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도 어려워하고 팀 이름도 거의 모르는 미식축구이지만 딱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있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가 유명하다는 사실 말이다. 어제가 바로 그 슈퍼볼 날이었고, 하프타임 쇼는 레이디 가가가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알려진 건 드론까지 준비된 공연이라는 소식 정도였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에 공개된 공연을 퇴근하고 나서 저녁에야 볼 수 있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놀랍다는 언급이 오고 가던걸 스치듯 본터라 기대가 되었다. 정말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무대였다. (사전에 촬영되었다고 하지만) 수백 대의 드론이 하늘 위에서 움직이며 그녀를 지원 사격하고, 줄을 타고 땅에 내려온 그녀는 쉴 틈 없이 움직여댔다.
그러면서 히트곡들이 스쳐 지나갔다. 신박한 무대 연출과 함께 ‘Just dance’와 ‘Poker face’를 들으며 기억을 더듬어보니 무려 8년 전 노래였다. 유럽여행 중 들른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볼륨을 한껏 높여 이 노래를 틀어놓고 소리 지르던 젊은이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대략 5가지 정도 테마의 짜임새 있는 무대가 쉴 틈 없이 전개되더니 공연이 끝났다. 마무리 또한 “난 이제 할거 다 했다”라는 느낌을 주며 끝났다.
몇 년 전 레이디 가가에 대한 내 인식은 일부러 특이하게 보이려 노력하는 가수 정도였다. 고기로 옷을 만들어 입고, 기이한 행색이 그런 인식을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제 무대에서 그녀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는 예술가로 느껴졌다. 솔직히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누가 준비할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스트레스 많이 받으리라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