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짧은생각

반성

침대에 누운 채 괴로워하며 탄식했다. 나는 회사가 아닌데, 회사 일이 머릿속을 너무 휘감고 있다고. 그런 상황이 참 가엽고 속상하다고. 더 중요한 일들에 대해 자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자 태도가 바뀐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무의미하게 들락날락하고 유튜브를 끄적인다. 정작 하기로 했던 생각은 뒤로 미뤄둔 채 말이다.

이러니까 내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거다. 머리를 쓰고, 반성하고,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거다. 씁쓸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너를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푸념

이번 주는 쉽지 않다. 왜 힘든 일이 몰려서 오는 걸까. 그리고 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느끼는 걸까. 나만의 문제인가.

전해진 말

아버지가 할머니께 내 말을 전해주셨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는 말. 할머니가 알겠다고 하셨다 한다.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전하지 않는다면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행이다.

할머니가 편안하시면 좋겠다.

좀 믿으라니까

동생을 붙잡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별 반응이 없다. 직접 하나하나 보여줬다. 봐라 형도 할 수 있다고. 동생 눈빛이 조금씩 달라지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거봐 말했잖아. 형 말 좀 믿으라니까.

문전박대

소중한 사람을 만나려 했으나 뜻밖의 문전박대를 당했다. 퇴근 후 할머니를 뵈러 병원으로 향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한층 삼엄해진 문진 절차가 눈에 띄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간호사가 막았다. 당분간은 자식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몇 걸음만 더 가면 할머니인데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간호사가 이 상황을 굉장히 미안해하는 게 느껴졌기에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지난 일요일에 할머니를 뵈러 가지 않은 게 참 후회된다. 이러다가 더 뵙지도 못하고 할머니가 쓸쓸히 떠나실까 너무 속상하다. 부디 할머니 이 시기를 잘 견뎌주세요.

인생은 타이밍, 그리고 불공평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면서 인생은 역시 타이밍, 불공평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공익근무요원인 동생이 퇴근 후 말하길 매주 하루 공가를 받았다고 한다.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으니 대신 집에서 머물 수 있는 공가를 준거다.

순간 육군 현역 군인들은 2주간 휴가 금지라는 기사가 떠올랐다. 현역으로 군 복무하는 것도 짜증 나고 힘든데, 휴가까지 금지라니 아마 폭발 직전일 거다. 그런데 공익근무요원들은 공짜 휴가까지 받은 셈.

역시 인생은 타이밍, 불공평하다.

어머니의 겸손

우리 어머니는 겸손하시다. 특히 나와 관련된 거면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큰 역할은 어머니가 했지만, 가장 큰 공을 나에게 돌리신다.

점심으로 닭칼국수를 요리할 때도 그렇다. 재료 손질이나 요리 모두 어머니와 함께 했다. 하지만 천연덕스럽게 내가 만든 거라고 이야기하신다.

사실 어머니는 겸손을 발휘하신 게 아닐 수도 있다. 아들이 참여한 요리라는 걸 강렬하게 기억하고 알리고 싶은 데서 비롯된 걸 거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어머니는 몇십 년을 가족의 끼니를 챙기셨지만, 가끔씩 요리하는 나만큼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하셨다. 어머니의 요리는 그냥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얼굴 표정이 저절로 굳는다. 고맙다, 맛있다는 말을 왜 그렇게 아꼈을까 하는 아쉬움에서다. 내일부터는 이를 아끼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