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이 한국의 최전성기

나는 한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다음 생애에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고 여기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거의 없다. 물론 모든 면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나이 한 살 차이에도 서열을 매기는 문화나 굉장히 경쟁적인 분위기에 몸서리칠 때도 있다. 그래도 좋아하는 거에는 변함이 없다.

몇 년 전부터 생각했고, 최근에서야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이론이 하나 있다. 어쩌면 지금이 한국 역사상 최전성기라는 거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경제규모와 군사력 등 하드파워가 강하다. 2019년 기준 총 GDP가 세계 12위, 군사력 순위는 7위이다. 초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여서 그렇지,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주 상위권 국가이다.
  2. 5100만 명 인구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세계 26위 수준이다. 심지어 5천만 명 이상 인구 국가 중 1인당 평균 GDP가 3만 달러가 넘는 국가는 7개밖에 없고, 한국은 그중 하나이다.
  3. 문화적 영향력도 강해졌다. BTS와 K pop의 성공은 ‘국뽕’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영화 ‘기생충’의 성공도 강해진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이 최전성기라는 건 앞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인구가 많은 저개발 국가들이 경제 성장할수록 경제규모는 밀릴 것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인구가 감소할 예정이다. 주변을 봐도 결혼도 안 하고 애도 갖지 않는다. 문화적 영향력은 위 두 개보다는 더 길게 이어질 수 있겠지만 더 강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전성기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십 년이 지난 후,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면 서글플 것 같기도 하다. ‘화무십일홍’이겠지만, 계속 한국을 좋아하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영어 공부법 – 팟캐스트 대본을 활용한 쉐도잉

이 글을 써도 될지 고민되었다.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불만족스럽고 좌절감도 많이 느낀다. 그런 사람이 공부법을 공유하는 게 맞는 걸까.

하지만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효과적이고 좋은 공부 방법들을 열심히 찾고 시행착오도 거쳤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공부법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공유한다.

먼저 이 공부법은 “쉐도잉”이라는 방식에 근거하고 있다. 원어민이 말하는 걸 듣고 소리 내어 따라 말하는 걸 반복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연습하면서 듣기와 말하기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고, 주변에 적극 권하고 있다. 쉐도잉의 효과를 보여주는 영상은 아래 있다.

이렇게 쉐도잉을 할 때 중요한 건 본인이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의 영상이나 음성을 찾는 거다. 흥미가 없으면 힘들게 소리 내어 따라 읽어도 재미가 없고, 그러다 보면 꾸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미티영이라는 어플로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흥미에 맞는 주제를 찾기 어려워졌다. 그러던 중 팟캐스트를 이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팟캐스트 대본을 활용한 공부법을 소개한다.

1. 관심 있는 영어 팟캐스트 중 대본이 있는 것을 고른다.

대본이 없으면 정확한 해석과 공부가 어렵다. 다행히 몇몇 팟캐스트들은 에피소드마다 대본을 제공한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보자/중급, 고급

내가 선택한 건 <Masters of Scale>이다.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만이 인터뷰어로 나와서 여러 기업가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이다. 즐겨 듣기도 했고, 주로 회사에서 사용할만한 표현이 많은 점이 끌렸다. 에피소드당 길이도 30~40분으로 적당했다.

2. 공부할 에피소드를 조금이라도 듣는다.

보통 한주의 한 에피소드를 공부한다. 새로운 에피소드로 시작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듣는다. 이렇게 하면 이번에는 어떤 목소리와 억양이 등장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3.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는다

1~2문 장마다 끊어서 듣고 따라 한다. 이때 최대한 말하는 사람의 억양, 강세, 속도를 모방하려고 노력한다.

3. 문장에서 나온 표현을 응용해 본인의 표현을 만든다.

예를 들면 sifting(체로 걸러내다)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경우, 이 단어를 활용해 여러 가지 표현을 만들어본다.

4. 위 단계를 반복한다.

완전히 체화될 때까지 반복하는 게 새로운 걸 배우는 것보다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하는 게 좋다.

이렇게 매일 20분가량 공부하고 있다. 시간이 좀 더 많은 주말에는 1시간 넘게 할 때도 있고 말이다. 단 계속 소리 내어서 말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총 1시간을 하더라도 나눠서 하는 편이다.

액세서리 같은 잡지, 모노클

책장에 꼽아만 놔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지적 허영심, 그러니까 내가 바로 저 책을 읽는 사람이야 라고 뽐낼 수 있는 책이 하나. 그리고 보기에 예쁜 책. 모노클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잡지이다.

모노클을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편집인인 타일러 브륄레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이다. 한창 “있어빌리티”에 몰두하던 시절,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패션 등을 눈을 확 잡아끄는 세련된 디자인에 끌렸다. 영어 공부를 핑계로 몇 번 구매했지만, 당시 내 영어 실력으로 소화하기에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내 관심이 시들해졌다.

모노클이 다시 떠오른 건 몇 주 전이었다. 대학교 때부터 알던 동생이 “형은 학교 다닐 때 최신 트렌드도 열심히 찾아보고 그랬잖아”라고 말한 게 계기였다. 요즘의 내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익숙한 것만 하고, 이미 짜 놓은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독서모임을 알아봤고, 모노클을 읽는 모임을 신청했다. 그리고 읽게 된 첫 번째 책은 모노클 잡지가 아니라, 모노클을 연구한 잡지 매거진 B이다.

<매거진 B 모노클>

모노클의 특징이라면 월간지 주제에 굉장히 정성스럽게 아름답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모두가 종이 잡지는 사양산업이라고 외치고 비용절감, 디지털화가 해결책으로 검토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콘텐츠에 더 투자하고, 종이와 디자인 품질을 높여 잡지 자체의 매력을 높이는 접근을 택했다. 2만 원도 안 되는 잡지가 액세서리, 사치품이 된 것이다.

(110쪽)

타일러 브륄레는 각종 인터뷰에서 “종이 잡지를 읽지 않는다면 당신이 뭘 보는지 남이 알 수 없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내가 쓰고 경험하는 것을 통해 상대방에게 나라는 사람을 어필하는 것 역시 사치품 장신구의 주된 특징이다.

타일러는 좋은 아이디어나 심지어 글을 잘 팔리게 만드는 게 저널리스트의 기본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예전에 읽었던 <파는 것이 인간이다>가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세일즈”라는 단어는 강요하고, 끈질기고, 속이는 이미지랑 연결시킨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일을 찬찬히 살펴보면 세일즈의 연속이다. 산책 나간 김에 마트에서 계란을 사 와 달라고 가족에게 부탁하거나, 다른 부서 사람에게 프로젝트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하는 것이 세일즈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129쪽)

제 관점은 항상 같습니다. 좋은 저널리스트는 좋은 세일즈맨이라는 거죠. 당신의 이야기를 팔 줄 모른다는 건 마치 사진가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팔 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이 아무리 훌륭해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표현할 수 없고, 사람들을 찾아가고 전화를 하면서 그들이 왜 당신의 작업을 봐야 하는지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예요.

매달 한 브랜드를 정해서 심도 있게 살펴보는 매거진 B는 모노클과 굉장히 비슷하다. 읽고 버리지 않고 계속 간직할 수 있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지향점과 디자인에 대한 엄격함이 닮았다. 또한 읽는 사람의 정체성을 많이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저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람일 거다 라는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존경하는 인물의 전기를 쓴 작가의 수필 같은 느낌이 든다. 앞으로 모임에서 진짜 모노클 잡지를 풍성하게 읽을 수 있는 배경지식을 쌓은 것 같아서 좋았다.

사무실 마스크 일상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자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를 적극 장려했다. 지난 3개월간 몇 차례를 제외하면 사무실에 온 적이 없었다. 생활 방역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번 주부터 사람들이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도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쉽지 않은 문제가 생겼는데 마스크 쓴 얼굴만 보고 누군지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웬만큼 안면이 있지 않고서야 마스크 쓴 얼굴만 보고 누구인지 아는 건 쉽지 않다. 특히나 자주 보던 사람이 아니고 오며 가며 간혹 보는 사람들의 경우는 더 그렇다. 심지어 몇 달 만에 보는 사람들이라서 이름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도 저 사람이 누구였더라, 이름이 뭐였지 당황한 채 식은땀을 흘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 쓰는 사람들이 내게 언제까지 마스크를 쓸 건지 물어보기도 한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감염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써야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지만, 날씨가 더 더워지면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지내는 삶이 더 자연스러워질수록 체념과 수용 단계로 넘어가 될 대로 되라지 하며 다닐 수도 있고 말이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역사책에서만 봤던 수준의 바이러스가 내 삶에 들어오다니 말이다. 그래도 살아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그러면서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한다.

잠에서 더 빨리 깨는 법 3가지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켜 가까스로 침대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잠은 깨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침대로 돌아가 잠들 것 같은 기분이다.

읽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라며 반가워할 분들이 여러 명일 거다. 나 역시도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는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하품을 몇 번씩 했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 잠에서 더 빨리 깨는 법은 없을까?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필자가 직접 해봤을 때 효과가 느껴졌던 방법들이다.

  1. 공복에 물 마시기

기상 후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시기도 도움이 된다. 물이 위와 장을 부드럽게 자극하면서 모든 소화기관이 활기차게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찬물보다는 30도 내외 온도의 물이 더 좋다고 한다. 찬물을 마시면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자극받을 수 있고, 또한 정상 체온으로 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게 된다. 하지만 우리들끼리 이야기인데 온 몸에 퍼지는 찬물의 기운만큼 짜릿한 것도 없긴 하다.

2. 기지개

몸을 쭈욱 늘리는 기지개도 도움이 된다. 잠잘 때는 아주 적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일어나면 활동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때 몸 곳곳에 혈액이 원활히 전달돼야 하는데, 기지개를 켜면 전신에 혈액이 더 잘 돈다. 사실 이런 걸 몰라도 몸이 알아서 기지개를 켜는 경우도 있는데, 졸음을 몰아내기 위한 몸의 자율적인 반응인가 보다.

3. 얼음물 족욕

얼음물에 발을 담갔다가 빼는 족욕도 도움이 된다. 하고 나면 흡사 산림욕을 한 것 같은 청량감이 든다. 통증을 느끼는 세포와 온도를 감지하는 세포가 같은데, 차가운 온도를 통증으로 인식해 엔도르핀을 더 많이 분비하게 된다. 또한 심박수가 올라가면서 혈액순환이 더 잘되고, , 산소섭취량도 늘어난다고 한다.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실제로 해보면 온몸에 청량함이 쫙 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500ml 생수 두병을 얼려놨다가, 큰 대야에 넣고 물을 받아 매일 아침에 하고 있다.

제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지만, 일어나서 원하는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발동을 거는 것도 쉽지 않다. 위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면 보다 활기차게 아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동생 책상 정리

내게는 띠동갑 남동생이 있다. 이는 스무 살을 훌쩍 넘은 동생이지만, 내게는 여전히 어린이 같은 느낌이다. 아기 시절 기저귀 갈아주고, 무등도 태워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 그런가 보다.

동생은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그의 책장을 보면 불필요해 보이는 책과 학교 수업 프린트물이 잔뜩 쌓여있었다. 그것들을 좀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동생은 요지부동이다.

어제는 공휴일이자 아파트 분리수거일이었다. 이번만큼은 지나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저께 동생에게 조금 강경하게 말했다. 내일 책장을 같이 정리하자고 말이다. 평소보다는 덜한 뚱한 표정에 됐다 싶었다.

정리정돈이 익숙하지 않을 동생에게 먼저 원칙을 제안했다. 지난 일 년 안에 읽지 않았거나, 앞으로 일 년 동안 읽지 않을 것들을 솎아내자고 했다. 처음에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보여주면, 동생이 버려도 괜찮다, 아니 다를 말해줘야 하는데, 답변이 바로 나오지 않고 판단을 주저주저했다.

그러다가 점점 판단이 시원시원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버릴 것들이 큰 비닐 쇼핑백 두 개를 꽉꽉 채웠다. 가벼워진 책장을 보며 개운함도 좋았지만, 동생의 일상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들었고, 노트 필기는 어떻게 했었는지, 어떤 분야의 책은 더 관심 있어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정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끝이 보였다. 점점 올라오는 허기에 때마침 동생이 빙수 이야기를 꺼냈고, 빙수를 배달 주문했다. 의자에 널브러진 채 숨 돌리고 있을 때 도착한 빙수를 나눠먹자니 꿀맛이었다. 동생과 어떻게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게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영어를 잘 하고 싶은 마음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해 소망과 다짐을 조사하면 늘 상위권에 있는 항목 이 바로 영어공부이다. 그리고 어떤 연예인이 토익 점수가 몇 점이더라, 혹은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는 식의 기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도 영어를 잘하고 싶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 영어 실력은 높은 편이다. 몇 시간 동안 영어로 회의할 수도, 대화할 수도 있다. 물론 미국에서 5년 동안 살기는 했다. 하지만 실상은 한 살부터 다섯 살까지 살았고, 알파벳도 배우지 않고 돌아온 이후 한국 밖에서 살아본 적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꼴에 살다왔다고 영어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굴욕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대학교 때 친구들이 내가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이니 영어를 잘하겠다며 수업에서 같은 팀을 하자고 했다. 물론 금세 실력이 들통나고 볼멘소리를 몇 번 들었다. 그렇게 영어를 놓고 지내다가 대학교 졸업 후 쉐도잉이라는 영어 학습 방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영어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 성장이 느껴지면 재미도 따라오는 법이다. 평일에도 꾸준히 연습했고, 그러다가 외국인이 많고 영어 쓸 일이 많은 지금 회사에서도 다시 성장했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다. 한국어라면 이렇게 더 쉽고 다채롭게 이야기했을 텐데, 영어로는 그렇게 할 줄 몰라서 부족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우 짜증과 아쉬움이 확 올라온다. 한국어로 쓰는 글이라면 더 명료하고 조리 있게 쓸 수 있을 텐데, 부족한 영어 표현 실력에 신경 쓰느라 전체적인 글의 구조마저 흐트러질 때면 너무 슬프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잡고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꾸준히 해왔던 영어 문장 암기뿐만 아니라 문법 공부, 소리 내어 읽기도 하려고 한다. 문법 공부라는 걸 참 싫어했는데,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려면 문법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걸 매번 느낀다.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 늘 하는 것처럼 책도 사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건 꾸준히 하는 일뿐이다.

첫번째 아침 글쓰기

블로그를 만들고 지금까지 몇십 개의 글을 올렸다. 평일 퇴근 후나 주말 저녁 시간에 글을 썼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퇴근하고 나면 여러 가지 핑계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점이다. 야근하고서 곧바로 자야 하는 경우도 있고, 몸을 덮친 스트레스와 피로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경우도 있다. 결국 내린 결론은 꾸준히 하려면 운동처럼 출근 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 매일 글쓰기 모임을 신청했을 때도 아침에 글을 쓰려는 계획이었다. 지금도 평상시 아침 시간이 어느 것 하나 빼먹을 수 없게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라 시간을 새로 만들어내야 했다. 그러려면 30분 일찍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5시 30분에 일어나는 걸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옛날에 수원으로 출퇴근할 때 회사 통근버스를 타려고 5시 10분에 일어났었던지라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늦게 일어나서 통근버스를 놓친다면 출근길이 훨씬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이번은 그 시간에 일어나지 않더라도 “고작” 글을 못 쓰는 게 전부이다. 오늘은 좀 더 자자라는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조금 일찍 잠들었고, 5시 30분에 성공적으로 일어났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5시 55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내 하품이 나오고, 눈이 감기고 있다. 솔직히 이 글은 반수면 상태의 작품이다. 하지만 분명히 첫 번째 아침 글쓰기 결과물이다.

작가들이 입을 모아서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꾸준히 글을 쓰라는 거다. 그리고 꾸준히 하려면 시간을 정해놓고 일단 뭐라도 쓰기를 권한다. 이에 매일 아침 30분씩 글을 쓰기로 결심한 나. 스스로를 응원하며 포기하지 않고 한 달을 완주하고자 한다.

이제 다시 글쓰기다

코로나 사태 이후 주말이 더 여유로워졌다. 작년 말 끝난 연애 이후로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약속을 잡을 의지조차 없는 상태이다. 한동안은 유튜브의 영도 아래 이런저런 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는 딱히 관심이 가는 영상조차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처님 오신 날, 근로자의 날을 거쳐서 토일 주말을 합친 나흘 연휴를 만나게 되었다. 첫 번째 목표는 망가진 수면 패턴을 돌리는 거였다. 잠자리에 누워도 몇 시간 동안 잠이 오지 않고, 그러다 보니 늦게 일어나 부랴부랴 재택근무를 준비하는 생활이 몇 주간 이어지고 있었다. 이 고리를 끊고 싶었다.

나흘 연속 오전 7시쯤 성공적으로 일어나서 하루를 보내면서 뿌듯함과 함께 남는 시간도 더 커졌다. 그러면서 다시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렸다. 뭐라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려면 글쓰기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유튜브는 얼굴 팔리는 게 싫고, 적나라한 조회수가 상처가 될 것도 같고, 영상 편집에 시간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 꺼려졌다. 팟캐스트도 살펴봤지만, 뭔가 전문적으로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부담스러웠다.

이제 더 본질적인 질문은 과연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이다. 지금의 커리어, 혹은 미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 결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주제들을 생각해보니 좋은 내용을 채울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걸 깨닫고 다시 소심해졌었다. 이를 핑계로 글쓰기를 시작조차 안한지 몇개월이다.

그러다 오늘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에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그리고 주제들의 일관성이 없더라도 일단 뭐라도 쓰기 시작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중구난방으로 얄팍한 글쓰기를 이어가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는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 그리고 혼자 하는 것보다는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게 좋겠다 생각했다. 지난 2월달까지 했던 매주 글쓰기 모임과 비슷한 모임을 찾아 신청했다. 이번에는 매주 글쓰기가 아니라 매일 글쓰기이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매일 30분씩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려고 한다. 30분을 만들고자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개요를 짜고, 뭐라도 써 내려가서 발행하는 게 목표이다. 타이머도 설정해놨는데, 떨어지는 초침을 보면서 키보드 위 손가락이 더 빠르게 춤추는걸 벌써 경험하고 있다.

한 달 뒤에 돌아봤을 때, 어떨지 기대하며 그 여정을 시작한다

4일 휴가 사용기

구정 연휴에 이어서 4일 휴가를 즐겼다. 원래 계획은 즐기는 휴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 남은 사랑니 쪽에서 기분 나쁜 통증을 느낀 지가 몇 주째. 참고 참아왔던 이 녀석을 이제는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휴가를 냈다. 이번 사랑니는 보통이 아닐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휴가 첫날 만나본 치과의사 선생님은 내 계획을 무너뜨렸다. 신경과 붙어있는지라 뽑았을 때 신경손상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렸다. 당신이 10년에 한 번 정도 말리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그래야겠다면서 말이다. 4일 동안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있다가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그렸었는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그래서 특별히 누구를 만나기보다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연초에 정년 퇴임하신 아버지와 나, 어머니 이렇게 셋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면 올해 초 공익근무를 시작한 동생이 집에 돌아온다. 이렇게 4일을 주욱 보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 휴가였지만, 역대급으로 손꼽을만큼 좋은 휴가이기도 했다. 먼저 이번 분기에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던게 참 좋았다. 백미는 어제 저녁 삼겹살에 와인을 곁들이며 나눴던 대화였다. 취기가 오르다보니 좋은 대화가 많이 오갔다. 역시 술의 힘이란!

비록 사랑니는 뽑지 못했지만, 정말 소중했던 휴가였다. 내일부터 다시 힘내서 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