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짧은생각

새소리

저녁 식사 후 공원을 산책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왔다. 몇 초에 한 번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서 나는 건지 귀를 기울여보니 횡단보도 위 높은 신호등에 새가 한 마리 앉아있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소리를 내던 그 새. 문득 왜 소리를 내는 걸까 궁금해졌다. 새에게 물어볼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정확한 이유는 알기 힘들다. 하지만 저렇게 목놓아 울고 있는 거라면 필시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다.

이윽고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었다. 건너가면서 바로 밑에서 좀 더 자세히 쳐다보았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속을 들여다보려만 야속하게 먼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새야 너는 왜 그리도 울고 있던 것이냐.

오래된 친구

대학교 친구랑 오래간만에 술을 마셨다. 인기 많은 곱창집에서 30분 넘게 기다리고 각 1병씩 했다. 친구의 추억이 서린 곱창전골을 폭풍 흡입하고 한참을 걸어 도착한 맥줏집에서 맥주 3잔씩 마셨다.

이 친구와는 언제 봐도 마음이 편하다. 서로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사실도 한몫한다. 서로의 연애사도 잘 알기에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곧 이사 간다는 이 친구.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인연이 이어지는 이 친구. 사실 계속 잘 지내면 좋겠다. 많이 표현은 못 했지만 사랑한다.

COYG

스포츠 팬 치고 어떤 팀을 응원하게 된 이유는 사실 특별한 게 없다. 부모님이 응원하는 팀이라서, 집이 경기장과 가까워서, 좋아하는 선수가 그 팀이었어서, 팀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대부분 이런 이유들에서 끝난다.

내가 영국 축구팀인 아스널을 응원하게 된 이유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의 잔상이 가시지 않은 그때, 축구 게임을 시작했었다. 영국 10대 이혼 사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높은 중독성의 악마의 게임. 어느 팀을 고를까 하다가 아스널을 골랐다. 그 당시에 가장 잘 하던 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 이후 아스널은 계속 쇠락의 길을 걷는다. 새로운 경기장을 짓느라 쪼들리는 세간 살림을 꾸리고, 떠나겠다는 선수들을 붙잡지 못한다.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마저 떠난 그 팀은 불안요소만 많은 중위권 팀이 되었다.

앞서 쇠락의 길을 걸으며 조롱거리가 되었던 리버풀이 이번 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부럽고, 착잡하고, 한편으로는 희망도 본다.꾹 참고 기다리면 리버풀이 반등한 것처럼 아스널도 다시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쉽지 않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팬이라는 게 무엇인가. 힘들 때도 응원하는 게 팬이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친다.

Come On You Gooners!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쉽사리 잠이 오지 않던 어젯밤, 문득 깨달았다. 나를 휘감고 있는 불안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는걸. 언제부턴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명상을 열심히 배우고 꾸준히 하면서 익힌 단 하나의 진리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인데 말이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들떠 돌아다니고 있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불안에 묻혀있었을 텐데 뾰족한 기억이 없다.

해결책으로 생각해본 건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명상 중에서도 보디 스캔 명상을 꾸준히 하는 것. 그리고 하나는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 나아지기까지 얼마큼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한때의 스쳐감일 거라 믿는다.

잠이 잘 오지 않는 날들

자려고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은지 며칠 되었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다 보니 자기 전부터 조금은 신경 쓰인다. 오늘도 잠이 금방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면서 말이다.

어제는 좀 절정이었다. 자다가 깨서 시계를 보니 2시 갓 넘은 시간. 그다음에 곧장 잠이 오지 않아서 4시쯤에야 다시 잠들었다.
이렇게 늦게 자다 보니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게 된다. 늦게 일어나게 되면 회사 일 말고는 특별히 한 게 없는 하루가 되고 만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요즘 기분이 딱히 좋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푹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게 마음처럼 쉬워 보이지도 않는다.

예전에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은 좀 남다르다. 마음 단단히 먹고 헤쳐나가야겠다.

기분 좋은 일 – 회사

누군가가 내 가치를 높게 평가해 준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오늘 예상치도 못하게 그런 일이 있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승진이다. 몇 년을 채워야 한다 이런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 능력이 충분하다 싶으면 승진시켜주는 게 기조이다. 충분히 능력과 성과를 보여줬다고 생각했지만, 기대했던 승진 소식은 몇 분기째 없다.

동료 몇 명이 오늘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내가 하고 있는 이런 내용을 매니저에게 어필해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심지어 한 명은 내 매니저에게 내가 그걸 잘 하고 있다 말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인정하는 건 아니지만, 나를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헛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매니저에게 내 진가를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승진이 직장 생활에 전부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로 중요한 요소이지 않는가. 매니저가 나를 승진시키고 싶도록 여러 노력을 해봐야겠다.

한 달 좀 넘게 매일 글쓰기

한 달 좀 넘게 매일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이제는 내가 어떤 주제나 형식의 글을 편하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다. 현실은 안타깝게도 처음에 목표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

원래는 업무나 자기계발에 대한 내용을 쓰려고 했다. 둘 다 내가 관심이 많은 주제이고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제들은 막상 쓰려고 하면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 그리고 기껏해야 끄집어낸 내용도 부끄러운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막힘없이 줄줄 즐겁게 쓰는 주제는 생활에서 일어난 일이나 든 생각에 대한 거다. 비단 나만 이런 것 같지는 않다. 많은 글쓰기 팁들이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원래 목표에는 거의 다가가지도 못한 채 신변잡기적인 글만 쓰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도 당연히 든다. 글로 풀어낼만한 전문성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민이 많다.

간만에 축구 중계

코로나 유행 이후에 사라진 일상 중 하나는 주말 축구 중계이다. 응원하던 EPL 팀의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축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취소되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몇 달 만에 주말 축구 중계를 보게 되었다. 무관중 경기이다 보니 선수와 감독들이 외치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게 색다르다.

방금 선수가 부상당하고 고통스러움에 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애초에 부상이 많은 팀인데 심란하기 그지없다. 남아있는 시즌 잘 마무리되고 다음 시즌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좋겠다.

동생이 말이 많아졌다

동생이 말이 많아졌다. 띠동갑 남동생은 한없이 무뚝뚝한 녀석이다. 말을 걸면 단답형으로 필요한 대답만 한다. 용건이 있지 않고서야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없다. 내성적인 성격까지 갖추고 있어 같이 있으면 재미있기가 힘들다.

이런 동생과 친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유럽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그리고 부모님과 동생이 대립하고 있을 때면 웬만하면 동생 편에서 이야기했다.

그래서인지 이 녀석이 나한테 예전보다 훨씬 편하게 대한다. 그리고 말도 많아졌다. 공익 근무 중에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털어놓는다. 게다가 코로나로 재택근무하면서 매일같이 가족 저녁식사를 하다 보니 이 녀석 말을 들을 때가 많다.

이런 동생의 변화가 참 반갑다. 급기야 오늘은 밥 먹다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냐며 웃으며 한마디 했다. 하지만 동생은 꿋꿋이 더 말을 한다. 그게 참 보기 좋았다.

띠동갑 형한테 점점 편하게 대하는 동생이 참 좋다.

피곤한 목요일

오늘은 특별히 더 피곤한데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저녁 먹고 나서 일을 마무리하고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기웃기웃했다. 운동을 하려고 했으나 움직이기 싫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안 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귀찮기도 하지만 이래서 서로 으샤으샤하는게 중요한가 보다. 글 쓰고 인증을 빼놓기 싫었다.

이제 내일이면 금요일이다. 이번 주도 어떻게 하다 보니 거의 지나갔다. 원하는 흐름대로 지나가지는 않았지만 기운을 내서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