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짧은생각

사무실 마스크 일상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자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를 적극 장려했다. 지난 3개월간 몇 차례를 제외하면 사무실에 온 적이 없었다. 생활 방역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번 주부터 사람들이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도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쉽지 않은 문제가 생겼는데 마스크 쓴 얼굴만 보고 누군지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웬만큼 안면이 있지 않고서야 마스크 쓴 얼굴만 보고 누구인지 아는 건 쉽지 않다. 특히나 자주 보던 사람이 아니고 오며 가며 간혹 보는 사람들의 경우는 더 그렇다. 심지어 몇 달 만에 보는 사람들이라서 이름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도 저 사람이 누구였더라, 이름이 뭐였지 당황한 채 식은땀을 흘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 쓰는 사람들이 내게 언제까지 마스크를 쓸 건지 물어보기도 한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감염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써야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지만, 날씨가 더 더워지면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지내는 삶이 더 자연스러워질수록 체념과 수용 단계로 넘어가 될 대로 되라지 하며 다닐 수도 있고 말이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역사책에서만 봤던 수준의 바이러스가 내 삶에 들어오다니 말이다. 그래도 살아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그러면서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한다.

동생 책상 정리

내게는 띠동갑 남동생이 있다. 이는 스무 살을 훌쩍 넘은 동생이지만, 내게는 여전히 어린이 같은 느낌이다. 아기 시절 기저귀 갈아주고, 무등도 태워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 그런가 보다.

동생은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그의 책장을 보면 불필요해 보이는 책과 학교 수업 프린트물이 잔뜩 쌓여있었다. 그것들을 좀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동생은 요지부동이다.

어제는 공휴일이자 아파트 분리수거일이었다. 이번만큼은 지나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저께 동생에게 조금 강경하게 말했다. 내일 책장을 같이 정리하자고 말이다. 평소보다는 덜한 뚱한 표정에 됐다 싶었다.

정리정돈이 익숙하지 않을 동생에게 먼저 원칙을 제안했다. 지난 일 년 안에 읽지 않았거나, 앞으로 일 년 동안 읽지 않을 것들을 솎아내자고 했다. 처음에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보여주면, 동생이 버려도 괜찮다, 아니 다를 말해줘야 하는데, 답변이 바로 나오지 않고 판단을 주저주저했다.

그러다가 점점 판단이 시원시원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버릴 것들이 큰 비닐 쇼핑백 두 개를 꽉꽉 채웠다. 가벼워진 책장을 보며 개운함도 좋았지만, 동생의 일상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들었고, 노트 필기는 어떻게 했었는지, 어떤 분야의 책은 더 관심 있어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정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끝이 보였다. 점점 올라오는 허기에 때마침 동생이 빙수 이야기를 꺼냈고, 빙수를 배달 주문했다. 의자에 널브러진 채 숨 돌리고 있을 때 도착한 빙수를 나눠먹자니 꿀맛이었다. 동생과 어떻게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게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영어를 잘 하고 싶은 마음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해 소망과 다짐을 조사하면 늘 상위권에 있는 항목 이 바로 영어공부이다. 그리고 어떤 연예인이 토익 점수가 몇 점이더라, 혹은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는 식의 기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도 영어를 잘하고 싶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 영어 실력은 높은 편이다. 몇 시간 동안 영어로 회의할 수도, 대화할 수도 있다. 물론 미국에서 5년 동안 살기는 했다. 하지만 실상은 한 살부터 다섯 살까지 살았고, 알파벳도 배우지 않고 돌아온 이후 한국 밖에서 살아본 적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꼴에 살다왔다고 영어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굴욕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대학교 때 친구들이 내가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이니 영어를 잘하겠다며 수업에서 같은 팀을 하자고 했다. 물론 금세 실력이 들통나고 볼멘소리를 몇 번 들었다. 그렇게 영어를 놓고 지내다가 대학교 졸업 후 쉐도잉이라는 영어 학습 방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영어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 성장이 느껴지면 재미도 따라오는 법이다. 평일에도 꾸준히 연습했고, 그러다가 외국인이 많고 영어 쓸 일이 많은 지금 회사에서도 다시 성장했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다. 한국어라면 이렇게 더 쉽고 다채롭게 이야기했을 텐데, 영어로는 그렇게 할 줄 몰라서 부족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우 짜증과 아쉬움이 확 올라온다. 한국어로 쓰는 글이라면 더 명료하고 조리 있게 쓸 수 있을 텐데, 부족한 영어 표현 실력에 신경 쓰느라 전체적인 글의 구조마저 흐트러질 때면 너무 슬프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잡고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꾸준히 해왔던 영어 문장 암기뿐만 아니라 문법 공부, 소리 내어 읽기도 하려고 한다. 문법 공부라는 걸 참 싫어했는데,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려면 문법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걸 매번 느낀다.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 늘 하는 것처럼 책도 사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건 꾸준히 하는 일뿐이다.

첫번째 아침 글쓰기

블로그를 만들고 지금까지 몇십 개의 글을 올렸다. 평일 퇴근 후나 주말 저녁 시간에 글을 썼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퇴근하고 나면 여러 가지 핑계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점이다. 야근하고서 곧바로 자야 하는 경우도 있고, 몸을 덮친 스트레스와 피로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경우도 있다. 결국 내린 결론은 꾸준히 하려면 운동처럼 출근 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 매일 글쓰기 모임을 신청했을 때도 아침에 글을 쓰려는 계획이었다. 지금도 평상시 아침 시간이 어느 것 하나 빼먹을 수 없게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라 시간을 새로 만들어내야 했다. 그러려면 30분 일찍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5시 30분에 일어나는 걸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옛날에 수원으로 출퇴근할 때 회사 통근버스를 타려고 5시 10분에 일어났었던지라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늦게 일어나서 통근버스를 놓친다면 출근길이 훨씬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이번은 그 시간에 일어나지 않더라도 “고작” 글을 못 쓰는 게 전부이다. 오늘은 좀 더 자자라는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조금 일찍 잠들었고, 5시 30분에 성공적으로 일어났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5시 55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내 하품이 나오고, 눈이 감기고 있다. 솔직히 이 글은 반수면 상태의 작품이다. 하지만 분명히 첫 번째 아침 글쓰기 결과물이다.

작가들이 입을 모아서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꾸준히 글을 쓰라는 거다. 그리고 꾸준히 하려면 시간을 정해놓고 일단 뭐라도 쓰기를 권한다. 이에 매일 아침 30분씩 글을 쓰기로 결심한 나. 스스로를 응원하며 포기하지 않고 한 달을 완주하고자 한다.

이제 다시 글쓰기다

코로나 사태 이후 주말이 더 여유로워졌다. 작년 말 끝난 연애 이후로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약속을 잡을 의지조차 없는 상태이다. 한동안은 유튜브의 영도 아래 이런저런 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는 딱히 관심이 가는 영상조차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처님 오신 날, 근로자의 날을 거쳐서 토일 주말을 합친 나흘 연휴를 만나게 되었다. 첫 번째 목표는 망가진 수면 패턴을 돌리는 거였다. 잠자리에 누워도 몇 시간 동안 잠이 오지 않고, 그러다 보니 늦게 일어나 부랴부랴 재택근무를 준비하는 생활이 몇 주간 이어지고 있었다. 이 고리를 끊고 싶었다.

나흘 연속 오전 7시쯤 성공적으로 일어나서 하루를 보내면서 뿌듯함과 함께 남는 시간도 더 커졌다. 그러면서 다시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렸다. 뭐라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려면 글쓰기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유튜브는 얼굴 팔리는 게 싫고, 적나라한 조회수가 상처가 될 것도 같고, 영상 편집에 시간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 꺼려졌다. 팟캐스트도 살펴봤지만, 뭔가 전문적으로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부담스러웠다.

이제 더 본질적인 질문은 과연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이다. 지금의 커리어, 혹은 미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 결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주제들을 생각해보니 좋은 내용을 채울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걸 깨닫고 다시 소심해졌었다. 이를 핑계로 글쓰기를 시작조차 안한지 몇개월이다.

그러다 오늘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에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그리고 주제들의 일관성이 없더라도 일단 뭐라도 쓰기 시작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중구난방으로 얄팍한 글쓰기를 이어가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는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 그리고 혼자 하는 것보다는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게 좋겠다 생각했다. 지난 2월달까지 했던 매주 글쓰기 모임과 비슷한 모임을 찾아 신청했다. 이번에는 매주 글쓰기가 아니라 매일 글쓰기이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매일 30분씩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려고 한다. 30분을 만들고자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개요를 짜고, 뭐라도 써 내려가서 발행하는 게 목표이다. 타이머도 설정해놨는데, 떨어지는 초침을 보면서 키보드 위 손가락이 더 빠르게 춤추는걸 벌써 경험하고 있다.

한 달 뒤에 돌아봤을 때, 어떨지 기대하며 그 여정을 시작한다

4일 휴가 사용기

구정 연휴에 이어서 4일 휴가를 즐겼다. 원래 계획은 즐기는 휴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 남은 사랑니 쪽에서 기분 나쁜 통증을 느낀 지가 몇 주째. 참고 참아왔던 이 녀석을 이제는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휴가를 냈다. 이번 사랑니는 보통이 아닐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휴가 첫날 만나본 치과의사 선생님은 내 계획을 무너뜨렸다. 신경과 붙어있는지라 뽑았을 때 신경손상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렸다. 당신이 10년에 한 번 정도 말리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그래야겠다면서 말이다. 4일 동안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있다가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그렸었는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그래서 특별히 누구를 만나기보다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연초에 정년 퇴임하신 아버지와 나, 어머니 이렇게 셋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면 올해 초 공익근무를 시작한 동생이 집에 돌아온다. 이렇게 4일을 주욱 보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 휴가였지만, 역대급으로 손꼽을만큼 좋은 휴가이기도 했다. 먼저 이번 분기에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던게 참 좋았다. 백미는 어제 저녁 삼겹살에 와인을 곁들이며 나눴던 대화였다. 취기가 오르다보니 좋은 대화가 많이 오갔다. 역시 술의 힘이란!

비록 사랑니는 뽑지 못했지만, 정말 소중했던 휴가였다. 내일부터 다시 힘내서 일해보자.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

“쓸모없는 것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넓은 황야를 걸어간다고 하자. 땅은 더없이 넓고 크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발을 딛는 부분일 뿐이다. 나머지 부분은 직접적으로 필요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요 없는 부분을 파버린다면 까마득한 절벽 위에 발 딛는 부분만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이래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하겠는가? 쓸모 있는 것이 쓸모 있으려면 쓸모없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 중 장자의 말을 풀어서

발을 어디에 딛느냐에 따라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이 달라진다. 길을 나서기 전부터 딛고 갈 곳이 명확하고, 그대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 시점에는 처음 생각했던 쓸모 있음과 없음 사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것.

스티브 잡스의 “점을 연결하다”는 비유보다 더 멋지고 직관적인 비유이다.

2호선 지하철 기록지

가장 좋아하는 교통수단을 뽑으라면 나는 지하철을 뽑을 거다. 도착시간을 어느정도 예상 가능하다는 점이 정말 좋다. 서울 서쪽에 사는 나로서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고서는 버스, 택시, 자가용을 이용했을 때 도착 시간을 예상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을 사랑한다.

하지만 어제 탄 2호선은 정말 역대급이었다. 그 칸에 큰 소리로 전화하는 사람이 무려 세명이 있었다. 한 명은 통화 상대방에게 쌍욕을 퍼붓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휴대폰을 바꾸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화 속 건너편 남자 친구에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통화하면서 가만히 서있지도 않고, 계속 돌아다녔다.

승객이 꽤 많았던 시간대에 운 좋게 자리에 앉았음에도 심각하게 다른 칸으로 옮길까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한 명 한 명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중간쯤 되자 세명 다 내리면서 지하철에 평화가 찾아왔다. 도대체 지하철에서 큰 소리롤 통화하는 사람의 정신상태는 무엇일지 혼자 씩씩 거리면서 고민하다가, 문득 3년 전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이전 회사 동료의 기이한 행동에 대해 들은 바로 그날이었다. 이 소식을 그 회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후배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회식에서 술을 몇잔 걸친 나는 급한 마음에 지하철에서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있던 그때, 나는 따끈따끈한 소식을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부끄러운 것은 내가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왜인지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대급 지하철을 겪고 나니 다시 한번 그때 내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3년 전 어느 날, 영등포구청역 방향으로 가는 2호선을 타고 계셨던 승객 분들, 일일이 찾아뵐 수가 없기에, 이 글로 심각한 사과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때는 모자랐습니다

토스트마스터즈에 가다 (Toastmasters)

아직 새해 뽕이 가시지 않은 요즘, 작년과 다른 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그중에 테마로 정한 것 중 하나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자는 거다. 한 살 한 살 더 먹어가면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고, 그러다 보니 작년에는 집, 회사, 옛날 친구 이렇게만 만났었다. 올해는 달라지리라 결심 후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보다가, 토스트마스터즈 모임에 나가기로 했다.

스트마스터즈는(Toastmasters) 전 세계적인 비영리단체로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영어 발표를 하는 모임이다. 단순한 영어회화 스터디와는 다르게, 나름의 체계와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이전에도 몇 번 참가해봤었는데, 평일 저녁에 하는 모임이었어서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나로서는 꾸준하게 나가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그동안 눈여겨보던 토요일 아침 모임을 참가하기로 해보았다.

각 모임마다 분위기나 구성원의 특징이 다른데, 이번 모임은 평균 연령이 상당히 높았다.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셨다. 이분들의 영어 실력은 다른 모임 대비 조금 뒤떨어져있었다. 하지만 저 나이에도 배움과 노력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한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서 업무를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만 익숙하지, 업무가 아닌 내용을 영어로 이야기하는 건 어려워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새로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영어도 늘릴 수 있고, 토요일 아침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모임이었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초대손님으로 참석해보고, 완전히 회원으로 등록할지 결정해야겠다. 일단 지금까지의 느낌은 매우 긍정적이다.

독서노트를 시작하다

직접 작성한 첫번째 독서노트 (악필은 덤)

2020년을 며칠 앞둔 지난주 가까스로 이틀 휴가를 냈다. 한주를 통째로 쉬려는 계획은 아쉽게 접어야 했지만, 12월 마지막 이틀을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어디 여행 가기에는 시간이 짧았던지라, 그 의식을 반복하기로 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한강을 따라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바로 그 의식 말이다.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점심 먹고 카페 가서 생각을 노트에 흐트러놓고, 다시 나와서 마저 걸었다. 물론 이렇게 걷는다고 엉킨 생각이 전부 깔끔하게 풀리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오롯이 생각에 파묻혀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개운함이 온몸을 감싼다. 그래서 나는 답답할 때면 한강을 간다.

이번에 주로 생각한 내용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비슷한 나이이지만 더 깊이 생각할 줄 알고, 더 나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방법으로 독서노트를 쓰기로 결심했다.

한주에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있지만, 정작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읽으면서 내 관점과 비교해보거나 소화시키려는 노력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좋은 내용이더라도 삶에 적용하거나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던 중 독서노트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새해 처음 읽은 책을 갖고 독서노트를 시작해보았다. 뭐든 하려고 하면 장비부터 구비하는 나답게 이것저것 구입했다. 책에 밑줄 긋지 않고도 인상 깊은 문장을 표시하기 위해서 포스트잇 분류용 필름을 샀고, 이를 책과 함께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자석 책갈피도 주문했다. 또한 윗글에서 추천해준 것처럼 A5 노트와 삼색 볼펜도 마련했다.

그렇게 해서 독서노트를 실제로 해보니 이전 독서와 확실히 달랐다. 문장을 표시하고 그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다 보니 독서의 집중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표시한 문장 중 옮겨 적을 문장을 추리기 위해 한 번씩 다시 읽다 보니 책을 두 번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문장을 옮겨적고 생각을 덧붙이면서 나만의 관점으로 한번 더 소화하게 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예전보다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하고, 포스트잇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책을 펼 때 부담감이 올라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득이 더 많은 거 같아서 꾸준히 5권 정도 해볼 생각이다. 독서노트로 인해 달라질 2020년을 기대해본다. 아직 새해 초반이니 새해 뽕 좀 받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