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다음 생애에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고 여기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거의 없다. 물론 모든 면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나이 한 살 차이에도 서열을 매기는 문화나 굉장히 경쟁적인 분위기에 몸서리칠 때도 있다. 그래도 좋아하는 거에는 변함이 없다.
몇 년 전부터 생각했고, 최근에서야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이론이 하나 있다. 어쩌면 지금이 한국 역사상 최전성기라는 거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경제규모와 군사력 등 하드파워가 강하다. 2019년 기준 총 GDP가 세계 12위, 군사력 순위는 7위이다. 초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여서 그렇지,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주 상위권 국가이다.
- 5100만 명 인구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세계 26위 수준이다. 심지어 5천만 명 이상 인구 국가 중 1인당 평균 GDP가 3만 달러가 넘는 국가는 7개밖에 없고, 한국은 그중 하나이다.
- 문화적 영향력도 강해졌다. BTS와 K pop의 성공은 ‘국뽕’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영화 ‘기생충’의 성공도 강해진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이 최전성기라는 건 앞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인구가 많은 저개발 국가들이 경제 성장할수록 경제규모는 밀릴 것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인구가 감소할 예정이다. 주변을 봐도 결혼도 안 하고 애도 갖지 않는다. 문화적 영향력은 위 두 개보다는 더 길게 이어질 수 있겠지만 더 강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전성기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십 년이 지난 후,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면 서글플 것 같기도 하다. ‘화무십일홍’이겠지만, 계속 한국을 좋아하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