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부터 옆자리에 신입사원이 앉는다. 석사 병특으로 들어온 개발자 친구이다. 올해 26살, 내가 어리바리하게 회사 생활을 시작했던 바로 그 나이. 그리고 사는 동네 역시도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와 가까운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정감이 가길래 잘 해주고 있었다. 퇴근 시간 2분 전쯤 얼른 퇴근하라고 집에 보내기도 하고, 다른 팀에서 얻어온 먹을 걸 나눠주기도 하고 말이다.
며칠 전이 월급날이었다. 이 친구는 상당히 들떠있었다. 회사 다니면서 받는 첫 월급, 얼마나 감개무량할까. 내가 느꼈던 기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들떠있는 그 친구를 붙잡고 이야기했다. 첫 월급은 제대로 써야 한다는 걸 힘주어 강조했다. 부모님께 맛있는 거 사드리고, 선물도 드리라고. 마지막에 살짝 덧붙였다. 같은 팀 사람들에게 맛있는 걸 사는 게 전통이라는 이야기를. 옆에 있던 동료들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한창 일하고 있던 오후, 어디론가 사라졌던 신입사원이 양손 가득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봉지에서 별다방 커피를 열 잔 정도 꺼내더니 말했다. 첫 월급 받은 기념으로 사 왔다고. 순간 정말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에 얼굴이 빨개져 장난이었는데 정말 사 오면 어떡하냐는 말을 연발했다. 장난으로 말하는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사 오고 싶었다는 그 친구가 나눠준 커피의 맛은 기분 좋은 맛이었다. 옆에 있던 동료들은 입사 이래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며 농을 친다. 기분 좋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뭔가 퍼뜩 떠오른 동료의 한마디 외침.
“그런데 그때 승환 님은 안 샀잖아요”
역시 첫 월급을 제대로 써야 한다. 경력직도 첫 월급을 제대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