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짧은생각

엑설런트와 티코

그 시절 할머니 집에 놀러 가면 늘 냉장고에 있었다. 엑설런트 아이스크림과 티코 아이스크림이. 분명 동네 마트에서 파는 제품인데 이상하게 할머니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라거 생각했다.

엑설런트는 파란색 포장과 황금색 포장 두 개가 있었는데 맛이 달랐던 것 같다. 둘 중에 파란색을 더 좋아했던가. 그거를 먹으며 안방에서 사촌동생들과 쿠션으로 축구하고, 따조를 치며 놀았다.

엑설런트와 티코 이야기를 하니까 할머니 표정이 밝아진다. 분명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시기일 텐데, 그때가 참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할머니 표정이 밝아지니 나도 기분이 좋다.

조만간 그 아이스크림들 사서 먹어야겠다.

동생 생일 식사

동생 생일을 맞아 중국집에서 식사를 했다. 20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비도 오고 날씨도 더우니 부모님과 차를 타고 갔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맛이나 분위기가 괜찮았다. 배불리 먹으며 늦둥이 동생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동생이 바라는 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밥 먹고 식당을 나오니 빗줄기가 더 거세지고, 굉장히 깜깜했다. 그 거리를 운전대를 잡고 온 가족을 태우며 운전하자니 새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정말로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

후배의 연애 상담

몇 주 전부터 여자 후배의 연애 상담을 해주고 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겼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가 주요 주제이다. 아무래도 남자의 관점에서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웃겼다. 청산유수처럼 남의 연애 상담을 해주고 있지만, 정작 내 연애는 없는 상태이니 말이다.

올해가 19주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한주에 한 명씩 소개받아서 만나더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올해 안에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인가!

한의원을 이번에는 믿사옵니다

몇 년 만에 한의원을 다녀왔다. 몇 달 전부터 말썽인 사마귀가 사라질 기미를 안 보여서다. 초반에는 피부과 약 먹고 괜찮아졌었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여러 영양제도 먹고 했지만, 소용이 없더라.

한의원을 이제서야 간 이유는 평소에 한의학 자체를 믿지 않아서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적어도 2개월은 약을 먹어야 한다는데 크게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다른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걸. 내 불신을 보란 듯이 깨뜨려주면 좋겠다.

일요일 단상

어제 읽기 시작한 책을 마저 읽으며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꽤 많이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세세하게 들쳐보았다.

몇 가지는 확실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게 불확실하다. 나를 뛰게 만드는 것, 그리고 나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어떻게 조합할지 말이다.

이게 쉬웠다면 누구나 다 하고 있을 거다. 이런 주제에 시간을 꽤 많이 써왔는데 나만 어려운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 명료해지겠지.

뱃 속과 마음이 따뜻한 토요일

어젯밤 마지막 캔 맥주가 불량품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음날 오전, 동네 이마트로 향했다. 아는 형이 생일 선물로 준 이마트 상품권으로 맥주를 사기 위해서다.

맥주만으로 5만 원을 채우기는 무리가 있으니, 가족이랑 먹을 스테이크 고기도 샀다. 그렇게 사온 고기를 저녁에 배불리 먹고, 형에게 인증샷을 보낸다. 덕분에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형이 잘 먹었다니 다행이고, 이렇게 연락 줘서 고맙다며 답장을 보냈다. 마음이 좀 따뜻해진다. 역시 내 주변에는 고마운 사람들이 아직 많다.

20번 남은 주말

주말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치열하게 월 화 수 목 금 보내고 나면 어느덧 토요일이다. 그러면 모두가 외친다, 금요일이다!

오늘 등골이 오싹해졌다. 주말을 20번만 보내면 올해가 끝나고 나는 한 살 더 먹기 때문이다. 20번밖에 안 남았다니!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될 때면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진다. 시간이 없기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 20번 남은 주말을 잘 보내야겠다.

침전한다

전반적으로 착 가라앉은 채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에너지 레벨도 낮아지고, 표정도 그렇게 밝지는 않다.

일상의 리듬을 한 번쯤 끊어줘야 할 것 같은데, 막상 휴가를 내더라도 갈 곳이 없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든 바꿔보고 싶은데 하루를 못 버틴다. 다시 되돌이표처럼 돌아오는 침전.

7월이 지나간다

벌써 7월이 다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참 잘 간다. 날짜를 볼 때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7개월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따지고 보면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남은 5개월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천사와 악마

어제의 천사는 오늘의 악마가 될 수 있는 법. 부모님이 그런 상황을 겪으시고는 열받아 하신다.

성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씀하시는데 듣고 보니 덩달아 짜증이 올라온다.

그래도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악마의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참 기분이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