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기적 섹스

어느 프로그램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딸에게 통금을 적용하는 부모님께 외쳤었다. 어머니가 상상하는 그거, 낮에도 할 수 있다고. 가끔 딸이 남자친구랑 여행 간다고 하면 환하게 웃으며 피임은 꼭 하라고 말한다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우리나라는 성, 특히 여성의 성에 대해 보수적이다. 여자친구랑 여행 간다는 아들을 보며 정말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눈빛을 보내는 우리 부모님 같은 분은 말할 것도 없다.

여러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한 남자는 그 사실을 떠벌리며 어깨를 으쓱하지만, 여러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한 여자는 그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남자를 칭하는 용어는 없지만, 그런 여자를 칭하는 용어는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하나가 아니다. 이상하지 않은가. 섹스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둘이어야만 가능한 것인데.

최근 나의 화두인 스스로를 인정하기, 일환으로 자신의 욕망을 인정해보자는 생각 중에 그럼 여자의 적나라한 욕망은 어떤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구입했다. 섹스 그 자체가 정말 좋고, 자기는 그런 사실에 부끄럼이 없다는 저자. 그러나 직설적인 화법으로 섹스 사랑을 입이 마르도록 외치지만, 저자도 결국 남자들에게 대놓고 하지 못하던 이야기를 용기 내어 책으로 옮긴 거다.

주제가 섹스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그와 연관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데이트-공식적 연인관계 확인-손잡기-키스-섹스의 과정이 일반적이지만, 브라질이나 독일에서는 연인관계 확인 전 섹스가 더 자연스럽다고 한다. 문화에서 정한 규범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 하긴 이상할게 전혀 없는 게 뭐가 되었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 되는 게 아닌가.

아직까지 나에게 섹스는 스쳐가는 사람이 아닌 결혼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만 허락된 행위이다. 그리고 사랑은 신뢰와 연결되는 개념이기에 상대방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저자가 밝힌 연애 중이면서 다른 사람과도 관계를 갖는 건 내키지 않는다. 물론 내키지 않는다가 상상해본 적 없다와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문화와 규범이 바뀌지 않는 한은 내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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