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당신.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책을 덮고 나자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라는 표현은 많이 사용하는데, 가만’한’이라는 형용사는 낯설었다. 부랴부랴 사전을 찾아보니 뜻이 나왔다.
가만한: [주로 ‘가만한’의 꼴로 쓰여](움직임이)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하다.
역설적인 제목이다. 책에 소개된 서른다섯 명은 결코 가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인권, 성범죄, 질병, 환경 등 영역에서 누구보다도 정열적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소개되어있다. 저자는 어떤 의도로 이런 제목을 선택했을까.
깨달았다. 누구보다도 정열적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지만, 알고 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지 탓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던 ‘가만한’ 사람들이 맞았다.
서른다섯 명의 활동 영역이 크게 몇 가지로 추려져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또렷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며 애잔한 마음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