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배울 수 없는 일

과거로부터 배워야하는 법이다. 하지만 산책을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을 잘 못 내리겠다. 왜냐하면 지금 고민하고 있는 내용은 비슷한 사례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외로 문제없는 좋은 선택일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 속을 채운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기본 전제 자체가 틀린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할지.

긴가민가

긴가민가한 선택을 앞두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고르고 분명히 후회할 것만 같은 선택지라고 여기면서도, 실제로는 좋은 선택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일단 해보라고, 해보고 아니면 후회하고 그러면서 배우는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생각하려 하지만 이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일까.

이상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증시 상황

코로나로 일상에는 어둠이 드리우고 우울감이 사람들을 몇달째 사로잡고 있다. 각국 정부에서 사력을 다해 경제 심정지를 막고자 돈을 공급하고 있다. 모두가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증시와 심지어 한국 증시는 엄청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나스닥은 역대 최고점을 돌파하며 지수 1만포인트를 향해 달려가는 중. 미국 전역은 코로나와 시위대로 시끄러운데, 주가지수는 나홀로 행보를 거듭한다.

경제 전문가가 아닌지라 이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건 무리다. 사실 전문가라고 해도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예측한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냥 이상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아무리 실물경기와 주가지수는 일대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말 이상하다. 특히 파산 신청한 렌터카, 셰일 에너지 회사의 주가가 몇일만에 7배가 오르거나 하는건 정말 이상하다.

올해는 참 이상한 일 많이 본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첫 직장 사무실

첫 직장 사무실 근처를 평일 낮에 가는건 정말 몇년만이었다. 휴가를 내고 마침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간 적은 있었지만, 사람이 가장 붐비는 이 시간대는 가본적이 없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건물 지하를 둘러봤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가게들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가게들이 생각남과 동시에 거기에서의 추억도 떠올랐다. 친구와 점심 먹고 디저트를 먹으며 수다 떨었던 그 곳.

10년 전 졸업과 동시에 그곳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5년의 시간을 보낸 후 퇴사하고 나서는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좋은 기억이 많았고, 나오고 나서 좋은 기억이 더 증폭되었던 그곳. 마치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 근처에 가는 느낌이라서 일부러 피했었다.

시간이 지나 함께 일했던 분들은 다른 사무실로 옮겨가고 나서야 조금은 용기가 났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반가워하고, 변한 것은 아쉬워하고 그랬었다. 그리고 오늘은 평일 낮의 모습까지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워했던 것은 그곳에서 보낸 내 20대의 절반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어리숙했고 그러다보니 패기와 용기가 넘쳤던 그때의 나를 그 곳에 가면 잘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여전히 잘 모르지만 어떻게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의 나를 응원한다.

솔직한 욕망을 끄집어내기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원제만 보면 종교 서적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A Spiritual Path To Higher Crativity) 글쓰기 방에서 어떤 분이 추천한걸 보고 별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다.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지만 정말 쉽지 않다. 어떤 글을 써야할지 고민이고, 쓴 글도 마음에 들지 않다. 특히 원래 마음 먹었던 주제, 예를 들면 업무 내용이나 학습 팁 같은 거는 더더욱 잘 써지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일상 속에서 있었던 일, 느꼈던 일을 적는 에세이를 쓰게 된다.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아직 절반 정도 읽었지만, 주변의 시선 – 특히나 비판과 조소 -을 신경쓰지말고 정말 원하는걸 자유롭게 발현하라는게 핵심 주제인 것 같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예를들면 ‘바보 같이 비춰지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일 5가지’ 등이다. 모르겠다 나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웠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런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을줄은 몰랐다. 그래서 결심했다. 하던 그대로 일단 뭐라도 매일매일 쓰는거다. 쓰다보면 결이 보이고 연결이 되고, 그러다보면 나를 조금이라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위로를 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시간을 맞춘다는 것

아무리 흔들어도 손목시계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걸 발견한건 몇일 전이었다. 평일에는 재택근무, 주말에는 약속 없이 집에만 계속 있다보니 시계를 찰 일이 없었다. 움직임을 줘야만 시간이 가는 시계였다. 조금만 흔들어주면 이내 초침이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시계가 고장나면 의례 들르던 종로 시계방에 들고 갔다. 태엽을 연결해주는 부분이 끊어졌다고 한다.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시계방의 다른 사장님이 전화기를 붙들고 수리 중인 시계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걸 발견했다. 전화기에서는 띡띡띡 삐 하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렇다 아저씨는 시간을 알려주는 전화번호로 전화해 시간을 맞추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수리 중인 시계 초침이 정확한 간격으로 흐르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정확한 시간을 안다는게 쉽지 않았다. 휴대폰도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정각마다 보여주는 시계를 기다렸다. 시간이 많이 어긋나있는 시계를 붙잡고 정각 땡 할때 용두를 눌렀었다. 그러고서는 정확한 시계를 가졌다며 좋아했었다.

요즘은 시간 알기가 식은 죽 먹기만큼 쉽다. 어쩌면 너무 쉬워서 그 가치를 잊을 때도 있다. 시간을 맞춘다는 것, 정확한 시계를 갖는다는 것 그게 소중하다는걸 오늘 떠올려본다.

금요일 밤은 팝콘

금요일 밤은 위로의 밤이다. 평일 내내 일하느라 고생한 나를 위한 의식이 펼쳐진다. 캔맥주가 열리고 옥수수로 팝콘을 만든다. 아 물론 자동은 아니다. 내가 직접 하는거니까.

오늘은 새로운 팝콘 옥수수를 개봉했다. 유기농 무농약이라고 적혀있으니 왠지 더 맛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사실 가격이 더 비싼 녀석이니 맛이라도 더 있어야한다. 인지상정이다.

완성된 팝콘을 보니 이전 옥수수로 만든 것보다 색이 좀 더 뽀얗다. 얼른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앗 그런데 오늘 글쓰기를 아직 안 했다. 모임 첫날인데 까먹기 전에 글부터 올려야겠다.

허겁지겁 폰으로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른다. 이제 팝콘을 드디어 먹는다.

수면 우파 좌파

잠을 잘 때 똑바로 누으면 잘 못 자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한쪽으로 몸을 돌려서 자는데, 왼쪽과 오른쪽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

왼쪽으로 누으면 좀 더 편하다. 오른손으로 휴대폰이나 책을 만지기도 좋다.

반면 오른쪽으로 누으면 어색한 느낌이다. 뭔가가 턱하고 걸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보통은 왼쪽을 선호한다.

한쪽으로 돌려서 자는게 건강에 좋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똑바로 누워있으면 잠이 잘 오지 않으니 그것도 문제다.

하는 만큼만 봐주길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인정이나 평가는 그만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을 게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생각을 막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회사에 공정함을 바라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주어졌으면 참 좋겠다. 주어지는 게 아니라면 내가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일 텐데, 사실은 방법을 잘 모르겠다. 특히 둘러싼 환경이 조금씩 더 막막하다.

그래도 어쩌겠냐 싶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버티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을. 그나마 뭔가를 배우고 있고, 실력이 늘고 있다는 느낌 – 정말 느낌 만일 수도 있겠지만! – 그걸 위안 삼아서 이 악물고 지내보자. 아직 황금기는 오지 않았다.

회사 생각이 떠오른 아침

알람 소리를 들었지만 일어나기 싫어서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생각은 회사 업무와 관련된걸로 뻐치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소스라쳤다. 이정도로 회사 일에 묶여있다니 말이다.

회사에 관해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튀어오른다. 전원을 꺼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업무에 대한 관심에 비하면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관심은 그정도는 아니다. 연세가 드실수록 병원과 친해지시는 우리 부모님의 질환들 잘 기억이 안난다. 눈 어딘가가 안 좋다는건 알고 있는데 그게 정확히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겠다. 그리고 회사 일이 생각나지 않도록 하는게 필요하겠다. 전원을 꺼버릴 수 있는 방법이나 머리를 비울 수 있는 방법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