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읽기에는 민망한 제목이다. 하지만 나는 꿋꿋이 다 읽었다. 하노이 가는 비행기와 공항에서. 휴식 기간 중 유일한 해외여행인 미얀마 여행이 최악으로 끝났지만, 이 책만큼은 건졌다.
요즘 내 화두는 ‘사랑’이다. 아만다 등 각종 데이팅 앱들을 열심히 활용하고, 인터넷의 연애 관련 글을 읽으면서 생긴 의문이 있다. 진정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들과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건지. 솔직히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주변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아예 내 취향이라는건 없는 것도 같다. 그래서 책을 통해 답을 구해보고 싶었고, 교보문고에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이 책을 구입했다.
읽으면서 감탄하고 감탄했다. 하지만 2번이나 읽었음에도, 내게 답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인생학교 시리즈의 취지를 잘 드러낸다고나 할까. 하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이 던져주고 있다.
나는 원나잇이나 윤락업소를 극도로 피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의 근원을 따져봤다.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만 해야한다는 그런 생각. 하지만 이 책은 내게 새로운 통찰력을 전해준다. 섹스-사랑, 여기에 결혼까지 연결된 것은 불과 200여년 전의 일이라고. 인간의 본래 규범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아가 섹스와 사랑이 분리되면 안될 이유가 뭐냐고 반문한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안 될 이유를 잘 모르겠다. 물론 그래서 문란하게 지내겠다는 건 아니다. 사실 ‘문란하다’의 정의도 모호하다. 우리가 그냥 편한대로 저 사람은 문란하다고 정하는 건 아닐까.
이런 식의 이야기를 쭈욱 읽고 있자니, 내 화살은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에 꽂힌다. 뚜렷하게 좋아하는걸 꼽기 어려운 인생을 살고 있는데, 그런 취향이 없기에 모든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취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언젠간 가질 수 있기는 한건가. 그리고 그게 진짜 내 취향이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