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정상화

특별한 것 무엇하나 하지않더라도 시간이 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요즘에야 깨달았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지만, 이내 다시 침대에 눕고 높이 뜬 해가 커튼 사이로 비집고 흐를 때면 비로소 일어난다.
출근하는 날과 주말에 큰 차이는 없다. 일어나서 서둘러 나갈 곳이 있는지, 아니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의 차이랄까.
삶이 퍽퍽해지고 비정상적으로 흘러간다는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햇살이 끼어들 틈조차도 없다.
이 생활을 언제쯤이면 청산할 수 있을까.

진퇴양난

짱구 굴려가면서 잘 정리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보자 머리가 아파온다.
몸도 안 좋고.
올해 내 사주가 안 좋다며, 힘든 한해가 될 거라 그랬는데 이쯤 되면 믿어야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제3자의 예견

전혀 생각지도 그리고 원치 않는 결말에 대한 예언을 제삼자가 해주었다. 깊이 생각해본 적 없던 이야기였지만,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그 결말에 대해 대비가 하나도 없다는 것. 그리고 대비하기도 힘들다는 것인데…
휴우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은 요즘이다

[책]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진정성(authenticity)의 정확한 실체는 모르지만 ‘진정성 없는 것’이 무엇인지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으며 ‘진정성’이 뭐든간에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

‘나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라는 기치 하에 몇 가지 책을 골랐다. 얼마 전까지 나도 부르짖고, 많은 사람들이 부르짖던 ‘진정성’. 실체가 없고 그럴듯한 껍데기로 둘러싸인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중반 이후 내용들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철학, 정치사회학 개념들이 등장하다 보니 눈이 잘 가지 않았다며 변명해본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줄곧 강조되던 개념, 즉 진정성이라는 게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정의가 쉬워 보이는 미술품의 진정성, 청바지의 정통성, 전통문화의 고유성 또한 이 문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수제 XX’, ‘유기농 XX’, ‘100% 자연의 XX’, ’30년 전통의 XX’ 등 일반적으로 진정성과 연결되는 개념들은 마케팅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사실 다른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설득할 목적이 없다면 진정성 운운할 필요도 많이 사라진다.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에요”라며 당사자가 원치 않는 애정 공세를 퍼붓는 경우도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다. 결국은 ‘나와 만나줘’라는 목적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얼핏 들었을 때 좋게만 들리는 개념이 허울 좋은 개념이라는 걸 알게 해 준 좋은 책이었다. 좀 더 깊이를 갖춘 이해를 위해 나중에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최고수의 품격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패배 후)… 내가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

바둑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고, 이세돌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보고 확신했다. 이 사람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

경기 전에는 세계 최고수에 걸맞은 자신감을 내뿜어주고, 결과는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 멋지다.

뛰어난 지능을 만드는 일

알 파고 이야기로 대한민국이 뒤덮인 오늘 동료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앱 개발자가 아니라, 앱을 만드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문득 7년 전 학교에서 들었던 강의가 생각났다. 하버드대 디자인 전공 교수의 강의였는데, 수치와 패턴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건물을 디자인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손을 들어 물어봤다.

“(이제 컴퓨터 프로그램이 디자인을 한다면)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그 교수가 답했다.

“저런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거죠.”

그렇다. 이제는 뛰어난 지능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뛰어난 지능과 대적할 수 없다.

아저씨의 자격 요건

죄우로 둥글게 퍼진 배는 아저씨의 자격 요건 중 하나이다. 어떤 이는 아저씨이냐 아니냐는 배가 나왔는지에 따라 판단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도 점점 그 자격 요건을 충족시켜가고 있다. 거의 운동을 안해서일까, 옆구리에 잡히는 살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어떤 자격 요건을 충족시킨다는건 긍정적인 일이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진달까. 하지만 아저씨가 되는 것 또한 같은지는 확신이 안 선다.
사실은 나온 배를 집어넣고 싶다. 그럴수만 있다면 천천히 아저씨가 될테니. 세상에 공짜는 찾기 어려운 법이다. 공짜로 아저씨가 되기보다는 아저씨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