 끝에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처음 봤던 아서 밀러의 연극 또한 이순재 씨와 인연이 깊다. 그가 연출하고 서울대 극단이 열연한’시련’이었기 때문이다. 전문 배우가 아닌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작품을 보면서 꽤나 깊은 울림을 기억을 떠올리며, 그와의 인연을 유달리 강조한다. 상대방에게 밀쳐져 넘어지고 다시 힘겹게 일어서는 장면에서는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닌지 가슴을 조아리며 바라보기도 했다.
함께 열연한 손숙 씨의 연기 인생도 50년이 훌쩍 넘는다. 둘이 합쳐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벼리어진 날카로움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아서 밀러의 대본대로 매우 어둡고 쓸쓸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인간의 삶은 고통의 연속임에 틀림없나 보다. 1940년대에도 주택 대출을 갚으려 발버둥 치고, 노후를 걱정하고, 가족 간의 냉소를 벗어나려 애쓰는 모습을 보니 ‘헬조선’은 새로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토록 어두운 작품 속에서도 이순재 씨는 눈부시게 빛났다. 다시는 없을 그의 작품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던 시간 또한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