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책 프로젝트

재택근무-3

재택근무를 하며 원격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들을 위주로 회의 체제가 바뀌는 게 가장 큰 변화였다. 회의 공지에 ‘몇 층 몇 호 회의실’이라는 안내 대신에 회의 접속 링크가 먼저 공유되었다. 우리 회사는 줌(Zoom)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했다.

그리고 온라인 회의 매너도 차츰 익혀나갔다. 예를 들어서 말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음소거 버튼을 꼭 눌러야 한다. 가끔씩 의도치 않은 잡음이 마이크를 타고 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이 들지 않았을 때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발생했다. 한 번은 회의 도중 동료가 딸을 혼내는 소리가 여과 없이 마이크를 타고 들려왔다. 민망한 마음에 넌지시 말하자, 그 동료는 더 민망해하며 곧바로 음소거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집에 함께 살고 있는 가족과 반려동물의 존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게 재택근무이다.

재택근무 시작-2

내가 다니는 회사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주 1회 재택근무가 가능했다. 특히 장시간 집중해서 일하기를 선호하는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가 이를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하루 대부분 시간을 이런저런 회의를 하며 보내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제도였다. 대다수 동료들이 사무실에 있는 상황에서 재택근무로는 회의 진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불편했던 점은 내 말을 사람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회의실에 함께 앉아있을 때는 표정이나 눈빛을 살피며 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격회의로는 이런 비언어적인 신호를 알 수 없었다.

또 하나 불편함은 다른 사람과 동시에 말하여 말이 겹치기도 한다는 점이다. 회의실에 앉아있으며 몸짓 눈빛을 보며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홀로 집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알 수가 없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회의가 많은 사람은 재택근무에 알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시작

이렇게 길어질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2월 마지막 주 어느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구, 경북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던 때였다. 회사에서 공지 이메일을 보냈다. 콧물,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즉각 보고하고 재택근무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공연히 불안해진 탓일까, 왠지 목이 까끌까끌한 느낌이 떠나질 않았다. 평소에도 비염을 자주 앓긴 했는데, 코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목에 기분 나쁜 느낌이 있었다. 게다가 이메일 내용까지 머리를 떠나지 않으며 불안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옆자리 앉아있던 매니저에게 황급히 상황을 이야기하고 노트북을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나오자마자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곧장 근처 보건소로 향했다.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인지 보건소는 닫혀있었고, 하는 수없이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간 방에서 밥을 따로 먹는 자가격리 생활과 함께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6개월이 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