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주 오래간만에 가족들 사이에 희망이 번졌다. 할머니를 모실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았고, 거기로 들어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할머니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지, 행복하고 평화로운 기억을 최대한 많이 안겨드리고 싶다.
할머니 사주에 말년 운이 있다고 하더니만 그게 사실인 거 같다. 내 사주가 그렇게 좋다는 할머니 말씀도 이제 믿어야 할까!
오늘 아주 오래간만에 가족들 사이에 희망이 번졌다. 할머니를 모실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았고, 거기로 들어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할머니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지, 행복하고 평화로운 기억을 최대한 많이 안겨드리고 싶다.
할머니 사주에 말년 운이 있다고 하더니만 그게 사실인 거 같다. 내 사주가 그렇게 좋다는 할머니 말씀도 이제 믿어야 할까!
어떤 스포츠팀을 응원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팀 성적이 좋을 때는 별문제가 없다. 경기도 잘 챙겨 보고 주변에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성적이 신통치 않을 때는 관심이 점점 사그라든다. 어차피 질 거라는 생각에 경기를 챙겨보지도 않는다.
EPL 축구팀 아스널을 응원하는 내가 바로 후자에 속한다. 기대보다 성적도 안 좋고, 들리는 소식도 슬픈 소식뿐이었던 팀. 어느새 경기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던 아스널이 새벽에 맨시티를 꺾고 FA컵 결승에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 주 전 경기에서 완패했기에 믿기지 않은 결과였다. 하이라이트를 돌려보고, 기사를 찾고 있자니 잊고 있던 열정이 다시 떠오른다. 결승전만큼은 꼭 시간을 내서 봐야 싶다. FA컵 최다 우승 팀의 위엄을 다시 한번 발휘해보자.
할머니 병문안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동생과 함께 갔기에, 먼저 할머니를 뵙고 나와 동생을 올려보냈다. 코로나를 조심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출입 가능한 보호자를 한 명으로 제한했기에 교대로 움직여야 한다.
병원 밖에서 기다리다가 간병인 분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족이 면회 와서 할머니께서 말씀을 계속하시다 보면 목이 마르신데, 우리에게는 물 달라는 이야기를 안 하신다는 이야기. 그리고 가족에게는 아프더라도 내색을 안 하신다는 이야기. 전반적으로 가족이 걱정할까 봐 많이 신경 쓰신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할머니 몸도 안 좋으신 분이 아직도 인내심을 낑낑 발휘하고 계셨다. 할머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야속하기도 했다. 곧 병원 옮기시면 더 보기 어려울 텐데 그전까지 부지런히 봬야겠다.
오늘 커피를 세잔 마셨다. 심지어 작은 컵을 쓴 것도 아니다. 스타벅스 톨 사이즈로 세잔을 마셨다. 평소에는 하루 한 잔으로 엄격히 제한해왔다. 하지만 어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아침부터 회의의 연속이다 보니 정신을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루 한 잔으로 엄격히 제한한 것도 특별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예전에 한번 커피를 두 잔 마신 날, 잠이 잘 오지 않는 경험을 하고 나서 상한선을 정한 거다. 사실 커피 때문에 잠이 안 온 거였는지는 불명확하지만 말이다.
무엇이든지 적당한 수준이라는 게 있다.
치사량이라는 말도 있다. 주량이라는 말은 있는데 “커피량”이라는 말은 없다. 너는 커피를 몇 잔까지 마셔도 잠을 잘 잘 수 있니. 내 커피량은 얼마일까. 나는 커피량이 센 편일까. 그냥 궁금해진다.
어머니가 저녁에 조금 늦게 들어오실 수도 있다고 해서 저녁식사를 시켜 먹기로 했다. 내가 제안한 메뉴는 멕시칸! 몇 달 전 오래간만에 멕시칸 음식을 먹고는 아버지가 눈이 번쩍 떠졌다고 할 만큼 좋아하신다. 요즘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이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한 부모님께 맛있는 걸 드리고 싶었다.
마침 평점이 좋은 새로운 멕시칸 식당도 발견해서 기분 좋게 시켰다. 그런데 아뿔싸 그동안 먹었던 멕시칸 음식과는 많이 다르다. 간이 전혀 세지 않고, 굉장히 순했다. 기대한 맛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 실망감이 몰려온다.
아버지도 나와 비슷한 기색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어머니가 간이 세지 않은 게 맛있다며 잘 드셨다는 거다. 식당 리뷰를 남겨달라는 알림에 3점을 주면서, 당황한 마음과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는 리뷰를 남겼다. 식당 주인분께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다음에는 원래 시키던 곳에서 시켜야겠다.
두 달째 늦게 일어나고 무기력함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일단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생활로 돌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 기상 단독방에 들어가도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어제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동생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깨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참고로 동생은 나와 띠동갑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늦잠 자는 동생을 내가 깨우는 일만 있었다.
부탁을 들은 동생이 좀 당황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문을 두드리고 불을 키는 동생 덕분에 깼다. 해롱거리며 침대에 누워있자 다시 들어와 깨우고 간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아침 운동도 할 수 있었다.
내일은 깨우자마자 침대를 박차고 나가는 게 목표다. 점점 리듬을 돌려보자.
매달 재무현황을 기록한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엑셀 시트에다가 예적금 등 재산 현황을 적어놓는 간단한 작업이다. 돈을 얼마큼 모았는지 한 달 단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오늘 그 작업을 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6월보다 재산이 몇백만 원 줄어든 거다. 은행 앱을 들어가서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몇백만 원이 빠진 걸까.
몇 분을 씨름하다 이유를 깨달았다. 6월 기록해놓은 숫자가 잘못된 것이다. 만기 된 예적금을 지우고 새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빠뜨린 게 있는 거였다. 그걸 감안하니 금액이 얼추 맞는다.
돈을 실제로 번 것도 아닌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1%도 안되는 예금금리를 보자니 한숨도 나온다. 돈을 어떻게 모으고 불려야 할까. 고민이 많아진다.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어간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보내는 게 말이다.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몇 달 동안은 오히려 아침에 남는 시간을 활용했다. 운동도 더 하고 영어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뭉그적 대며 일어나지 않고 마지노선이 되어서야 일어난 지 두 달이다.
바꿔 보려고 이런저런 시도도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뿐이고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어젯밤 깨달았다. 내가 목표를 잃고 헤매고 있다는 걸 말이다. 예전에는 뭔가 달성하고 싶거나 되고 싶은 모습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잘 없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에 실망한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집안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탓에 더더욱 힘이 나질 않는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답답하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몸과 정신이 축 처지고 있다. 얼굴 표정에서도 그게 보인다. 예전에 열정 넘치고 밝디 밝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찾고 싶다.
읽은 책이 어느 정도 쌓일 때면 모아서 밖으로 나간다. 집 근처 예스24 매장에 중고로 팔기 위해서이다. 잘 해봐야 반값까지 받을 수 있지만, 두고두고 읽을 책이 아니라면 이렇게 과감히 판다.
오늘도 몇 권 들고 갔다가 조금은 짜증 나는 경험을 했다. 책 상태를 보고 판매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직원이 예상 밖의 요구를 한 것이다. 바로 책 바코드를 덮고 있는 스티커를 떼 달라는 것. 그 스티커는 예스24에서 중고로 산 책에만 붙어있는데, 알라딘의 것과 다르게 여간 끈적끈적한 게 아니었다. 심지어 그 스티커에도 바코드가 있지만 매장 내 POS로는 인식이 안되는 이상한 바코드였다.
이전까지는 직원이 ISBN 숫자를 직접 입력해 판매 가능 여부를 확인했는데, 아마 이 직원은 그게 귀찮았나 보다. 잘 떼어지지도 않는 스티커를 긁어내자니 짜증이 올라왔고, 심지어 그게 당신네 회사에서 붙인 거라는 사실에 더 황당했다.
그러던 중 문득 깨달았다. 아 저 직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구나. 본인이 귀찮은 걸 손님에게 시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난주 회사에서 있던 일이 생각났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짧게 생각하고 대충 해결하려다가 매니저에게 반대 의견을 들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래야 후회도 없고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 말이다.
입원해 계신 할머니를 뵈러 병원에 갔다. 주무시고 계시는 할머니의 숨소리가 지난주보다 고르다는 사실에 마음이 좀 편해졌다.
잠에서 깬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의 어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할머니가 더운 여름날 낑낑대고 병원에 갔다고 한다. 그런데 에어컨이 시원한 병원에 계시다 보니 밖이 더운지 몰라서인지 할머니에게 왜 이렇게 땀을 흘리냐고 물어보셨다고 한다. 기껏 고생해서 병원 왔는데 그런 질문을 받은 할머니는 짜증을 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그때 짜증 낸 게 너무 후회된다고.
우리 할머니 인사도 잘 하신다. 간호사가 중간에 확인차 오자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하신다.
우리 할머니 정말 좋은 분인데 제발 아프지 않게 편안히 지내다 가시면 좋겠다. 나를 그렇게 이뻐해 주시는데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