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가장 싫어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물어봤으면 아마도 그녀의 이름을 이야기했을 거다. 힘없고, 바보 같아 보이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연기를 정말 못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연애의 온도’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가 주연이라는 사실에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몰입하고, 보는 동안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그다음부터는 그녀의 이름이 들어간 영화는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되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도 실망시키지 않았고, ‘아가씨’에서는 연기도 연기지만, 왕년 모델 출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녀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프로야구팬들은 불가능한 일을 묘사할 때 ‘이대호 도루하는 소리’라고 한다. 몇 년 전이었다면 이대호 도루하는 소리로 생각했을 법한 일이 벌어졌다. 정확히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하고, 성장시켰는지 오롯이 알 수는 없지만 분명 굉장한 노력이 수반되었을 거라 짐작만 한다. 비록 사생활에 대한 잡음은 더 심해지겠지만, 나는 그녀의 이 어마어마한 성취에 힘차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에 대한 내 판단,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