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는 이 책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용이 이상하다고. 읽으면서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런저런 다양성 영화를 접한 적 없던 시절의 나였다면 역시나 기겁하고 역겨워했을 만했다. 그런 영화들이 도와주었는지, 읽는 내내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과 상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기억에 남는 건, 그간의 삶과 생활에 어느 순간 매몰되어 자기 자신을 가두고 억눌렀던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 다른 삶과 생활을 맹렬히 좇은 영혜와 달리 그녀의 언니는 여전히 스스로를 붙들어 매려 노력한다. 한 번쯤은 ‘피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좇은 영혜의 형부는 과연 마지막까지 후련하고 만족스러웠을까. 주인공과 서술 시점이 달라진 채 엮인 이야기 덩어리들이 참 역동적이다.
이 책을 구입했던 건 맨 부커상 수상 전이었다. 문학에 지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에 내가 손수 골랐을 리는 만무하다. 아마도 잡지나 신문에서 책 소개 글을 보고 나서 구입하지 않았을까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동안 책꽂이에 고이 꽂혀있었다. 상을 수상한 게 작년 5월 경이니, 사놓고 꼬박 1년 가까이를 잠들어있던 것이다.
왜 이제야 읽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