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에 대한 변론

출처: 중앙일보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열 걸음 남짓한 짧은 횡단보도가 있다. 출근길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횡단보도로 다가갈 때면 갈등에 빠지곤 한다. 바로 옆 초등학교로 등교하는 어린이들과 깃발을 들고 횡단보도 양옆에 늠름히 서있는 어른들을 마주치기 때문이다.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단횡단도 불사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신호가 바뀌고, 깃발이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빤히 보는 앞에서 무단횡단을 한다는 건, 마치 미래의 주역이 될 이들에게 공공질서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외치는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든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고민해봤다. 무단횡단은 옳은 것인지 아닌지 말이다. 먼저 무단횡단을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인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횡단보도의 교통신호는 운전자와 보행자 두 집단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신호체계는 정해진 시간마다 보행자-운전자를 교대로 통과시킨다. 얼마나 많은 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지, 얼마나 많은 보행자가 오가는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기술이 발달해 똑똑한 신호체계를 만든다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호를 내려줄 것이다. 그러면 차가 한대도 다니지 않을 때도 빨간 보행자 신호를 내거나, 보행자가 하나도 없을 때 차를 계속 멈추는 일이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무단횡단은 궁극적으로는 신호체계가 해야 할 일을 사람이 판단해서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글을 읽고 무단횡단을 결심하는 어린이들에게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다. (과연 이 글을 읽는 어린이가 있을까마는…)

어린이들아, 아침에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보이는 삼촌이란다. 신호가 안 바뀌었는데 마구 건너가는 바로 그 삼촌. 어쩌면 이미 무법자 삼촌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수도 있겠구나. 삼촌을 따라서 건너려면 몸과 마음 모두 더 커져야한다. 그러니까 골고루 잘 먹고, 친구들하고 사이 좋게 지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려무나.

숫자 3에 대한 헌사

출처: 펨코

몇 년 전부터 연인 관계는 아니지만 데이트하고 서로 알아가는 단계를 일컫는 ‘썸’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요즘 어린 세대는 썸 대신 ‘삼귀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글을 보았다. ‘사귀다’의 사와 숫자 4가 같은 발음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4의 앞 숫자인 3을 활용한 표현이다. 아재 개그 같은 느낌이면서 재치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때 3은 미완의 상태를 나타낸다.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가 되기 전의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 3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3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숫자이다. 어린 시절 운명의 가위바위보를 하고 나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야! 삼세판 해야지” 그렇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적당한 공정성을 의미하는 마법의 숫자이다. 그래서 야구에는 삼진아웃이라는 개념이 있다. 또한 삼발이 의자는 네발 의자에 뒤지지 않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어떤 의견을 낼 때도 세 가지 근거가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두 가지 근거만으로는 너무 부족하고, 네 가지는 좀 많은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인생이 3을 닮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모자라 곤란을 겪지도 않고, 너무 많아서 오히려 삶을 갉아먹지도 않으면 좋겠다. 또한 실패와 슬픈 일, 성공과 기쁜 일 또한 부족하지도 많지도 않은 수준으로 다가오면 좋겠다.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 또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안 좋은 일 역시도 적당하게 있으면 좋겠다. 이렇듯 ‘3의 인생’, 즉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삶이 앞에 펼쳐지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삶도 삼과 발음이 비슷하구나.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10이다. 축구에서 에이스 선수를 의미하기도 하고, 특별했던 고등학교 시절과 연관된 숫자라서

결정적 순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주제곡 “지금 이 순간”을 들으면 기분이 고조된다. 조승우나 홍광호가 부른 영상을 특히 좋아한다. 이 노래의 원제는 “This is the moment”인데, 한국말로 “지금이 바로 그 순간” 이다. 좀 더 강렬한 느낌이 전해진다.

누구에게나 “결정적 순간”은 찾아온다. 남몰래 좋아하던 그 사람과 잘 될 수 있었던 소풍날일 수도 있고, 주문한 피자를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겠다는 손님에게 면박을 주고 거절했던 몇년 전 그날일 수도 있다.

보통 그게 결정적 순간이었음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촉이 온 몸을 뒤덮을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보고니 실제로 예상이 맞았던 순간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참 현명했다. 이런 사람을 일컫어 “김치국 마신다” 라고 비유한다니 말이다.

올해 목표에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온거 같다. 이번 프로젝트를 잘 달성하면 승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승진을 목표로 일하지 말고, 열심히 잘 일하면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지만, 사실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4분기에는 조금 더 시간과 관심을 들이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잡아야겠다.

아, 그렇다고 지킬앤하이드처럼 되지는 않으면 좋겠다. 실제 뮤지컬 속에서는 지킬 박사가 이 노래를 부르고 나서, 추하디추한 하이드로 변신하며 실험이 실패했으니까 말이다.

아침 운동을 위한 2주간의 여정

출처: Getty Image
https://www.inc.com/lolly-daskal/how-to-form-a-new-habit-in-5-easy-steps.html

2주 전과 비교했을 때, 오늘의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침에 운동을 하는지이다. 일요일인 오늘 아침에도 6시 알람 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몇가지 루틴을 거쳐 운동을 시작해 스트레칭, 철봉, 데드버그를 했고, 고정자전거를 30분 가량 탔다. 땀방울을 닦아내며 개운함과 뿌듯함을 느꼈다. 지난 2주간 꾸준히 아침 운동을 해온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꾸준한 운동이 가져다주는 변화에 뿌듯해하며, 성실하게 헬스장을 가거나 달리거나 요가를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달동안은 그렇지 못했다. 6시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서 다시 잠들기 일쑤였고, 그러다 늦게 일어나서 허겁지겁 겨우 출근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게다가 회사에서는 늦은 야근이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늘 피곤한 상태였고, 면역력이 떨어져서인지 유치원생 때 겪었던 사마귀가 온 몸에 점점 퍼져나갔다. 피부과에서 받은 약이 힘을 발휘하는듯 했지만, 사마귀의 기세는 멈출줄 몰랐다. 결국 근본적으로 건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방에 고정자전거를 한대 들여놨다. 꾸준히 탈 것이라며 연신 소비를 정당화했지만, 사실 큰 자신은 없었다.

그러던 중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원하는 습관을 만드는 실용적인 방법을 굉장히 잘 설명한 책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미 하고 있는 여러 행동을 연결해 하나의 습관 덩어리로 만드는 방법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당장 적용해볼 수 있는 예시로 아침 운동이 떠올랐다. 아침에 알람 소리를 듣고도 다시 잠을 자거나,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운동 할 시간이 사라졌었다는 점을 떠올리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책에 소개된 방법을 충실히 따랐다. 알람을 끄고나서 다시 침대로 가지 못하도록, 몇가지 행동을 묶었다. 알람 끄기 -> 화장실 가기 -> 부엌에서 냉수 마시기 -> 간단히 선식 만들어 먹기 -> 얼음물로 족욕하기 -> 책상에서 명상하기 -> 5분 얼굴 요가하기 -> 5분 영어 쉐도잉 하기… 이런식으로 몇가지 활동을 이어붙여서 “아침 기상 후 운동 전 루틴”으로 스스로 명명했다. 이정도 활동을 하고나면 침대에 다시 누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특히 뭔가를 먹고 곧바로 침대에 눕지 않으려는 평소 생활 습관이 큰 도움이 되었다. 따라서 6시 40분이 될때까지 계속 깨어있었고, 소화도 어느정도 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없이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6시 알람을 듣고 문제없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드려고 노력했다. 부모님과 여자친구에게 협조를 구했다. 예를들어 나는 6시간보다 적게 자면 그날 하루가 굉장히 힘든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떻게서든 자정 전에 자야만 했고, 여자친구에게 통화를 11시 30분까지만 하자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여자친구는 11시 30분이 되면 잘 시간이라면서 먼저 통화를 끊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이런 생활을 2주동안 계속하다보니 긍정적인 변화가 느껴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체력이 좋아지고, 운동 중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도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다보니, 사용 가능한 시간 자체가 늘어나 좀 더 많은 것을 하면서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행동을 변화시키고, 습관을 만든 것에 대한 뿌듯함과 대견함이 동기를 더욱 더 높여주었다.

2주가 지나다보니 어느정도 습관으로 자리잡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여전히 도전과 유혹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예를들어 해외출장이나 해외여행 등으로 생활 패턴이 달라진다면 어떻게 관리할지, 그리고 무심결에 보기 시작하면 후딱 시간이 지나가는 각종 유튜브 영상들을 어떻게 조절할지 등이 문제이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행동을 변화시켜가며 습관을 만든 것이니만큼 어떻게든 잘 관리해서 꾸준하게 해보려고 한다.

2018년 연말결산

기억에 남는 일 TOP 3

  •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었던 편두통
    • 몇일간 머리가 극심하게 아파서 쓰러져 지냈었다. 여전히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스트레스와 경직된 목 어깨 근육의 합작품으로 추정된다. 가만히 있기만해도 맥박 리듬에 맞춰서 머리가 찌릿찌릿하는데 견딜 수가 없었다. 겨우 나아지고서 삶에 감사하는 태도를 좀 더 갖게 되었다
  • 아버지, 동생과 부대찌개 먹으며 소주 한잔
    • 정신적으로 지쳐있던 여름 어느 날, 어머니의 흔치 않은 저녁일정을 틈타 남자 세명이서 동네 부대찌개집을 갔다. 그러면서 소주 한병 시켜놓고, 자연스레 나온 근황과 요즘 고민 이야기. 특별할 거 없는 대화가 오고갔지만, 그날 이후로 힘을 받아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었다.
  • 회사 생활의 전환점이 된 새로운 업무
    • 전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난관이 많은 업무를 맡게 되면서 회사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역할을 잘 수행하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덕분에 외국어도 많이 사용해야하고, 해외출장도 잦아졌다.

기억에 남는 지름 TOP 3

  • 짜먹는 스포츠 양갱
    • 맛도 좋고 먹기도 편하면서 저렴한 최고의 간식. 그동안 먹던 한살림 양갱, 크라운양갱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대체품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꽤나 만족스럽다.
  • SIY 명상 프로그램
    • 명상을 꾸준히 하던 중, 멀지 않은 상하이에서 2일짜리 프로그램이 열린다고 해 찾아갔었다. 대체로 책의 내용을 따라 수업이 이뤄졌지만, 생생한 경험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 갤럭시S9 휴대폰
    • 잘 사용하던 S7이 갑자기 먹통이 되면서 급하게 강변역 테크노마트에서 조건 봐가며 구입했다. 이거 하면서 휴대폰 유통 생태계를 익히고서는, 몇일 후에 여자친구 폰 바꾸는 것도 도와줬다.

기억에 남는 책 TOP 3

  • 아픔이 길이 되려면
    • 개인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집단이 힘을 합쳐서 해야하는 많은 생각들을 담담하게 알려준다
  • 곤란한 결혼
    • 지극히 일본 지하철에서 읽을법한 외양의 이 책은 유쾌하고 직진한다. 결혼뿐만 아니라 인생에 적용해도 손색없는 아주 좋은 책
  • 서울 선언
    • 모르고 지냈던 서울에 대한 이야기. 서울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말 충격적이다. 조선왕조와 긴밀한 연결에 대한 우려도 공감.

2018년에 읽은 책 (총 92권, 시간순)

  • 한계를 넘어서 (Critical Chain) – 4점
  • 돈 되는 아파트, 돈 안되는 아파트 – 4점
  •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 1점
  • 돈이 없을 수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라 – 3점
  •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 – 3점
  •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 3점
  • 아날로그의 반격 – 4점
  • 인구와 투자의 미래 – 4점
  • 아픔이 길이 되려면 – 5점
  • 인간증발 – 3점
  •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 3점
  • 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 – 3점
  • 원씽 – 3점
  • 나를 보내지마 – 4점
  • 회복탄력성 – 4점
  • 기브앤테이트 – 4점
  •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 4점
  • Traction: How Any Startup Can Achieve Explosive Customer Growth – 4점
  • 서른에는 꼭 만나야할 저축생활 가이드 – 1점
  •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는가 – 4점
  • 똑똑한 부동산 투자 – 4점
  • 한권으로 읽는 아함경 – 3점
  • 좀머씨 이야기 – 2점
  •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 3점
  • 차이나 모델 – 5점
  • 스님의 주례사 – 3점
  • 일하는 당신을 위한 결혼 사용설명서 – 4점
  • 결혼 전 물어야할 한가지 – 4점
  • 곤란한 결혼 – 5점
  • 기쁨에 접속하라 – 3점
  • 노래의 언어 – 3점
  •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 4점
  • 다녀왔습니다 뉴욕 독립서점 – 3점
  • 언제 할 것인가 – 2점
  •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 4점
  • 대담한 작전 – 4점
  • 행복한 결혼을 위한 7원칙 – 4점
  •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 2점
  • K팝 메이커스 – 3점
  • 안소연의 성우 되는 법 – 3점
  • 여자에게 일생에 한번은 냉정해야할 순간이 온다 – 4점
  • 김상욱의 과학공부 – 4점
  • 징비록 – 3점
  •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 3점
  • 이욱정PD의 요리인류키친 – 2점
  •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전략 – 4점
  •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 – 4점
  • 린스타트업 – 4점
  •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4월
  • 한마디면 충분하다 – 4점
  • 가족의 발견 – 4점
  •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5점
  • 서울 선언 – 5점
  •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 4점
  • 15세기 조선의 때이른 절정 – 5점
  •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 4점
  • IMF키즈의 생애 – 3점
  • 출판하는 마음 – 3점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 4점
  •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4점
  • Measure What Matters – 5점
  • 이방인 – 3점
  • 열하일기,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 3점
  • 추사 김정희 – 3점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5점
  • 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 – 4점
  • 강연의 시대 – 3점
  •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 – 4점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3점
  • 부동산 투자 사이클 – 2점
  • Farsighted – 4점
  • 언스크립티드 – 4점
  • 하드씽 – 5점
  • 트렌드 코리아 2019 – 4점
  • 뉴로트라이브 – 4점
  •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 5점
  • 골목의 전쟁 – 4점
  • 2019 트렌드 노트 – 4점
  • The Buddha Pill – 4점
  • 골목길 자본론 – 3점
  • 안녕 주정뱅이 – 4점
  • 이상한 정상가족 – 4점
  •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 – 3점
  • 한국이 싫어서 – 3점
  • 사랑을 지키는 법 – 4점
  • 열두 발자국 – 4점
  • 자기 앞의 생 – 4점
  • 미식대담 – 3점
  •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 4점
  • 초격차 – 3점
  • 디자인의 디자인 – 3점
  •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 4점

2018년에 본 영화

  • 코코: 4점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4점
  • 버닝 – 4점
  • 서치 – 4.5점
  • 완벽한 타인 – 4.5점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 4점

2018년 문화생활

  • 2018년 평창 동계 장애인 올림픽: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 한강 요트
  • 아드만 애니메이션
  • 동아시아 필묵의 힘
  • 창덕궁 후원관람
  • 우주소리

명상 배우러 상하이에 가다 #2

들뜬 강의장

프로그램 안내판을 보고 건물에 들어서니 경비원이 정중하게 안내해준다. 깔끔함과 고요함이 묻어 나오는 기분 좋은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상하이와 항저우에서 명상, 요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회사 것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여기서는 내면검색 프로그램을 유치하는게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강연 시작 전 화면

강의장에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프로그램 담당자가 사전에 초대해준 위챗 채팅방에는 20명 정도 있었던지라 예상보다 많은 숫자에 놀랐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고, 이내 50명 정도 되는 사람들로 강의장이 꽉 찼다. 구성을 보면 서양인 절반과 대부분이 중국인일 동양인 절반 정도였다.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당연하겠지만 상하이에 거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홍콩이나 항저우, 싱가포르 등 근처에서 온 사람도 몇몇 있었다.

프로그램 시작

드디어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2일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해줄 강사는 린다와 피터였다. 내면검색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2인 강사 체제를 유지한다고 한다. 얼굴 가득 인자한 웃음을 띈 – 당연히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 두 사람은 시종일관 유머와 진지함으로 최고의 강의를 제공했다.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린다는 우리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당신이 하는 일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근처에 있는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종이 울리면 역할을 바꾸어 당신이 이야기해보세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점에 대해 처음 보는 사람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사실에 약간은 당황했다. 뒤에서도 기술하겠지만, 내면검색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식으로 짝을 이뤄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제가 굉장히 많다. 과제가 끝나면 항상 느낌과 생각을 공유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 방식의 좋은 점도 알게 되었다.

첫 과제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내면검색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무엇인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본인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강사들의 경험담

린다는 최근까지 비자(VISA) 카드에서 사업개발을 담당하는 바쁜 사람이었다고 한다. 교육 프로그램 차원에서 마음챙김명상을 알게 되었지만, 막상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못했다고 한다. “도대체 내가 시간이 어디 있겠어”라고 생각했지만, 한번 효과를 느끼고 나서는 꾸준히 하게 되었고, 이렇게 강사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SIYLI 사업개발 총괄인 피터는 구글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겪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마음챙김명상을 하며 스스로의 감정 변화를 훨씬 잘 파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좋은 개념이라면 이걸 널리 퍼뜨리는 일을 하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에 SIYLI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처럼 두 강사는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으며, 우리도 그 좋은 걸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론 설명에 들어갔다.

명상 배우러 상하이에 가다 #1

이틀 정도 휴가를 낼거라 이야기하면 사람이틀 정도 휴가를 낼 거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어디 여행 가냐고 의례적으로 물어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명상 배우러 상하이에 간다는 답변에 그들의 눈은 동그래진다.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지난 5월 나는 명상 배우러 상하이에 갔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저자인 차드 멩 탄이 세운 SIYLI에서 운영하는 2일 명상 훈련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 내면검색리더십연구소) 중국인 반, 서양인 반 50명 틈바구니 속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서 배우고 느꼈던 점을 기록하려고 한다.

꾸준한 명상

명상에 관심을 가진건 2014년 즈음이었다. 당시 다니던 회사의 심리상담센터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들었다. 6~7명 남짓 모여 방석 위에 앉아 30분 정도 명상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색했고,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잡념이 떠오른다고 해서 잘못된 명상이 아니라는 강사님의 말이 큰 용기를 주었다. 그 이후에도 가끔씩 혼자서 명상을 했었다.

‘마음챙김명상’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2015년 11월이었다. 이때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구입해 읽었다.(이하 너내검) 함께 구입한 책이 <슬럼프 심리학>,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인걸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였나 보다. <너내검>을 읽으며 꾸준한 명상이 여러 방면으로 큰 도움을 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길게 할 필요 없이 하루 2분만 해도 괜찮다는 말에 부담감이 줄었다. 2분 정도 시간 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힘들었던 그 시절의 기록

이렇듯 일상에 명상을 어느 정도 녹여오다가 올해 초부터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 탓인지 죽고 싶을 정도로 아픈 두통이 찾아왔다. 시체처럼 널브러진 채 일주일이 지나갔고, 신경차단, 마사지, 먹는 약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본 후에야 나았다. 이런 두통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도록 스트레스 관리를 더 잘 해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에 <너내검>을 다시 읽고 더 적극적으로 명상에 몰두했다.

축적된 명상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서히 변하는 게 느껴졌다. 특히 감정과 자극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책 내용에만 의존해서 하다 보니 한계점도 많이 느껴졌다.

SIYLI 훈련 프로그램

그러던 4월 어느 날, SIYLI 홈페이지에서 2일 명상 훈련 프로그램이 5월 중 상하이에서 진행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7천 위안, 한국돈으로 120만 원이라는 비용이 다소 부담되었지만, 한번 가보기로 했다. 중요한 내용을 누군가가 잘 설명해준다면, 앞으로 보다 효과적인 명상 생활이 가능할 거라고 기대했다. 해외송금으로 수수료를 아껴 결제하기 위해 담당자와 수십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처리했다.

프로그램은 금토 이틀 동안 하루 종일 진행 예정이었다. 부리나케 항공편과 숙소를 결제하고, 악명 높은 중국 비자도 신청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5월 10일 목요일 상하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로그램이 초점이었기 때문에 숙소도 프로그램 진행 장소 근처로 잡았다. 처음 가보는 상하이의 분위기를 간단히 즐기며 짧은 관광객 모드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드디어 5월 11일 금요일 아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에 도착했다.

프로그램 안내 팻말

명상, 요가 내용으로 ‘코실리닷컴’을 다시 시작합니다

블로그를 만들어서 글을 써야겠다. 이왕 할 거면 도메인과 호스팅도 결제하고 제대로 해보자.

이렇게 마음먹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호스팅을 결제하고, 워드프레스 테마를 골랐습니다. 그때 가장 큰 고민은 블로그 이름과 도메인이었다.

장고 끝에 “코실리”라는 나만 아는(!) 도메인을 구입하고 휴대폰 앱으로 파비콘도 만들고 설정했다. 코실리닷컴의 장엄한 시작.

글 쓸 때마다 페이스북에 링크를 걸며 지인들이 들어오길 기다렸고, 페이스북 포스팅에 댓글과 좋아요 개수를 민감하게 확인하며 대부분은 좌절, 간혹 기쁨을 맛봤었다.

하지만 나름 불타올랐던 열정도 2년이 지나기 전에 시들어버렸고, 꽤 긴 시간 동안 코실리닷컴을 방치했다.

이제 다시 한번 시작해보려 한다. 명확한 주제 없이 이것저것 글을 올렸던 것과는 다르게 나름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 쓸 예정이다.

특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명상과 요가이다. 작년 말 극심한 스트레스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내게 손을 내밀어준 고마운 존재들이다.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꾸준히 수련하고 있다. 이제 이 좋은 명상과 요가를, 다른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

명상과 요가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내용에 더해, 하루를 알차게 보내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도구들에 대해서도 적을 예정이다. 또한 인상 깊었던 책들에 대해서도.

이제 코실리닷컴 다시 시작한다.

2017년 뒤늦은 독서 기록

메모장에서 지우기 전에 남기려한다. 작년, 2017년 총 59권의 책을 읽었다.

한권 한권 마칠 때마다 간략한 한줄평과 별점을 노트에 기록했었다. 이제와서는 대부분 기억에서 희미해진 이야기이지만.

지금부터는 추가로 블로그에 감상을 남겨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