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짧은생각

파리 목숨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있다.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지경이라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파리를 잡는다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이 녀석 굉장히 빠르다. 방향 전환도 자유자재로 한다. 좌회전 우회전하려고속도를 줄이거나 그런 게 없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싶어 일어나면 어디론가 사라져있다. 포기하고 파리채를 내려놓으면 귀신같이 나타나 알짱거린다.

우리 조상님들 시대의 파리는 굼벵이 같은 속도였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파리 목숨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리가 없다. 아니면 파리 잡기의 달인이었나 보다. 그래 그게 더 알맞은 해석이겠다.

조상님들께 여쭤보고 싶다. 파리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건가요?

일어나서 나아가자

영어를 잘 하는데 관심이 많다 보니 구독해놓은 유튜브 채널이 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섀도잉 방법으로 몇 달 동안 꾸준히 그걸 연습하는 과정을 올리는 채널이었다.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도 멋지고,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게 확연히 보여서 주변에 동기부여용으로 자주 소개하는 채널이다.

그 채널에 어제는 평소와는 다른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버 생활을 시작하기 몇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배낭여행, 늦은 워킹홀리데이, 마사지사 활동 등을 거쳤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자존감이 무너지고 정체감에 휩싸였을 때, 작은 성취감과 정신승리로 조금씩 일어났다는 그. 포기하지 않은 용기가 멋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포기하지 않고 구렁텅이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히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박찬호가 있다. 메이저리그 최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스스로를 돌보고 앞으로 나아갔던 그를 좋아한다.

뭔가가 마음대로 잘되지 않고, 한없이 축축 처지는 요즘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사람들만큼 힘든 시기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매우 좋은 시기도 아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붙잡고 조금씩 일어나 봐야겠다.

소개팅 앱 자기소개서

오늘 소개팅 앱에 사용할 자기소개서(?)를 정리했다. 소개팅 앱마다 요구하는 질문의 내용이나 깊이가 조금씩 다르다. 아무래도 앱마다 사용자들의 특징이 다르고 추구하는 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진지한 관계를 추구하는 앱을 고른지라 쉽지 않은 질문이 많았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 그리고 여러 특징 중에서 나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나 사건들을 뽑게 된다. 그렇게 뽑은 것들을 내용을 읽게 될 상대방을 고려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버무려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간결하게 적어야 한다.

사실 좋은 글쓰기에 해당하는 원칙은 좋은 자기소개서에도 많이 적용된다. 간결하고,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주제, 즉 나를 드러내야 한다. 그게 소개팅 앱용 자기소개서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

사촌 여동생에게 검수까지 받은 버전이니 한번 기대해봐야겠다.

집에서 타코 만들기

지난 토요일 저녁 멕시칸 요리를 시켜먹었다. 타코, 퀘사디야, 치미창가를 주문했다. 특히 아버지가 눈이 번쩍 떠질 정도 였다며 연신 좋아하셨다. 그러면서 어머니랑 집에서 타코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재료나 조리법이 특별히 복잡하지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구로 타코 쉘과 시즈닝을 주문했다.

드디어 오늘 저녁 타코를 만들어보았다. 고기를 볶으며 타코벨에서 나온 시즈닝을 부었더니 갑자기 멕시칸 향이 확 올라왔다. 볶은 고기, 토마토, 치즈, 양상추를 타코 쉘에 넣고 한입 베어물었다.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할라피뇨를 넣어보니 훨씬 맛이 좋아진다. 그리고 타코 쉘을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더니 훨씬 바삭바삭해진다.

그렇게 해서 타코를 10개 넘게 만들어 온 가족이 나눠먹었다. 맛있는거 먹는 것도 좋지만, 만든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것만큼 좋은게 없다. 재료를 손질하고 만드느라 손을 몇번 씻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뿌듯했다.

마감 직전 글 휘갈리기

오늘이 가기 전까지 15분이 남았다. 그 시간 안에 글을 써야만한다. 그래서 달리는 택시 안에서 휴대폰 자판을 쉴새없이 두들기고 있다.

코로나로 지하철이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끊긴 이 밤. 일행을 중간에 내려주고서 택시는 계속 달리고 있다. 같은 서울이지만 거의 와본적 없는 이 곳이 생경하다.

이제 14분이 남은 이 시간. 인증을 위해 글을 황급히 마무리한다.

과거로부터 배울 수 없는 일

과거로부터 배워야하는 법이다. 하지만 산책을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을 잘 못 내리겠다. 왜냐하면 지금 고민하고 있는 내용은 비슷한 사례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외로 문제없는 좋은 선택일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 속을 채운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기본 전제 자체가 틀린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할지.

긴가민가

긴가민가한 선택을 앞두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고르고 분명히 후회할 것만 같은 선택지라고 여기면서도, 실제로는 좋은 선택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일단 해보라고, 해보고 아니면 후회하고 그러면서 배우는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생각하려 하지만 이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일까.

이상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증시 상황

코로나로 일상에는 어둠이 드리우고 우울감이 사람들을 몇달째 사로잡고 있다. 각국 정부에서 사력을 다해 경제 심정지를 막고자 돈을 공급하고 있다. 모두가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증시와 심지어 한국 증시는 엄청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나스닥은 역대 최고점을 돌파하며 지수 1만포인트를 향해 달려가는 중. 미국 전역은 코로나와 시위대로 시끄러운데, 주가지수는 나홀로 행보를 거듭한다.

경제 전문가가 아닌지라 이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건 무리다. 사실 전문가라고 해도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예측한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냥 이상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아무리 실물경기와 주가지수는 일대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말 이상하다. 특히 파산 신청한 렌터카, 셰일 에너지 회사의 주가가 몇일만에 7배가 오르거나 하는건 정말 이상하다.

올해는 참 이상한 일 많이 본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첫 직장 사무실

첫 직장 사무실 근처를 평일 낮에 가는건 정말 몇년만이었다. 휴가를 내고 마침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간 적은 있었지만, 사람이 가장 붐비는 이 시간대는 가본적이 없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건물 지하를 둘러봤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가게들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가게들이 생각남과 동시에 거기에서의 추억도 떠올랐다. 친구와 점심 먹고 디저트를 먹으며 수다 떨었던 그 곳.

10년 전 졸업과 동시에 그곳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5년의 시간을 보낸 후 퇴사하고 나서는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좋은 기억이 많았고, 나오고 나서 좋은 기억이 더 증폭되었던 그곳. 마치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 근처에 가는 느낌이라서 일부러 피했었다.

시간이 지나 함께 일했던 분들은 다른 사무실로 옮겨가고 나서야 조금은 용기가 났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반가워하고, 변한 것은 아쉬워하고 그랬었다. 그리고 오늘은 평일 낮의 모습까지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워했던 것은 그곳에서 보낸 내 20대의 절반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어리숙했고 그러다보니 패기와 용기가 넘쳤던 그때의 나를 그 곳에 가면 잘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여전히 잘 모르지만 어떻게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의 나를 응원한다.

솔직한 욕망을 끄집어내기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원제만 보면 종교 서적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A Spiritual Path To Higher Crativity) 글쓰기 방에서 어떤 분이 추천한걸 보고 별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다.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지만 정말 쉽지 않다. 어떤 글을 써야할지 고민이고, 쓴 글도 마음에 들지 않다. 특히 원래 마음 먹었던 주제, 예를 들면 업무 내용이나 학습 팁 같은 거는 더더욱 잘 써지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일상 속에서 있었던 일, 느꼈던 일을 적는 에세이를 쓰게 된다.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아직 절반 정도 읽었지만, 주변의 시선 – 특히나 비판과 조소 -을 신경쓰지말고 정말 원하는걸 자유롭게 발현하라는게 핵심 주제인 것 같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예를들면 ‘바보 같이 비춰지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일 5가지’ 등이다. 모르겠다 나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웠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런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을줄은 몰랐다. 그래서 결심했다. 하던 그대로 일단 뭐라도 매일매일 쓰는거다. 쓰다보면 결이 보이고 연결이 되고, 그러다보면 나를 조금이라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위로를 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