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짧은생각

커피량

오늘 커피를 세잔 마셨다. 심지어 작은 컵을 쓴 것도 아니다. 스타벅스 톨 사이즈로 세잔을 마셨다. 평소에는 하루 한 잔으로 엄격히 제한해왔다. 하지만 어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아침부터 회의의 연속이다 보니 정신을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루 한 잔으로 엄격히 제한한 것도 특별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예전에 한번 커피를 두 잔 마신 날, 잠이 잘 오지 않는 경험을 하고 나서 상한선을 정한 거다. 사실 커피 때문에 잠이 안 온 거였는지는 불명확하지만 말이다.
무엇이든지 적당한 수준이라는 게 있다.

치사량이라는 말도 있다. 주량이라는 말은 있는데 “커피량”이라는 말은 없다. 너는 커피를 몇 잔까지 마셔도 잠을 잘 잘 수 있니. 내 커피량은 얼마일까. 나는 커피량이 센 편일까. 그냥 궁금해진다.

배달 음식 실패기

어머니가 저녁에 조금 늦게 들어오실 수도 있다고 해서 저녁식사를 시켜 먹기로 했다. 내가 제안한 메뉴는 멕시칸! 몇 달 전 오래간만에 멕시칸 음식을 먹고는 아버지가 눈이 번쩍 떠졌다고 할 만큼 좋아하신다. 요즘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이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한 부모님께 맛있는 걸 드리고 싶었다.

마침 평점이 좋은 새로운 멕시칸 식당도 발견해서 기분 좋게 시켰다. 그런데 아뿔싸 그동안 먹었던 멕시칸 음식과는 많이 다르다. 간이 전혀 세지 않고, 굉장히 순했다. 기대한 맛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 실망감이 몰려온다.

아버지도 나와 비슷한 기색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어머니가 간이 세지 않은 게 맛있다며 잘 드셨다는 거다. 식당 리뷰를 남겨달라는 알림에 3점을 주면서, 당황한 마음과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는 리뷰를 남겼다. 식당 주인분께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다음에는 원래 시키던 곳에서 시켜야겠다.

기상 방법

두 달째 늦게 일어나고 무기력함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일단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생활로 돌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 기상 단독방에 들어가도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어제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동생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깨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참고로 동생은 나와 띠동갑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늦잠 자는 동생을 내가 깨우는 일만 있었다.

부탁을 들은 동생이 좀 당황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문을 두드리고 불을 키는 동생 덕분에 깼다. 해롱거리며 침대에 누워있자 다시 들어와 깨우고 간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아침 운동도 할 수 있었다.

내일은 깨우자마자 침대를 박차고 나가는 게 목표다. 점점 리듬을 돌려보자.

재무현황 기록

매달 재무현황을 기록한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엑셀 시트에다가 예적금 등 재산 현황을 적어놓는 간단한 작업이다. 돈을 얼마큼 모았는지 한 달 단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오늘 그 작업을 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6월보다 재산이 몇백만 원 줄어든 거다. 은행 앱을 들어가서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몇백만 원이 빠진 걸까.

몇 분을 씨름하다 이유를 깨달았다. 6월 기록해놓은 숫자가 잘못된 것이다. 만기 된 예적금을 지우고 새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빠뜨린 게 있는 거였다. 그걸 감안하니 금액이 얼추 맞는다.

돈을 실제로 번 것도 아닌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1%도 안되는 예금금리를 보자니 한숨도 나온다. 돈을 어떻게 모으고 불려야 할까. 고민이 많아진다.

축 처지는 요즘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어간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보내는 게 말이다.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몇 달 동안은 오히려 아침에 남는 시간을 활용했다. 운동도 더 하고 영어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뭉그적 대며 일어나지 않고 마지노선이 되어서야 일어난 지 두 달이다.

바꿔 보려고 이런저런 시도도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뿐이고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어젯밤 깨달았다. 내가 목표를 잃고 헤매고 있다는 걸 말이다. 예전에는 뭔가 달성하고 싶거나 되고 싶은 모습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잘 없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에 실망한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집안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탓에 더더욱 힘이 나질 않는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답답하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몸과 정신이 축 처지고 있다. 얼굴 표정에서도 그게 보인다. 예전에 열정 넘치고 밝디 밝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찾고 싶다.

예스24 매장에서 있던 일

읽은 책이 어느 정도 쌓일 때면 모아서 밖으로 나간다. 집 근처 예스24 매장에 중고로 팔기 위해서이다. 잘 해봐야 반값까지 받을 수 있지만, 두고두고 읽을 책이 아니라면 이렇게 과감히 판다.

오늘도 몇 권 들고 갔다가 조금은 짜증 나는 경험을 했다. 책 상태를 보고 판매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직원이 예상 밖의 요구를 한 것이다. 바로 책 바코드를 덮고 있는 스티커를 떼 달라는 것. 그 스티커는 예스24에서 중고로 산 책에만 붙어있는데, 알라딘의 것과 다르게 여간 끈적끈적한 게 아니었다. 심지어 그 스티커에도 바코드가 있지만 매장 내 POS로는 인식이 안되는 이상한 바코드였다.

이전까지는 직원이 ISBN 숫자를 직접 입력해 판매 가능 여부를 확인했는데, 아마 이 직원은 그게 귀찮았나 보다. 잘 떼어지지도 않는 스티커를 긁어내자니 짜증이 올라왔고, 심지어 그게 당신네 회사에서 붙인 거라는 사실에 더 황당했다.

그러던 중 문득 깨달았다. 아 저 직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구나. 본인이 귀찮은 걸 손님에게 시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난주 회사에서 있던 일이 생각났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짧게 생각하고 대충 해결하려다가 매니저에게 반대 의견을 들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래야 후회도 없고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 말이다.

할머니 뵙기

입원해 계신 할머니를 뵈러 병원에 갔다. 주무시고 계시는 할머니의 숨소리가 지난주보다 고르다는 사실에 마음이 좀 편해졌다.

잠에서 깬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의 어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할머니가 더운 여름날 낑낑대고 병원에 갔다고 한다. 그런데 에어컨이 시원한 병원에 계시다 보니 밖이 더운지 몰라서인지 할머니에게 왜 이렇게 땀을 흘리냐고 물어보셨다고 한다. 기껏 고생해서 병원 왔는데 그런 질문을 받은 할머니는 짜증을 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그때 짜증 낸 게 너무 후회된다고.

우리 할머니 인사도 잘 하신다. 간호사가 중간에 확인차 오자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하신다.

우리 할머니 정말 좋은 분인데 제발 아프지 않게 편안히 지내다 가시면 좋겠다. 나를 그렇게 이뻐해 주시는데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동네 친구

동네에 사는 친구네 부부와 치킨과 맥주를 함께 했다. 신혼집 집들이 이후 처음 마련한 자리.

고등학교 때 몰랐던 연애사도 듣고 근황도 이야기하고 참 재미있었다. 이래서 동네 친구 동네 친구 하나보다.

아는 형과 통화

오래간만에 아는 형에게 전화가 왔다. 며칠 전 방송에 잠깐 나왔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짤방이 만들어진 형이다. 인터넷 대스타께서 나에게 무슨 일로 전화하셨을까.

전화를 받아 이야기해보니 사실 별 이야기가 없다. 서로 근황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인생이 재미없다 이야기… 요즘 친구들과 만나면 나누는 주제들이다.

한 20분 정도 신나게 떠들고 전화를 끊었다. 별 대화 하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좀 좋아졌다. 이렇게 함께 늙어가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친구가 있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이런 게 사는 맛인가 보다.

병수발 최적화

요즘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그러다 보니 온 가족이 할머니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 내일 골절 수술이 잡혀있는데, 보호자 동의가 아직 다 안 이뤄졌다고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왔다.

이렇게 병수발들려면 집이랑 가까운 병원에서 백수로 지내는 게 가장 편할 것 같다. 언제든지 병원의 연락에 답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