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짧은생각

동생과 만찬

동생과 둘이 먹어야 했던 저녁. 피자를 나눠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술 한잔 안 마셨지만 술 마신듯한 이야기들. 집에 오래 머무니까 이런 게 참 좋다.

퇴사자의 일성

오래간만에 사무실로 나갔다. 몇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건 퇴사하는 사람과의 점심 식사. 입사한지 몇 달 안된 분인데 다른 팀으로 옮기고서 퇴사한다고 해서 놀랐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해보니 다행히도 뭔가가 싫어서 나가는 건 아니었다. 남은 커리어를 생각해봤을 때 다른 곳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퇴사의 이유라고 했다.

그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회사에서 천년만년 다니지도, 다닐 수도 없을 것 같은데… 여전히 좋은 면도 있지만, 안 좋은 면도 늘어만 가고 있는데… 다음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답이 잘 안 보인다.

후한 사람

점수를 박하게 주는 사람과 후하게 주는 사람 중 나는 후자에 속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 본 영화의 70%가량에 5점 만점 중 4점 이상을 주었다.
2.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85점은 되는 것 같다.
3. 우리 집이 도는 수저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도금처럼 은을 칠한) 재산이나 이런 게 많다는 게 아니라, 정신적 유산에 기초한 평가이다. 우리 부모님은 너무 후한 점수라고 생각하신다.
4. 살아온 환경에 대해 특별히 불만이 없다. 정말 운 좋게도 좋은 환경이어서 일 수도 있지만, 힘들었던 일화도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5. 기본적으로 사람의 밝은 면을 믿으며,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또 뭐가 있을까.

더 쓸모가 있어지려면

내가 어떨 때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결론이 별거 없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이나 이야기를 해줬는데, 잘 되었을 때 좋다. 특히 그 사람이 본인이 원하는 바를 잘 이루거나, 능력을 잘 발휘하게 되면 최고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내 경험, 지식, 사고방식 안에 기반하고 있다. 한때는 이를 뛰어넘어서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드디어 깨달았다. 그게 바로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자기 분야를 벗어난 분야에 아는 척을 하는 전문가라는 것을.

그러면 결국은 내 경험, 지식을 넓히거나 좁고 깊게 파고들거나, 혹은 입체적인 생각을 해야 더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 그걸 어떻게 얻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싶다.

어느 토요일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니 9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한 번도 안 깨고 쭉 잔 건 아니지만, 침대를 빠져나오기 싫었다. 그래서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 시간이었다.

토요일을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건 사실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럴수록 소중한 주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리나케 아침을 먹고 일정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친구와 점심을 먹고 할머니 뵈러 다녀왔다. 오는 길에 동생 생일 케이크도 사 오다 보니 벌써 저녁 시간. 저녁을 배불리 먹고 다림질을 하고, 좀 쉬다 동생 생일 케이크를 자르니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갔다.

냉장고에 엑설런트가

어제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생각했다. 주문할까 말까 망설이던 오늘, 아침에 냉장고를 열다가 세상에 엑설런트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며칠 전 사다 놓으셨던 것. 금색, 파란색 포장지가 그대로다. 아침 먹고 금색을 뜯어 먹어보니 옛 맛 그대로.

사실 맛은 조안나나 투게더와 큰 차이가 없다. 포장지를 예쁘게 만든 상술이다. 하지만 할머니 집에 놀러 가서 먹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