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겸손

우리 어머니는 겸손하시다. 특히 나와 관련된 거면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큰 역할은 어머니가 했지만, 가장 큰 공을 나에게 돌리신다.

점심으로 닭칼국수를 요리할 때도 그렇다. 재료 손질이나 요리 모두 어머니와 함께 했다. 하지만 천연덕스럽게 내가 만든 거라고 이야기하신다.

사실 어머니는 겸손을 발휘하신 게 아닐 수도 있다. 아들이 참여한 요리라는 걸 강렬하게 기억하고 알리고 싶은 데서 비롯된 걸 거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어머니는 몇십 년을 가족의 끼니를 챙기셨지만, 가끔씩 요리하는 나만큼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하셨다. 어머니의 요리는 그냥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얼굴 표정이 저절로 굳는다. 고맙다, 맛있다는 말을 왜 그렇게 아꼈을까 하는 아쉬움에서다. 내일부터는 이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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