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대학교 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눠봤을 때, 거의 해탈한 느낌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상황이 바뀌어서 사람들이 얼마 올지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게다가 야외 결혼식이어서 날씨마저 변수였다. 친구에게 준비마저 잘하라고 덕담하고서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런.
아니나 다를까 점심때까지 비가 왔다. 그러다가 하늘이 저버리지 않았는지 비가 멈추고 화창해지기 시작했다. 결혼식 시간인 5시 즈음이 되자 해도 꽤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온도는 적당했고 비가 선물해준 촉촉함으로 결혼식장의 나무들은 싱그러운 내음을 선사했다.
대부분의 하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끼리는 얼굴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누군가가 인사하길래 봤는데 누구였더라 하며 정적이 몇 초간 흐르는 민망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래도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 친구들은 결혼식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뒤편에 모여서 근황도 이야기하고 고민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축가를 부르고 있었다. 대학교 친구들끼리는 대학생 때 놀던 것처럼 대한다.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짓궂은 농담과 30대 중반의 연륜이 느껴지는 말들이 오고 갔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스크를 벗고 밥 먹기는 싫어서 30분 정도 식을 보다가 돌아가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던 친구의 차를 얻어 탄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작년 말에 보고 못 본 친구와 좀 더 깊은 근황을 공유하고, 조만간 제대로 한번 보자는 약속을 남긴 채 헤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는 모임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이 사태가 계속된다면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보게 된다. 그래도 소중한 사람들과는 만나고 지내야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