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닿을 거리에 휴대폰이 없다면

이번 연휴가 시작되면서 한 가지를 결심했다. 휴대폰 만지작거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하루가 시작되면 휴대폰을 침대 위로 던져놨다. 나는 책상 앞에 주로 앉아있고, 침대와는 세발자국 가량 떨어진 거리이다. 그리고 점심과 저녁 먹을 때쯤에만 휴대폰을 잠깐씩 사용했다. 그러자 모든 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이런 패턴이었다. 책을 읽거나 생각하던 중 퍼뜩 궁금한 내용이나 메모할 내용이 떠오른다. 책상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든다. 잠금화면을 풀고 나서 삼천포로 빠지기 일수였다. 웹사이트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내려놓고 뭘 하려고 했었던 건지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나 이번 연휴처럼 휴대폰을 곧바로 집어 들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메모지를 꺼내 나중에 찾아볼 내용을 적어놓는다. 그리고 하던 일에 집중하며 몇 시간이 지난 후, 딱 필요한 것만 처리하고 휴대폰을 다시 던져놓는다.

단순히 손 닿지 않는 곳에 휴대폰을 갖다 놓는 것만으로도 이번 연휴는 풍성하게 보냈다. 계획했던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스스로를 통제하고 관리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LED 알림등이 보이지 않도록 살포시 뒤집어주면 금상첨화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할 때, 누구를 만날 때, 그리고 주말에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최대한 휴대폰을 멀리 두려고 한다. 환경을 조금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에 충실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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