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휴대폰 치우기

어머니가 유튜브 영상을 공유해 줬다. 이번에는 시간관리에 대한 영상이었다. 영상에서는 중요한 일을 집중해서 처리하는데 방해요소로 휴대폰을 꼽았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놓으라는 팁을 줬다. 그러면 집중해서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책상 앞에 앉아있을 때 휴대폰을 뒤집어놓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봤었다. 눈에서 안 보이게 하는 건 시도해본 적 없기에 한번 따라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침대 이불 밑에 휴대폰을 갖다 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정말 훨씬 집중해서 할 일을 한 것이다. 눈앞에서 사라지니까 휴대폰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다. 자꾸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자기 자신이 싫다면 한번 시도해보길 강추한다.

간만에 축구 중계

코로나 유행 이후에 사라진 일상 중 하나는 주말 축구 중계이다. 응원하던 EPL 팀의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축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취소되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몇 달 만에 주말 축구 중계를 보게 되었다. 무관중 경기이다 보니 선수와 감독들이 외치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게 색다르다.

방금 선수가 부상당하고 고통스러움에 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애초에 부상이 많은 팀인데 심란하기 그지없다. 남아있는 시즌 잘 마무리되고 다음 시즌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좋겠다.

동생이 말이 많아졌다

동생이 말이 많아졌다. 띠동갑 남동생은 한없이 무뚝뚝한 녀석이다. 말을 걸면 단답형으로 필요한 대답만 한다. 용건이 있지 않고서야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없다. 내성적인 성격까지 갖추고 있어 같이 있으면 재미있기가 힘들다.

이런 동생과 친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유럽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그리고 부모님과 동생이 대립하고 있을 때면 웬만하면 동생 편에서 이야기했다.

그래서인지 이 녀석이 나한테 예전보다 훨씬 편하게 대한다. 그리고 말도 많아졌다. 공익 근무 중에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털어놓는다. 게다가 코로나로 재택근무하면서 매일같이 가족 저녁식사를 하다 보니 이 녀석 말을 들을 때가 많다.

이런 동생의 변화가 참 반갑다. 급기야 오늘은 밥 먹다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냐며 웃으며 한마디 했다. 하지만 동생은 꿋꿋이 더 말을 한다. 그게 참 보기 좋았다.

띠동갑 형한테 점점 편하게 대하는 동생이 참 좋다.

피곤한 목요일

오늘은 특별히 더 피곤한데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저녁 먹고 나서 일을 마무리하고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기웃기웃했다. 운동을 하려고 했으나 움직이기 싫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안 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귀찮기도 하지만 이래서 서로 으샤으샤하는게 중요한가 보다. 글 쓰고 인증을 빼놓기 싫었다.

이제 내일이면 금요일이다. 이번 주도 어떻게 하다 보니 거의 지나갔다. 원하는 흐름대로 지나가지는 않았지만 기운을 내서 마무리하자.

파리 목숨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있다.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지경이라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파리를 잡는다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이 녀석 굉장히 빠르다. 방향 전환도 자유자재로 한다. 좌회전 우회전하려고속도를 줄이거나 그런 게 없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싶어 일어나면 어디론가 사라져있다. 포기하고 파리채를 내려놓으면 귀신같이 나타나 알짱거린다.

우리 조상님들 시대의 파리는 굼벵이 같은 속도였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파리 목숨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리가 없다. 아니면 파리 잡기의 달인이었나 보다. 그래 그게 더 알맞은 해석이겠다.

조상님들께 여쭤보고 싶다. 파리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건가요?

일어나서 나아가자

영어를 잘 하는데 관심이 많다 보니 구독해놓은 유튜브 채널이 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섀도잉 방법으로 몇 달 동안 꾸준히 그걸 연습하는 과정을 올리는 채널이었다.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도 멋지고,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게 확연히 보여서 주변에 동기부여용으로 자주 소개하는 채널이다.

그 채널에 어제는 평소와는 다른 영상이 올라왔다. 유튜버 생활을 시작하기 몇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배낭여행, 늦은 워킹홀리데이, 마사지사 활동 등을 거쳤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자존감이 무너지고 정체감에 휩싸였을 때, 작은 성취감과 정신승리로 조금씩 일어났다는 그. 포기하지 않은 용기가 멋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포기하지 않고 구렁텅이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히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박찬호가 있다. 메이저리그 최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스스로를 돌보고 앞으로 나아갔던 그를 좋아한다.

뭔가가 마음대로 잘되지 않고, 한없이 축축 처지는 요즘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사람들만큼 힘든 시기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매우 좋은 시기도 아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붙잡고 조금씩 일어나 봐야겠다.

부모님의 원칙

친가와 외가 모두 친척들에게 내 이미지는 매우 좋다. 가끔은 실제보다도 훨씬 더 좋게 평가해주고 이야기해준다는 느낌이 들어 민망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미지가 좋은 이유는 팔 할이 부모님 덕분이다. 나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갈등이 있더라도,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절대 친척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면에 잘한 일은 크게 알린다. 예를 들어 오늘 외할머니와 어머니, 이모, 외삼촌들 모인 자리에서 외할머니께서 내 칭찬을 그렇게 하셨다고 한다. 몸이 편찮으신 외할머니에게 맛있는 거 사드리라며 어머니께 돈을 드린 적이 있었다. 이걸 가지고 어머니가 내가 샀다고 하면서 외할머니께 맛있는 도시락을 배달시켜드렸는데, 외할머니가 이걸 여러 번 말씀하셨다는 거다. 어머니가 기획부터 실행까지 다 했지만, 외할머니께는 내가 한 거처럼 말씀드렸다고 한다. 참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가족과 자식의 어두운 면은 숨기고 밝은 면을 강조하는 원칙은 내가 가정과 자식에게 꼭 적용하고 싶다. 그래야 안 좋은 일은 가능하면 안에서 해결하고, 좋은 일을 널리 널리 알려질 테니 말이다. 부모님도 절대 밖에서 자식 흉보지 말라는 이 원칙을 당신들의 부모님께 배웠다고 한다. 세대를 이어가며 내려오는 지혜인 셈이다.

소개팅 앱 자기소개서

오늘 소개팅 앱에 사용할 자기소개서(?)를 정리했다. 소개팅 앱마다 요구하는 질문의 내용이나 깊이가 조금씩 다르다. 아무래도 앱마다 사용자들의 특징이 다르고 추구하는 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진지한 관계를 추구하는 앱을 고른지라 쉽지 않은 질문이 많았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 그리고 여러 특징 중에서 나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나 사건들을 뽑게 된다. 그렇게 뽑은 것들을 내용을 읽게 될 상대방을 고려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버무려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간결하게 적어야 한다.

사실 좋은 글쓰기에 해당하는 원칙은 좋은 자기소개서에도 많이 적용된다. 간결하고,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주제, 즉 나를 드러내야 한다. 그게 소개팅 앱용 자기소개서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

사촌 여동생에게 검수까지 받은 버전이니 한번 기대해봐야겠다.

집에서 타코 만들기

지난 토요일 저녁 멕시칸 요리를 시켜먹었다. 타코, 퀘사디야, 치미창가를 주문했다. 특히 아버지가 눈이 번쩍 떠질 정도 였다며 연신 좋아하셨다. 그러면서 어머니랑 집에서 타코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재료나 조리법이 특별히 복잡하지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구로 타코 쉘과 시즈닝을 주문했다.

드디어 오늘 저녁 타코를 만들어보았다. 고기를 볶으며 타코벨에서 나온 시즈닝을 부었더니 갑자기 멕시칸 향이 확 올라왔다. 볶은 고기, 토마토, 치즈, 양상추를 타코 쉘에 넣고 한입 베어물었다.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할라피뇨를 넣어보니 훨씬 맛이 좋아진다. 그리고 타코 쉘을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더니 훨씬 바삭바삭해진다.

그렇게 해서 타코를 10개 넘게 만들어 온 가족이 나눠먹었다. 맛있는거 먹는 것도 좋지만, 만든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것만큼 좋은게 없다. 재료를 손질하고 만드느라 손을 몇번 씻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뿌듯했다.

마감 직전 글 휘갈리기

오늘이 가기 전까지 15분이 남았다. 그 시간 안에 글을 써야만한다. 그래서 달리는 택시 안에서 휴대폰 자판을 쉴새없이 두들기고 있다.

코로나로 지하철이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끊긴 이 밤. 일행을 중간에 내려주고서 택시는 계속 달리고 있다. 같은 서울이지만 거의 와본적 없는 이 곳이 생경하다.

이제 14분이 남은 이 시간. 인증을 위해 글을 황급히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