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쓰는 전상서

부쩍 기력이 딸려 보이는 당신을 보면서 저를 책망하곤 합니다. 나 때문이구나 말이죠.
뾰족한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 주고 외면했던 그때가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상처로 말이죠.
당신의 불안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불안해하는데, 당사자인 저는 얼마나 불안할까요? 겉으로는 괜찮은 척, 아무 일 없는 척 웃고 있지만 속은 참 까맣게 타고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처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는 저를 용서하세요.
당신의 행복을 간절히 빕니다. 제 자신의 행복도 간절히 빕니다.
그리고 용서를 빕니다. 무수히 주었던 상처, 절 용서하소서.

안정을 되찾자

예전 회사에서 참 존경하던 상무님. 입담도 세고 아는 것도 많으신 분이었다. 사람은 불안정성을 회피하지만, 존재 자체가 불안정한게 사람이라던 말씀이 갑자기 떠올랐다.
불안정성에 몸서리치는 요즘. 이게 당연한걸까.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간다

회사에서 좋아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퇴사하고 있다. 또라이 총량의 법칙처럼 어김없이 들어맞는다.
빈자리가 하나 둘 생길 때마다 기분이 싸늘하다. 며칠 뒤 새로운 사람이 꿰찰 자리이지만 말이다.
아 하나는 확실하다. 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라는거.

멀티 태스킹, 머리 깎듯이

여러가지를 한번에 하는 사람들 참 부럽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실제로는 효과가 떨어지는 방식이라지만 부럽다. 난 왜 한번에 하나밖에 하지 못하는 걸까.

요즘도 오직 한가지 주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래 결과도 예측 안 되고 답도 없는 한가지 주제.

하나의 가위질로 머리카락 여러가닥을 우수수 떨어뜨리는 것처럼, 눈 앞에 놓인 과업들을 우수수 치워버리고 싶다

자기 객관화

하고 있는 일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을 본다. 실제 일은 그렇지 않아보이는데도 말이다.
실제로는 아닌지 맞는지 무슨 자격으로 평가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당사자가 선택한 길이니 존중해주자며.
존중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 일이 시궁창 같아서, 혹은 허황된 기대에 빠져 제대로 보지 못해서 생기는 일인 경우가 왕왕 있다.
자기자신을 면밀히 돌아보자. 나를 객관화시켜보자. 오롯이 그 자체로 바라보자.

[책] 불편해도 괜찮아

내 경우는 그렇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해야만 할 때, 책이 가장 그리워진다. 책이 그리워질 때면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주문한다. 금방이라도 전부 읽어버릴 듯한 기세로 말이다.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으며 김두식 교수에 대한 좋은 느낌이 생겼다. 그 좋은 느낌이 “불편해도 괜찮아”를 결제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영화를 사례로 살펴보는 인권 이야기라니, 읽고 나면 교양이 철철 넘치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중 하나를 이야기하는 건 어렵지 않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 시기, 그 환경, 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다. 소설과 비슷한 경험이지만,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진 영화의 경험은 소설의 그것보다 강렬하다. 해볼 수 없던 경험을 짧고 굵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짧고 굵은 새로운 경험이라는 건, 영화가 뿌리를 두고 있는 관점과 세계관을 빠르게 수용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가 편견과 왜곡에 근거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반복적으로 투영된다면 저항할 생각도 못하고 빠지게 된다.

“300”을 인용해 장애인 인권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페르시아인이 흉측한 괴물로 묘사된 점에 대해 계속 불편한 감정이었던 건 기억난다. 하지만 신체 건강하지 않은 아기는 버리는 스파르타인이나 장애인으로 묘사된 스파이에 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었다. 아니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평소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위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왔던 시간들에 한방 펀치를 날렸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인권이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겁하는 것이라고. 간단한 명제이지만 쉽지 않은 명제이기도 하다. 늘 따르고 싶지만, 좌절하는 명제이기도 하고 말이다. 과연 인권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깊은 의문과 불확실성을 남긴 채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예측 불가능성을 높이는 법

예측 불가능성을 높이고 아우라를 만들어서 차별성을 가져라
말이야 쉽다
실행하는 방법은 정말 어렵다
여러가지 모습을 섞어서 보여줘야겠다. 똑바른 모습, 허술한 모습, 단호한 모습, 느슨한 모습 모두

고수의 커리어 조언

동년배 대비 압도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주아주아주 인상적인 관점을 몇가지 소개해주었다.

1.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듯한 커리어를 조립해라
– 사람은 낯선 사람을 두려워한다. 미국이 북한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들었을 때 딱 각이 나오는 커리어는 사람들이 예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불리하다. 불확실성 모호함 미궁으로 커리어를 몰고가라. 그래야 너가 무슨 말을 지껄여도 사람들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 극대화하면 대박을 꿈꿀 수 있지만, 전략적이고 의도적인 모호함이 실패로 돌아가면 죽도 밥도 안되는 위험성이 있다. 어쨋거나 굉장히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2. 쿨해보이는 일과 회사를 찾아라
– 딱 들었을 때 쿨해보이는 일과 회사를 찾아라. 사람들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회사는 대체적으로 창조성이 중요하게 여겨질 것만 같은 회사이다. 실제로 한 일은 별게 아닐지라도 쿨함이 그걸 감춰준다.
-> 디자인 부서에서 일할 때 사람들의 부러움과 동경을 생각해보면 정말 백번 맞는 이야기이다.

3. (커리어의) 이정표는 인생에 한번밖에 없으며, 어느 시기에 찍을건지 고민해야한다.
– 이정표를 지금 찍으려는게 맞는가? 그건 아니다.
-> 우주의 온 기운이 모여서 찍는게 이정표이다. 그게 두번씩이나 찾아올 일은 잘 없다.

4. 회사가 이정표가 되기는 힘들다. 아무리 좋은 회사여도 유통기한이 있다.
–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15년 전 야후에서 근무한 사람의 이력서를 보자. 대단하게 느껴지는가? 회사의 흥망성쇠가 있기에 이정표가 되는 회사는 잘 없다.
-> 노키아, 블랙베리, 모토로라 등 해외 사례가 아니어도, 예전에는 공대가 의대보다 인기가 좋았다는 이야기 등 머리로는 이야기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와닿지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정말 통찰력이 철철 넘치는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결론은?
고민해서 좋은 결정 내리라는거!

따뜻한 주변

주변에 참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다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지난 한주동안 사무치도록 느끼고 있다.
이제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만 남았다. 제발 내가 원하는대로 세상이 움직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