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짧은생각

시간을 맞춘다는 것

아무리 흔들어도 손목시계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걸 발견한건 몇일 전이었다. 평일에는 재택근무, 주말에는 약속 없이 집에만 계속 있다보니 시계를 찰 일이 없었다. 움직임을 줘야만 시간이 가는 시계였다. 조금만 흔들어주면 이내 초침이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시계가 고장나면 의례 들르던 종로 시계방에 들고 갔다. 태엽을 연결해주는 부분이 끊어졌다고 한다.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시계방의 다른 사장님이 전화기를 붙들고 수리 중인 시계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걸 발견했다. 전화기에서는 띡띡띡 삐 하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렇다 아저씨는 시간을 알려주는 전화번호로 전화해 시간을 맞추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수리 중인 시계 초침이 정확한 간격으로 흐르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정확한 시간을 안다는게 쉽지 않았다. 휴대폰도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정각마다 보여주는 시계를 기다렸다. 시간이 많이 어긋나있는 시계를 붙잡고 정각 땡 할때 용두를 눌렀었다. 그러고서는 정확한 시계를 가졌다며 좋아했었다.

요즘은 시간 알기가 식은 죽 먹기만큼 쉽다. 어쩌면 너무 쉬워서 그 가치를 잊을 때도 있다. 시간을 맞춘다는 것, 정확한 시계를 갖는다는 것 그게 소중하다는걸 오늘 떠올려본다.

금요일 밤은 팝콘

금요일 밤은 위로의 밤이다. 평일 내내 일하느라 고생한 나를 위한 의식이 펼쳐진다. 캔맥주가 열리고 옥수수로 팝콘을 만든다. 아 물론 자동은 아니다. 내가 직접 하는거니까.

오늘은 새로운 팝콘 옥수수를 개봉했다. 유기농 무농약이라고 적혀있으니 왠지 더 맛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사실 가격이 더 비싼 녀석이니 맛이라도 더 있어야한다. 인지상정이다.

완성된 팝콘을 보니 이전 옥수수로 만든 것보다 색이 좀 더 뽀얗다. 얼른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앗 그런데 오늘 글쓰기를 아직 안 했다. 모임 첫날인데 까먹기 전에 글부터 올려야겠다.

허겁지겁 폰으로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른다. 이제 팝콘을 드디어 먹는다.

수면 우파 좌파

잠을 잘 때 똑바로 누으면 잘 못 자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한쪽으로 몸을 돌려서 자는데, 왼쪽과 오른쪽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

왼쪽으로 누으면 좀 더 편하다. 오른손으로 휴대폰이나 책을 만지기도 좋다.

반면 오른쪽으로 누으면 어색한 느낌이다. 뭔가가 턱하고 걸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보통은 왼쪽을 선호한다.

한쪽으로 돌려서 자는게 건강에 좋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똑바로 누워있으면 잠이 잘 오지 않으니 그것도 문제다.

하는 만큼만 봐주길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인정이나 평가는 그만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을 게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생각을 막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회사에 공정함을 바라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주어졌으면 참 좋겠다. 주어지는 게 아니라면 내가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일 텐데, 사실은 방법을 잘 모르겠다. 특히 둘러싼 환경이 조금씩 더 막막하다.

그래도 어쩌겠냐 싶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버티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을. 그나마 뭔가를 배우고 있고, 실력이 늘고 있다는 느낌 – 정말 느낌 만일 수도 있겠지만! – 그걸 위안 삼아서 이 악물고 지내보자. 아직 황금기는 오지 않았다.

회사 생각이 떠오른 아침

알람 소리를 들었지만 일어나기 싫어서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생각은 회사 업무와 관련된걸로 뻐치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소스라쳤다. 이정도로 회사 일에 묶여있다니 말이다.

회사에 관해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튀어오른다. 전원을 꺼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업무에 대한 관심에 비하면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관심은 그정도는 아니다. 연세가 드실수록 병원과 친해지시는 우리 부모님의 질환들 잘 기억이 안난다. 눈 어딘가가 안 좋다는건 알고 있는데 그게 정확히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겠다. 그리고 회사 일이 생각나지 않도록 하는게 필요하겠다. 전원을 꺼버릴 수 있는 방법이나 머리를 비울 수 있는 방법 무엇이 있을까.

5시 일어나기 후기

매일 글쓰기라는 목표를 지키고자 선택한 방법은 아침 일찍 5시 근처에 일어나기이다. 회사 출근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본 시간이다. 글 쓰고 운동하고 영어도 좀 하려면 말이다.

5시에 일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을 일으켜 움직이기 시작하더라도 더 자고 싶은 경우가 많다. 글을 쓰면서도 졸려서 눈을 뻐끔거리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그렇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운동은 아침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 밥 먹고 금방 운동하면 속이 부대끼고 부담된다. 그렇다고 밤늦게 하자니 잠자는데 방해되는 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다르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아무 시간대에나 할 수 있다. 심지어 퇴근 후 떠오르는 업무 생각을 억누르고자 소설을 쓰기 시작한 사람도 있다. 글쓰기를 아침에 꼭 해야 한다는 건 필수는 아니다.

물론 아침에 글쓰기를 끝내 놓으면 하루가 그렇게 상쾌할 수 없다. 다른 걸 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문제는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리듬도 일정하지 않게 된다. 또한 글도 결국은 급하게 휴대폰으로 휘갈겨 올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내가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어떤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보자.

못 믿을 습도계

지난주에 습도계를 구입했다. 코로나 이후 평일은 재택근무, 주말은 약속 없이 집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쾌적하게 방을 관리하고 싶었다. 게다가 여름이 다가오면서 습도가 높은 것 같은 느낌에 축 쳐지고 기분마저 안 좋은 날이 늘어났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습도계가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어서 보니 그럴싸하게 생겼다. 온도와 습도를 표시해주고, 습도가 적정 수준인지 표정 이모티콘으로 표시해주는 단순한 디자인이었다. 아래쪽에 적혀있는 영어 글자가 주문 직전까지 마음에 걸렸지만,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은 1.5배 정도 더 비쌌다. 굳이 그렇게까지 투자해야겠냐는 생각에 고른 게 이 제품이다.

처음 며칠은 수시로 습도계를 살펴보며 숫자를 살폈다. 이 습도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걸 알아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높은 습도로 찌뿌둥하던 어느 날 에어컨 제습 기능을 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이 굉장히 뽀송뽀송해졌다. 하지만 습도계의 숫자는 미친 듯이 올라가더니 99%를 가리키고 있었다. 99%의 습도라니.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기는 한 건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부모님이 최근에 구입한 다른 습도계를 방으로 가져왔다. 나란히 놓고 보니 두 개의 숫자는 확연히 달랐다. 찾아보니 습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문제의 습도계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쓰레기통으로 향할 예정이다. 정확하지 않은 측정은 오히려 혼란을 더한다. 그리고 그 정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다시 한번 피부에 와 닿는다.

까르보나라 실패기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며 침대에 누워있던 아침. 유튜브를 보다가 결심했다. 점심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먹어야겠다고 말이다. 이탈리아 사람이 정통 까르보나라를 설명해주는 영상을 본게 발단이었다.

우리 가족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어머니와 나는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는걸 좋아한다. 아버지와 동생은 이를 크게 내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와 동생은 요리를 못 하기에 어머니와 내가 주는걸 먹을뿐이다.

예상보다 꾸덕꾸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럴듯한 맛을 냈다. 올리브유와 면수도 어느정도 사용했지만 양이 좀 부족했나보다. 다음에는 더 맛있게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아버지와 동생은 손사래를 친다. 다시는 먹고 싶지 않나보다. 아무래도 어머니와 둘이 있을 때 해봐야겠다.

어느 금요일 밤

금요일 밤은 좀 다르다. 다른 평일과는 좀 다르다. 한주동안 고생한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맥주와 야식을 먹는 날이다.

하지만 아직 먹지 못 하고 있다. 매일 글을 써야하는데 아직 오늘 분량을 못 썼기 때문이다. 써야지 하고 폰을 붙잡고는 내둥 유튜브만 봤다.

이제는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이 심정을 일필휘지로 휘갈긴다. 그래 이제 거의 다 왔다. 어느정도 글의 구색을 갖췄다. 발행 버튼을 누른다. 맥주를 마실 수 있다.

회사 동료 단상1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중 유독 더 신경쓰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명은 보면 볼수록 안쓰러운 마음이 커져간다. 왜냐하면 정말 열심히 하는데 이해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은 내용을 여러번 반복적으로 설명해줘야한다. 그러다보니 계속되는 비슷한 질문 공세에 답변하는 나 역시도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정말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 대한 이런 판단은 나만의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본인 스스로는 얼마나 짜증날지 생각하면 말이다.

문득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바라보는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열심히는 하는데 잘은 못하는. 아니겠지 아닐거야 라고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