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독서

[책] 사랑에 대한 모든 것: LOVE

읽고나면 사랑이 좀 쉬워질까 싶어서 샀다. 그러나 오히려 읽고 나니 잘 모르겠다. 사랑이 무엇인지. 세계 100여명의 전문가로부터 1000자 내외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받아 모아놓은 이 책은 다소 산만하기 그지없는 느낌이다. 아마도 던져진 큰 화두 아래 여러 갈래의 의견이 묶여져있는 구성 때문이겠지.

몇번 더 읽어봐야하겠지만, 지금 당장 생각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문화권/나라 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나 관념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여러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나와 상대방이 각각 이해하고 정의내리는 사랑이 다르다’는 점. 그만큼 사랑이라는건 주관적인 영역이고,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개념인가보다.

어쩌면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사랑이란 무엇인가- 자체가 정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정답의 흔적만이라도 찾게된다면 이 여정은 헛된게 아니지 않을까.

[책] 인생학교:섹스

솔직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읽기에는 민망한 제목이다. 하지만 나는 꿋꿋이 다 읽었다. 하노이 가는 비행기와 공항에서. 휴식 기간 중 유일한 해외여행인 미얀마 여행이 최악으로 끝났지만, 이 책만큼은 건졌다.
요즘 내 화두는 ‘사랑’이다. 아만다 등 각종 데이팅 앱들을 열심히 활용하고, 인터넷의 연애 관련 글을 읽으면서 생긴 의문이 있다. 진정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들과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건지. 솔직히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주변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아예 내 취향이라는건 없는 것도 같다. 그래서 책을 통해 답을 구해보고 싶었고, 교보문고에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이 책을 구입했다.
읽으면서 감탄하고 감탄했다. 하지만 2번이나 읽었음에도, 내게 답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인생학교 시리즈의 취지를 잘 드러낸다고나 할까. 하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이 던져주고 있다.
나는 원나잇이나 윤락업소를 극도로 피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의 근원을 따져봤다.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만 해야한다는 그런 생각. 하지만 이 책은 내게 새로운 통찰력을 전해준다. 섹스-사랑, 여기에 결혼까지 연결된 것은 불과 200여년 전의 일이라고. 인간의 본래 규범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아가 섹스와 사랑이 분리되면 안될 이유가 뭐냐고 반문한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안 될 이유를 잘 모르겠다. 물론 그래서 문란하게 지내겠다는 건 아니다. 사실 ‘문란하다’의 정의도 모호하다. 우리가 그냥 편한대로 저 사람은 문란하다고 정하는 건 아닐까.
이런 식의 이야기를 쭈욱 읽고 있자니, 내 화살은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에 꽂힌다. 뚜렷하게 좋아하는걸 꼽기 어려운 인생을 살고 있는데, 그런 취향이 없기에 모든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취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언젠간 가질 수 있기는 한건가. 그리고 그게 진짜 내 취향이 맞을까.

[책] 한복 입은 남자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건 몇달 전 일이다.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교보문고를 구경하던 중, 따끈한 신간이었던 이 책을 발견했다. 그러나 두께에서 오는 압박감과 다른 책을 먼저 사야한다는 생각에 지나쳤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 때 들른 교보문고에서 충동적으로 다른 책과 함께 구입하였다.
읽기 전에 갖고 있던 기대치는 ‘재미는 있겠지만, 마케팅이 과도한 책’ 정도였다. ‘영화화 결정”우리 소설은 이러한 작가를 필요로 한다’라고 적힌 띠지와 추천사. 그리고 장영실과 다빈치의 연결고리를 루벤스의 그림에서 발견한다는 큰 줄기는 읽기 전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삐딱한 태도를 보이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은 재미있다. 그 재미가 ‘우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몰입도가 상당하다는 느낌이다. 다만 어느 시점부터는 너무 뻔하게, 그리고 급하게 전개되는 느낌을 주는게 아쉽다.
작가를 칭찬하고 싶은 점은, 남들은 그러려니 넘어가는 부분에서 소재를 찾아, 이를 다른 소재들과 알맞게 이어가는 부분이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장영실의 이야기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심지어 가마가 부서져 쫓겨났다는 사실도.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의문을 가지고, 이를 진지하게 탐사한 결과 매우매우 설득력 높은 이야기를 짜낸다. 나 역시도 장영실과 다빈치가 만난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니까.
댄 브라운의 소설을 읽고 일루미나티가 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생각을 하게된 적이 있었다. 물론 소설 내용에 대한 반박 자료도 많이 있었기에, 소설은 소설이구나 라며 끝나긴 했다. 이 책 역시도 아마 그럴 것 같다. 책이 유명해지거나, 영화가 나와서 관심 갖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반박자료를 제시하겠지. 그 전까지는 아마 이야기를 믿고 있을 것 같다. 그만큼 탄탄한 구조를 가진 이야기니까.

[책] 하루키의 여행법

퇴사한다는 소식을 들은 오윤샘이 깜짝 선물을 줬다. 앞장에 써준 편지를 보며 나와 비슷한 악필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따뜻한 마음에 놀랐다.
수필, 소설 등 문학책 사는걸 돈 아까워하는 나이기에, 내게는 이 책이 거의 첫 여행기이다. 예전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나서 취향이 아니라고 결론내린적도 있어서, 큰 기대 없이 책을 펼쳤다. 그러나 생각외로 책장이 술술 넘어갔고, 그의 여행에 함께 했다.
나 역시 상상해봤던 무인도 여행에서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그의 모습은 인간미를 보여주었다. 지겨울 정도로 우동을 먹었던 우동 여행에서는 맛의 묘사에 침이 꼴깍 넘어가기도 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참으로 유쾌한 기분이 든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뭔가 통하는게 있는거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을 또 읽을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족스럽지만 다시 먹을 생각은 들지 않는 그런 음식 같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