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 앞사람들이 도무지 내릴 기미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수신인에 너무 많은 사람을 포함했다는 걸 이메일 보내고 나서야
어머니에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화내고 돌아서고서야
그러지 말았을걸 후회한다
지하철 내 앞사람들이 도무지 내릴 기미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수신인에 너무 많은 사람을 포함했다는 걸 이메일 보내고 나서야
어머니에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화내고 돌아서고서야
그러지 말았을걸 후회한다
친구의 결혼식은 어제 12시에 시작되었다. 내 첫 유대인 친구인 이 친구는 미국에서부터 원래 알고 지내던 한국인과 결혼하게 되면서 야외에서 전통혼례를 택했다. 작년에 이 커플과 밥을 먹으며 따로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이 얼마나 유쾌한지, 그리고 서로를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결혼식 역시도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햇살은 눈부시고, 재킷 하나만 걸치고 있기 딱 좋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였다. 함께 결혼식을 지켜보던 하객들이 연방 감탄을 표현했다. 날씨가 참 좋네요.
날씨가 참 좋네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눈부신 햇살, 딱 좋은 온도였지만, 미세먼지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휴대폰 첫 화면에 보이는 미세먼지 알림 위젯은 빨간색이 들어와 있고, 하늘은 푸른 듯 뿌옇다. 밖에 나갈 때면 꼭 마스크를 쓰는 나였지만, 차마 결혼식에서까지 마스크를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입어본 한복이 마음에 드는 듯한 표정과 함께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친구 어머니를 보며 마스크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저 사람은 미국인이고, 나는 한국인이지 않는가.
그 시점을 나타내는 ‘날’과 마음씨, 말씨처럼 모양과 형태를 표현하는 ‘씨’가 합쳐진 게 ‘날씨’이다. 여태까지는 기온, 햇살, 눈비바람 여부 등이 날씨를 이뤘다. 우리 조상님들에게 공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공기는 항상 좋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날씨에 공기를 포함시켜서 생각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집값이 비싸서, 일자리가 없어서 헬조선이 아니라 들 이마 쉬는 공기가 안 좋아서 헬조선인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용을 쓰면서 전통혼례 절차를 따라가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미세먼지를 마시는 게 뭐가 대수냐 싶었다. 입이 귀에 걸린 듯 큰 웃음과 하객들을 빵 터지게 만든 시원한 만세삼창 등 모든 게 좋았다. 그래 좋은 날씨라는 건 내가 좋고, 다른 사람도 좋으면 좋은 거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하나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는 날씨가 참 좋았다.
출근길과 퇴근길 모두 지하철, 그중에서도 명성이 드높은 9호선을 이용하지만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퇴근길에는 가급적 빨리 집에 가기 위해서 ‘급행’ 인파에 끼여 팟캐스트를 듣는 척하면서 인터넷 서핑을 한다. 이와는 다르게 출근길에는 늦게 일어나지 않는 한 ‘9호선 일반’을 타고, 빈자리에 잽싸게 앉는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3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활력소 같은 시간이다. 물론 책을 펼쳐놓고 조는 경우도 종종 있다.
며칠 전부터 ‘The Undoing Project’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마이클 루이스. ‘머니볼’과 ‘빅쇼트’로 명성 높은 사람이다. 게다가 ‘행동경제학’의 이론적 근거를 확립했다고 일컫어지는 다니엘 카네만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우정이 소재이다. 원래는 킨들로 구입하려 했으나, 콧대 높은 이 책은 킨들 에디션이라고 가격이 전혀 착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종이책으로 구했다.
구입 후 책장에 꼽아놓던 중 어느 날 이 책이 남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작가 이름이 책 제목보다 확연히 더 크게 부각되어있다. 참고로 내 책장에 꽂힌 다른 책들은 전부 책 제목이 조금이라도 더 큰 글자로 적혀있다. 마이클 루이스의 양보할 수 없는 자부심 같은 건가.
이번 주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못 참겠다’이다. 과장을 몇 스푼 보태면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출근하고 싶을 지경이랄까. 아직 초반부에 머물러있지만 기대가 아주 크다. 한국어 번역본은 아직 없다. 이전 마이클 루이스의 책들은 주로 비즈니스 관련된 출판사에서 번역했는데, 이 책은 어디서 관심을 보일지, 번역이 되기나 할지 의심스럽긴 하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 얼른 내일이 되어 출근하고 싶다.
대학교 졸업 후 일하기 시작한 지 8년 동안 매달 빼놓지 않고 하는 게 있다. 바로 재정현황을 기록하는 것이다. 얼마의 돈을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두며 굴리고 있는지 계산하고 더해서, 지금 내가 가진 자산은 얼마인지 확인한다. 인터넷 어디선가 받은 엑셀 양식을 근간으로 나에게 알맞은 형태로 설정해 활용 중이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재테크를 시도했으나, 작년 말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준 건 예적금이었다. 여기서 시도했다는 여러 가지 방식이란 펀드, 주식, 외화 등이다. 굉장히 합리적인 발상이라 자화자찬하며 리버스 인덱스펀드(주가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를 가입했으나 손해를 보았다. 건너 건너 정보를 얻어 한X약품에 투자했으나, 매도 시기를 놓치고 결국 똔똔에 그쳤다. 친구랑 커피 마시며 일본 여행 이야기하다가, 엔화 천만 원어치를 환전해 서랍 속에 고이 보관해놓다가 손해를 보기도 했다가. 심지어는 그 엔화를 달러화로 바꿨다 더 손해 보았다.
이런 암흑기적인 재테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최근 일어나고 있다.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인 재테크 결과물이 있는데, 바로 ‘이더리움’이다.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이다. 블록체인 등 기사로만 접하던 개념을 한번 공부해볼까 싶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꾸준히 가치가 상승하더니, 급기야는 며칠마다 ‘이더리움 급등 중’이라는 메시지와 메일을 받을 정도로 최근 가치가 펄쩍 뛰고 있다.
오늘 기준으로 계산해보니 수익률이 무려 343.4%. 무려 3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이쯤 되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다. 8000원어치 구입해서 27000원 이상 수익을 거뒀으니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8000’만’원이 아니라 8000원이다.
누구나 다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면을 찾아봐라 라…
경쾌하더라
날씨부터 사람들 표정까지 모든게 경쾌하더라.
기분 탓일까.
경쾌한 하루다.
때로는 밉기도, 어색하기도, 이해 안되기도 하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
당신.
위기의 순간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위기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매 순간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래야지 갑자기 맞닥뜨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슬기롭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
지금 겪고 있는 위기는 현재에 집중할 수 없다는 거다. 앞에서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분은 외친다. 이것만 알면 적어도 목숨만큼은 부지할 수 있다고. 초점이 흐려지고, 자꾸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내 정신은 희미해진다.
‘자, 이제상으로 화생방 상황에 대한 교육을 마치겠습니다. 나가시면서 소집 서랑 참가증 도장받으시면 됩니다.’
그래, 첫 민방위 훈련이 끝났다.
몸 쓰는 일을 도와드리는 나더러 당신이 하겠다는 아버지.
나도 잘 하기 어려운 일인데, 아버지가 하기는 더 어렵지 않느냐는 반문에 곧장 수긍하신다
그 수긍이 마음 아프다. 아버지도 이제 늙으셨구나
똥밭 한번 굴러보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으리라 생각한다. 되돌아봤을 때 만족감과 행복함에 가득 찬 인생일지언정 똥밭에 대한 기억 하나 없다면, 그건 억수로 운이 좋거나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똥밭에 대한 암시일 거다. 똥밭을 똥밭이라 눈치채고 발을 디디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눈에 뭐가 씌거나, 혹은 후각이 마비되어 금밭이라고 생각하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안간힘을 써서 혹은 천재일우로 똥밭에서 벗어나면 다시 한번 명료하게 알 수 있다. 지독하다고 생각했던 냄새가 다시 보니 더 지독한 녀석이었음을. 한번 똥밭에서 구르면 나중에 비슷한 냄새가 났을 때 조금은 사리분별을 잘할 수 있다. 적어도 한 숟갈 퍼먹는 일은 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 혼자 구르기보다는 옆에 같이 굴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탈출 후 그 사람과 마주 앉아 그게 얼마나 똥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시 한번 명료해진다. 아찔한 기억과 코를 찔렀던 악취가 이제는 웃기기만 하다. 제아무리 똥밭에서 구를지언정 추억은 남는다. 제아무리 똥밭일지언정 사람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