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테리어 원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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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선배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있고, 군데군데 빨간색이 포인트로 들어간 선배의 원룸은 매우 깔끔해보였다. 특히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벽시계였다. 흰색, 검은색 바탕에 빨강색 원이 시간을 표시하는 멋들어진 벽시계였다.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니 현대카드 모마샵(MoMA)에서 샀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저 시계 사려고 현대카드를 만들었다고. 순간 겉으로는 태연지만, 속으로는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저렇게까지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는걸까.

작년 초 잊지못할 조직 개편으로 인해 사무실이 수원으로 옮겨졌다. 매일같이 자정 넘어서 퇴근했기에 출퇴근이 정말 괴로웠고, 결국 회사 근처에 원룸을 구해서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8평 정도 되는 작은 원룸이었지만, 역사적이었던 독립 생활의 시작. 그전까지는 별 관심도 없었던 인테리어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나는, 도쿄 출장 중에 들렀던 무지(MUJI) 매장에서 본 인테리어들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 이미 내 방의 컨셉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무지스타일.

최대한 저렴하게 무지 느낌을 내려고 동네 이마트 자주(JAJU) 매장을 들락날락하며 소품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무에서 유로 방을 꾸미는건 처음이다보니 어떤 소품을 사야할지 감이 잘 안 왔다. 그리고 소품들은 어떻게 하더라도 원래부터 방에 있던 것들이 신경을 긁었다. 특히 마지막까지 나를 가장 괴롭혔던건 꽃무늬 벽지. 뜯어버리고 흰 벽지로 바꿀까 몇번을 고민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께서 아들내미 걱정하는 마음에 사오신 이런저런 소품을(내가 세웠던 방 컨셉과는 맞지 않는)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망가졌다. 특히 화장실 슬리퍼와 휴지통이 못 생겨서 싫었다.

만약 그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내 마음에 드는 방으로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일단 예시들이 거의 다 내 스타일이다. 소파며 의자며 타일이며 정말 마음에 든다. 그리고 허황된 상상을 현실로 구체화시켜놨다. 나같은 인테리어 초보자들에게는 가장 기초적인 개념부터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고, 어느정도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세한 살아있는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좋다. 한마디로 완벽한 실용서. 혼자 힘으로 저렴한 가격에 효과적인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내 꿈 중에 하나는 나만의 집을 갖는 것이다. 결혼 후 꾸릴 가족의 삶에 딱 맞춰진 집. 대량생산된 공간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와 가족의 손길이 닿아있고, 함께 나이 들어갈 집을 만드는게 내 꿈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꿈이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꼭 처음부터 집을 지을 필요 없이, 이미 만들어진 공간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나만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탄생시킬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진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뭐가 되든간에 내 집이 있어야한다. 과연 내 집을 언제쯤이면 갖게 될까. 서울 집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 우리의 핵심 목표는 언젠가 내 집을 갖게될 것이라는 생각을 정신차리고 하다보면 내집 인테리어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인테리어해야한다고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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