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

돌은 던져도 이내 잔잔해지는 호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예상치못한 일이나 마음을 갉아먹는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언제그랬냐는듯 털어버리는 그런 사람 말이다. 좋은 일이나 흥분되는 소식에도 기분좋음은 간직한채 이내 평온해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기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건 참 쉽지 않다. 주체할 수 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바라보고 있자니 몸도 함께 흔들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을 연습하는 수밖에.

산책의 힘

재택근무하는 날이면 저녁 먹고 산책 다녀오는게 일상이 되었다. 저녁 먹은걸 소화 시키고, 비깥 공기를 쐬는 것도 있지만, 복잡한 머리 속이 조금 정리되기도한다.

오늘 산책은 더더욱 좋았다. 아직 완전한 어둠이 내리기 전의 풍경과 어둠이 짙게 깔림 풍경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게다가 덥지도 춥지도 않아 기온도 적당했고, 특히 공기도 매우 깨끗했다.

걸으면서 고민거리들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한걸음 한걸음에 정신을 쏟으며 걷기 명상을 실천했다. 한발한발 내 뜻대로 온전히 걸을 수 있다는건 참 행복한 일이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이제 다시 기운을 내야겠다.

잠 못 이루는 밤

이상하게 잠에 쉽사리 들 수 없었던 어제. 불현듯 찾아온 생각.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쉽사리 답할 수 없었다.

한해 한해 지나가면서 나를 수식하는 나이라는 숫자는 무게를 더해간다. 예전처럼 몸이 가뿐하지 않을 때, 얼굴에 생긴 주름을 발견할 때,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걸 깨닫는다.

나이는 늘어가지만 지혜는 그만큼 늘지 않았고,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지만 정작 만나는 사람은 줄어든 나라는 사람.

과연 잘 살고 있는걸까. 쉽사리 답할 수 없다.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확인하는 간단한 질문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목표를 발견하거나 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목표를 찾기 위해서는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이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는데, 그중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질문을 해보자.

“평생 돈 걱정 없이 원하는 걸 하면서 살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몇백억 몇천억 규모의 돈이 갑자기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혹은 이런 질문도 좋다.

“하고 싶은 일을 아무런 제약 없이 할 수 있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회사, 직업 등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이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보다 중요한 건 왜 그런 답을 했을지를 곱씹어 보는 것이다. 나는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되면, 글이나 강연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걸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답변이 나왔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좀 더 파고들어가 보니,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내 가치를 확인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처럼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대면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다. 오늘 5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해보는 건 어떨까?

영어 공부법 – 문단 외워서 정확히 베껴쓰기

유튜브는 내가 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관련 영상을 열심히 추천해주는 걸 보면 말이다. 영상들을 보면서 혹시 써먹을만한 내용은 없는지 열심히 참고하고 있다. 그러던 중 오늘 새로운 공부법을 알게 되어서 실제로 해봤고, 만족스러웠다. 좀 더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고 문장을 쓰고 싶어 하는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 같아서 소개한다.

바로 영어 기사나 책의 한 문단을 통째로 외우고 정확히 베껴쓰기이다. 세상에 없던 방법은 아니다. 통번역 대학원에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눈으로 읽거나 심지어 소리 내어 읽었을 때, 다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도 직접 쓰려고 하면 the, a 등 관사부터 시작해 어순마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외워서 직접 써보는 과정을 통해 이런 사소한 차이를 깨닫고, 정확한 영어를 익히는 게 목적이다. 특히 한국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콜론(:), 세미콜론(;), 대시(-) 등 문장 부호의 활용법도 계속 연습할 수 있다.

좋아하는 책인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책으로 한번 연습해봤다. 쉽지 않았다. 세 문단을 정확하게 베껴 쓰는데 거의 40분이 걸렸다. 다 외웠다고 생각하고 막상 써보면, 관사나 문장부호가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실력이 느는 느낌이 들었다.

당분간은 팟캐스트 대본 따라 읽기 대신 이걸 해볼 예정이다. 대본 따라 읽기 참 좋다고 강추한다는 글을 며칠 전에 썼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 딱 맞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면 말 바꾸는 것도 타당하지 않을까! 새로운 방법을 적용해보고 어땠는지 다시 후기를 올리겠다.

친구의 결혼식을 가다

친한 대학교 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눠봤을 때, 거의 해탈한 느낌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상황이 바뀌어서 사람들이 얼마 올지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게다가 야외 결혼식이어서 날씨마저 변수였다. 친구에게 준비마저 잘하라고 덕담하고서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런.

아니나 다를까 점심때까지 비가 왔다. 그러다가 하늘이 저버리지 않았는지 비가 멈추고 화창해지기 시작했다. 결혼식 시간인 5시 즈음이 되자 해도 꽤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온도는 적당했고 비가 선물해준 촉촉함으로 결혼식장의 나무들은 싱그러운 내음을 선사했다.

대부분의 하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끼리는 얼굴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누군가가 인사하길래 봤는데 누구였더라 하며 정적이 몇 초간 흐르는 민망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래도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 친구들은 결혼식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뒤편에 모여서 근황도 이야기하고 고민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축가를 부르고 있었다. 대학교 친구들끼리는 대학생 때 놀던 것처럼 대한다.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짓궂은 농담과 30대 중반의 연륜이 느껴지는 말들이 오고 갔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스크를 벗고 밥 먹기는 싫어서 30분 정도 식을 보다가 돌아가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던 친구의 차를 얻어 탄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작년 말에 보고 못 본 친구와 좀 더 깊은 근황을 공유하고, 조만간 제대로 한번 보자는 약속을 남긴 채 헤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는 모임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이 사태가 계속된다면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보게 된다. 그래도 소중한 사람들과는 만나고 지내야 할 테니 말이다.

습관 만들기 – 첫번째 행동의 힘

습관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건 무엇일까?

글쓰기와 영어 공부를 위해 5시 즈음 일어난 지 2주 정도가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지는 못했지만, 이틀 연속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없었다. 그렇다고 일어나는 게 매우 쉬워진 건 아니다. 매일 더 자고 싶다는 생각과 싸운다.

일찍 일어나는데 중요한 행동은 두 가지이다. 첫째, 알람을 끄고 불을 켠다. 둘째, 불을 켜고 다시 눕지 않는다. 불을 켜면 일단 정신이 번쩍 든다. 다시 눕지 않고 화장실 등을 다녀오면 움직임 때문에 몸이 한결 활기차 진다. 그러다 보면 잠이 어느 정도 달아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어렵다. 알람을 끄고 나면 불을 켤지 말지 마음속에 갈등이 일어난다. 악마는 달콤하게 외친다. 그냥 다시 누우라고 말이다. 그때 불을 켜는 순간 모든 게 결정된다.

첫 번째 행동을 하고 나면, 두 번째 행동은 상대적으로 쉽다. 따라서 첫 번째 행동을 쉽게 만들어야 한다. 도미노처럼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아마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시스템이 있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스마트 전구와 휴대폰을 연동하면 가능하다)

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겠다. 잊지 마라.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행동에 초점을 맞춰라.

명상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명상을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뭐라도 해야 했던 시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게 명상이었다. 책도 여러 권 읽고, 상하이까지 가서 수업도 받고 하면서 명상에 대해 조금은 더 종합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명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꽤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활동이다. 그래서 주변에도 많이 권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꺼낼 때면 무슨 신비로운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해를 돕고자 몇 년 전 회사에서 명상 모임을 운영하면서 만들었던 설명 자료를 공유하려고 한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을 참고해 작성했다.

 

Q. 명상은 신비로운 것 아닌가요?

A. 명상은 정신훈련입니다. 말하자면 헬스장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다 보면 더 많은 무게를 들고, 더 오랜 시간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자기 자신이 좋아집니다. 마찬가지로 명상을 계속하면 더욱 활력이 넘치고 평온해지며 즐거워집니다.

Q. 마음챙김 명상이란 무엇인가요?

A. 1979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의료기관, 기업, 학교 등에서 인정받은 전 세계적 명상 프로그램입니다. ‘특별한 방식으로, 즉 의식적이고 비판단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판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명상입니다. (이하 명상은 마음챙김 명상을 의미함)

 

Q. 명상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나요?

A. 주의력과 메타 주의력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능력을 훈련시킵니다. 주의력은 익숙한 개념이겠지만, 메타 주의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주의가 곁길로 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능력입니다. 자전거를 탈 때 왼쪽으로 기울어지면 오른쪽으로 조절하고,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 왼쪽으로 조절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메타 주의력이 강해지면 한눈파는 주의력을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고, 주의력을 회복하면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Q. 명상 중 어디에 주의 기울여야 하나요?

A. 호흡에 부드럽게 주의를 기울이면 됩니다. ‘마치 숨쉬기에 목숨이 달린 것처럼 호흡하라’라고 했습니다.

 

Q. 명상 중 딴생각이 들면 어떡하나요?

A. 명상 중 딴생각이 들면 스스로가 명상을 완전히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주의력을 붙잡아올 때마다 우리의 주의력 근육은 조금씩 성장합니다. 딴생각이 드는 경우 첫째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냥 인정합니다. 둘째, 판단하거나 반응하지 않고 경험합니다. 셋째, 만약 반응해야 한다면 – 예를 들어 몸이 가려워 참겠다면-의도, 움직임,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세요. 넷째, 그것이 떠나가려고 하면 보내주세요.

 

Q. 어떤 자세로 해야 하나요?

A. 어떤 자세로든 다 가능합니다. 전통적인 불교에서는 주요 명상 자세를 네 가지로 정해 놓고 있는데, 앉기, 서기, 걷기, 눕기입니다. 자신에게 적합한 명상 자세를 선택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바로 오랜 시간 청명한 정신과 편안한 상태를 동시에 유지하게 해주는 자세라는 점입니다. 눈은 떠도 되고 감아도 됩니다.

 

Q. 몇 분 정도 해야 하나요?

A. 꾸준히 할 수 있으려면 부담 없이 짧은 시간이 좋습니다. 매일 2분씩만이라도 명상하길 권합니다. 이게 익숙해진다면 차츰 시간을 늘려가면 좋지만, 긴 시간 때문에 하기도 전에 부담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지하철 희로애락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가장 중요한건 자리에 앉는 것이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찬 지하철이라면 일단 올라타는 것이 중요하기에 논외로 하자. 듬성듬성 공간이 있지만 앉을 자리는 없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경우 빨리 내릴 것처럼 보이는 사람 앞에 서는게 중요하다. 그 사람의 움직임을 주시해야한다. 그렇다고 주변 상황을 살펴보는걸 게을리할 수는 없다. 뒷편에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치열한 눈치 싸움이 펼쳐진다. 지하철 경력이 오래되었다면 각자 나름의 가설을 갖고 있다. “금융권 종사자인 것 같으니 여의도에서 내릴거야”, “대학생인 것 같으니 영등포구청역에서 내릴거야” 등 말이다. 하지만 가설이 늘 맞는건 아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채 출근길 내내 서 가는 경우도 있다.

앞 사람이 예상처럼 내리지 않으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간과했던 뒷 사람이 먼저 내리면 아쉬움이 몰려든다. 그러다가 자리가 나서 앉으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 지하철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퇴사 소식을 듣는다는 것

회사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의 퇴사 소식을 듣는건 늘 슬픈 일이다. 특히 힘든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저 분 괜찮네” 생각했던 사람이 나가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제도 누군가가 퇴사 소식을 전했다. 어제가 마지막 출근일이라고 말이다. 사실 낌새를 느끼고는 있었지만, 물어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소문에 매우 늦는 사람이라서 당사자에게 직접 듣지 않는한 심지어 퇴사 후 아는 경우도 있다.

왜 이제서야 말해주는걸까, 조금 더 일찍 말해줬다면 커피라도 한잔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몰려온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재택근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그것도 쉽지 않았을거라는게 더 아쉽다.

퇴사한 이의 행복을 빈다. 천년만년 다닐 수는 없는 이 회사. 그동안 고생했고, 안 좋은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길. 언젠가는 다시 같이 일할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