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하면, 그 사람의 가족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다. 그리고 힘을 모아 외친다,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변의 관심을 촉구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수 클리볼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인 딜런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던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녀의 목을 졸랐지만, 슬픔을 드러낼 수 없었다. 살인자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녀에겐 더없이 사랑스럽고 천사 같던 아들이 바로 그 악마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 아들의 아주 작은 부분만이라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지푸라기를 찾아보지만, 점점 잡을 수 있는 게 사라진다. 그 천사가 그 악마였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접는다. 아들이 악마로 변해갈 때까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녀를 목 조른다.
이 책을 꾸역꾸역 완성해내면서 셀 수 없이 소리 죽여 울었을 그녀의 용기에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낸다. 내가 읽어본 책 중 이렇게 저자의 피눈물이 스며든 책은 없었다. 원제는 ‘A Mother’s Reckoning’이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용서받기 어려운 아들의 삶을 이렇게 저렇게 계산해보며 피눈물 가득한 책으로 꿰매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