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진정성(authenticity)의 정확한 실체는 모르지만 ‘진정성 없는 것’이 무엇인지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으며 ‘진정성’이 뭐든간에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

‘나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라는 기치 하에 몇 가지 책을 골랐다. 얼마 전까지 나도 부르짖고, 많은 사람들이 부르짖던 ‘진정성’. 실체가 없고 그럴듯한 껍데기로 둘러싸인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중반 이후 내용들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철학, 정치사회학 개념들이 등장하다 보니 눈이 잘 가지 않았다며 변명해본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줄곧 강조되던 개념, 즉 진정성이라는 게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정의가 쉬워 보이는 미술품의 진정성, 청바지의 정통성, 전통문화의 고유성 또한 이 문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수제 XX’, ‘유기농 XX’, ‘100% 자연의 XX’, ’30년 전통의 XX’ 등 일반적으로 진정성과 연결되는 개념들은 마케팅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사실 다른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설득할 목적이 없다면 진정성 운운할 필요도 많이 사라진다.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에요”라며 당사자가 원치 않는 애정 공세를 퍼붓는 경우도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다. 결국은 ‘나와 만나줘’라는 목적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얼핏 들었을 때 좋게만 들리는 개념이 허울 좋은 개념이라는 걸 알게 해 준 좋은 책이었다. 좀 더 깊이를 갖춘 이해를 위해 나중에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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