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다는 소식을 들은 오윤샘이 깜짝 선물을 줬다. 앞장에 써준 편지를 보며 나와 비슷한 악필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따뜻한 마음에 놀랐다.
수필, 소설 등 문학책 사는걸 돈 아까워하는 나이기에, 내게는 이 책이 거의 첫 여행기이다. 예전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나서 취향이 아니라고 결론내린적도 있어서, 큰 기대 없이 책을 펼쳤다. 그러나 생각외로 책장이 술술 넘어갔고, 그의 여행에 함께 했다.
나 역시 상상해봤던 무인도 여행에서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그의 모습은 인간미를 보여주었다. 지겨울 정도로 우동을 먹었던 우동 여행에서는 맛의 묘사에 침이 꼴깍 넘어가기도 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참으로 유쾌한 기분이 든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뭔가 통하는게 있는거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을 또 읽을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족스럽지만 다시 먹을 생각은 들지 않는 그런 음식 같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