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내게 항상 딱딱하고, 어색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대학교 전공 수업 중에도 법 관련된 수업이 여럿 있었지만, 유독 손이 가지 않았다. 결국 부끄럽게도 대학교 4년 내내 법만큼은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졸업하게 되었다.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한마디 정도는 거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에 대해서만큼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지내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렇게 지나가던 어느 날, 이 책을 주문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둘러보러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는데, 열심히 광고 중이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닌 요즘에 비분강개하고 있던 나였다. 궁금해졌다. 과연 대한민국의 기초가 된다는 헌법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말이다. ‘지금, 다시 헌법’은 태어나서 처음 읽는 법 관련 책의 영예(?)를 꿰찼다.
헌법 구절 하나하나를 적어두고, 다소 무미건조한 해설이 덧붙여져 있는 책에서 감동과 환희를 느꼈다면 거짓말일 거다. 맞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근거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어떤 여정을 지나 거기에 이르렀는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꽤나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작금의 시국이 헌법에서 설명하는 가치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부가적으로는 한 나라의 헌법을 정한 사람도 글쓰기 실력은 형편없을 수 있구나라는 안도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