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팝콘

저녁을 부리나케 먹고 식기세척기를 돌린 다음 집을 나선다. 공원을 산책하러 가는 길.

그 사이에 벚꽃이 꽤 많이 폈다. 달빛에 어렴풋이 비춰보는 벚꽃은 마치 팝콘 같다. 팝콘이 나무 가지 위에 주렁주렁.

갑자기 팝콘이 먹고 싶다. 하지만 11시가 넘었으니, 참고 자야겠다.

정말 잘 될까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나는 사주가 좋아서 잘 될거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원동력이기도 했고, 그래서 여태까지는 꽤나 만족스럽게 지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 사주가 맞는 것일까.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좀 답답해지고 감이 안 잡히기도 한다. 혹은 정말 사주가 맞다면, 내가 그걸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요즘. 분명히 상위권의 삶을 살고 있을텐데 말이다.

거부할 수 있는 심지

본래 위험을 감수하기 꺼려하는 성격이지만, 가끔씩 필 받아서 기꺼이 위험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오늘도 잠재적인 위험이 보이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택하지 않고 흘려보내기로 결심했다. 예전 경험에 비춰보면 좋지 않은 결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보고 확인한 결과가 아니다보니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은 미련이 남는 법.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얼른 생기면 좋겠다.

이런저런 핑계로 들뜬 마음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거 핑계로 약간 집중도 잘 안되는 것 같다. 퇴근 후 계속 폰을 붙잡고 이것저것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좀 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든다.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더 마음이 들떠있을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들이 참 신기하다. 과연 무슨 해법이 있을지 고민되는 요즘. 이렇게 하루가 또 흘러간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친구랑 카톡을 주고 받던 중 갑자기 자기가 해 줄 이야기가 있다고, 이따가 통화하자고 한다. 주고 받던 이야기에 연결된 주변 사람 이야기겠거니 대구롭지 않게 생각했다.

저녁을 먹고 걸려온 친구의 전화. 그 이야기는 내 예상을 훨씬 뛰엄넘는 강력한 것이었다. 횡령, 거짓말, 사기… 내가 알고 있던 주변 사람이 그랬다는 것이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리고 현실이 더 영화 같다. 사람들도 잘 가려서 만나야겠다.

진귀한 광경

대한민국 역사상 다시 나오기 힘들, 그리고 내 인생에서도 다시 경험하기 힘들 그런 광경이 오늘 펼쳐졌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서도, 가슴 깊은 곳에서 기쁨과 자부심이 샘솟는다.

매주 0.02살씩 먹는다

언젠가부터 한주가 지날 때마다 0.02살씩 먹는다고 계산해보기 시작했다. 3월 중순이니까 0.2살 정도 더 먹은 셈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한해에 50번 정도 있는 주말이 정말 소중해진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상투적이기짝이 없는 표현이지만 이거 외에는 또 적당한 표현이 없다. 시간이 가는데 비해서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멈춰서있는 기분이 들 때면 걱정과 불안감이 차오른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겠는가. 앞으로 다가 올 시간을 잘 쓰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생각으로 위안 삼으며 또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어머니의 마음 씀씀이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 부모님은 참 특이하다. 삼대 종교를 모두 거쳐 천주교의 독실한 신자로 정착하셨지만, 사주팔자, 꿈 등을 정말 많이 믿으신다.

오늘 어머니와 통화하는데 내게 좋은 일이 있을거라고 말씀하시기에 여쭤보니, 아버지 꿈도 그렇고 최근 성당에서 좋은 일이 연달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은 일이라. 무슨 일이 생기려나.

그건 어머니한테 좋은 일이 생긴다는거 아니냐 반문했더니, 어머니는 그럴 거리가 없다며 내꺼라고 한다. 행운을 나눠주시는 어머니. 감사할 따름이긴한데 과연 무슨 좋은 일이 있을지 궁금하다.

인상이 무뚝뚝해졌다

거울 속 내 얼굴은 어느순간부터 꽤나 무뚝뚝해졌다. 기본 표정이 좀 차가워보인다. 게다가 나름 미소를 짓겠다고 입꼬리를 올려도 사진으로는 여전히 무뚝뚝해보인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으나 아마도 내 외모에 뭔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달가운 방향의 변화는 아니다. 웃는 얼굴이 사라지고 무뚝뚝해지다니!

웃을 일이 많이 없어져서 그런가. 아무튼 조금 신경 써야겠다. 가능한 좀 웃으면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밀한 말

며칠 사이에 가까운 지인들이 본인의 감추고 싶은 비밀을 이야기해왔다. 정신의학과에서 다루는 질환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얼핏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 어떤 병인지 모르고 있었기에 내용을 좀 찾아보고 마음이 짠해졌다. 주변에서 도와줄 수 있는게 거의 없고, 홀로 의학의 힘을 빌어서 힘겹게 싸워야하는 것들이었다.

나는 그 정도 아픔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들이 힘들다는 사실 자체가 힘들다.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그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