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인 동생과 친해지는 건 올해 목표 중 하나였다. 몇 년 전까지 악역을 맡아 혼내거나 잔소리하는 게 대화의 거의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까 내가 이름을 부르면, 동생은 움찔하거나 짜증 난 기색을 내비쳤다. 열두 살 많은 형한테 맞받아칠 생각은 차마 하지도 못하고, 뭐라 뭐라 하는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는데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다. 나 또한 동생이라기보다는 아들 대하듯이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2년 전부터 생각을 바꿨다. 나중에 가족 중 나와 동생 둘만 남았을 때, 좀 더 연락하고 가깝게 지내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무 살을 넘긴 성인에게 뭐라 뭐라 하는 것도 알맞지 않은 거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햇볕정책으로. 최대한 잔소리를 참고, 동생에게 웃는 낯으로 사근사근 대하며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한껏 드러내었다.
그러나 이게 참 쉽지 않다. 하루도 빠짐없이 동생에게 카톡을 보내지만 이 무심한 녀석은 답이 드물다. 기숙사에서 돌아오는 주말에 얼굴 보며 왜 형 카톡을 씹냐 물어보면, 돌아오는 건 깜빡했다는 심드렁한 대꾸이다. 게다가 여름에 함께 유럽여행 가는걸 ‘윤허’받았지만, 항공편과 숙소를 알아보고 결제하는 등 준비하는 건 동생이 아니라 나다. 착착착 정리해서 동생에게 ‘보고’를 올리고, ‘결재’받아 일을 진행한다.
내 매서운 사랑을 이렇게 무심하게 대하는 남자는 네가 처음이다 동생아. 갖고야 말겠어 네 마음을. 내 매력에 빠져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