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업무와 관련해서 조직의 프로세스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프로세스라고 하면 사뭇 딱딱하게 들리지만, 어떻게 하면 조직 구성원이 잘 협업하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엇인가를 하는 공통의 규칙이다. 조직의 문화와 가치관에 기반해 규칙이 정해지고, 문화와 가치관이 변할 때마다 규칙은 변하게 된다. 전에 다니던 회사는 프로세스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립하는걸 좋아하는 걸로 유명했다. 그런 만큼 안에 있는 나로서는 답답하고 움츠러들 때가 많았다. 자그마한 걸 하나 하려고 할 때도 프로세스를 지켜야 했기에, 다른 부서를 설득하고 예산을 승인받아야 했다.
작은 회사로 옮기면서 품었던 몇 가지 기대 중에는 답답한 프로세스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겠다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프로세스가 없다 보니 생기는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프로세스가 없다는 건, 사람들 사이의 공통적인 규칙이 없다는 뜻이다. 규칙이 없기 때문에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생겼고, 혼란이 생기다 보니 일이 진척이 안된다. 게다가 점점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저변에는 문화와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점점 다다르고 있다.
구글의 최고 인사 담당자가 이야기하는 그들의 인사제도와 바탕에 깔린 철학을 접하면서 이 회사는 정말로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굉장히 분석적이면서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적은 인원을 대상으로 프로토타이핑을 해본다. 구글은 모든 것을 수치로 측정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인사관리마저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공개된 자신들의 노하우를 다른 회사들이 베끼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고. 갖고 싶으면 가져가라는 자신만만한 태도는 아마도 껍데기만 벗겨서는 절대 성공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서 인사관리로 가장 유명한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 인적성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합숙하던 때, 사실 굉장한 실망감에 빠졌었다. 이 문제를 하나 더 푼다고 그 사람이 더 뛰어나 다는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는 실망감이었다. 나 역시도 동일한 문제를 풀어낸 덕분에 입사했겠지만, 좀 더 근사한 무엇인가가 근간에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경력 20년이 넘는 인사 담당자의 인터뷰도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면접장 들어오는 걸음걸이만 봐도 안다니! 책에도 나온다. 착각 중에 그런 착각도 없다고 말이다.
한동안 경영이나 기업 관련 책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다 읽은 책이라 그런지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문화는 아침으로 전략을 먹는다”라는 번역은 무슨 뜻인지 잘 이해 안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