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사무실 근처를 평일 낮에 가는건 정말 몇년만이었다. 휴가를 내고 마침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간 적은 있었지만, 사람이 가장 붐비는 이 시간대는 가본적이 없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건물 지하를 둘러봤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가게들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가게들이 생각남과 동시에 거기에서의 추억도 떠올랐다. 친구와 점심 먹고 디저트를 먹으며 수다 떨었던 그 곳.
10년 전 졸업과 동시에 그곳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5년의 시간을 보낸 후 퇴사하고 나서는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좋은 기억이 많았고, 나오고 나서 좋은 기억이 더 증폭되었던 그곳. 마치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 근처에 가는 느낌이라서 일부러 피했었다.
시간이 지나 함께 일했던 분들은 다른 사무실로 옮겨가고 나서야 조금은 용기가 났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반가워하고, 변한 것은 아쉬워하고 그랬었다. 그리고 오늘은 평일 낮의 모습까지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워했던 것은 그곳에서 보낸 내 20대의 절반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어리숙했고 그러다보니 패기와 용기가 넘쳤던 그때의 나를 그 곳에 가면 잘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여전히 잘 모르지만 어떻게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의 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