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욕망을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끝없이 통제하는 문화 속에서 평생을 보냈습니다. 욕망을 잘 통제하는 사람만이 성공적인 학교, 직장, 가정,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게 우리 사회입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른다는 것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깊숙한 방에 자신의 욕망을 감추어두고 반복하여 자물쇠를 채워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자물쇠로 채워놓은 욕망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어서 언젠가는 반드시 치명적 역습에 나섭니다.”
예전 여자친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를 평한 적이 있다. 오빠는 수도승 같다고. 유혹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때인 거 같다. 그 친구의 목소리는 감정을 드러내듯 상당히 날카로웠는데,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심 좋아했었다. 왜냐하면 자극과 유혹에 대한 반응을 통제하고, 정진하는 것이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모범생, 착한 아들이라는 잣대로 나를 옭아매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 기준에서 자유분방한-적절한 표현인지 확실할 순 없지만-생활을 하면서 성취는 비슷하게 이뤄내는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러움과 시기심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런 부러움과 시기심에 대한 반작용으로 ‘도덕적 우월성’을 자신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최근 몇 주간 아주 빠른 속도로 휘몰아치던 감정의 소용돌이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우연히 만난 이 책 저자의 모습은 나와 닮은 점이 많았다.(모범생,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 차 있다는 점)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책에서 선을 넘는다고 표현했던 사건, 스스로 쳐놓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별 것도 아닌 그 경계를 조금씩 넘을 때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인식이 풍요로워짐을 느꼈다. 선을 넘는다고 악마가 득실거리고 삐뚤어진 삶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경계 저 편에는 사파의 세계가 존재하겠지만, 걱정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책을 덮고 내린 결론은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거다. 그리고 계속해서 경계를 넓혀가며 일종의 실험을 계속해야겠다. 그래야 나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 있고, 내 삶이 풍성 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