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박대

소중한 사람을 만나려 했으나 뜻밖의 문전박대를 당했다. 퇴근 후 할머니를 뵈러 병원으로 향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한층 삼엄해진 문진 절차가 눈에 띄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간호사가 막았다. 당분간은 자식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몇 걸음만 더 가면 할머니인데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간호사가 이 상황을 굉장히 미안해하는 게 느껴졌기에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지난 일요일에 할머니를 뵈러 가지 않은 게 참 후회된다. 이러다가 더 뵙지도 못하고 할머니가 쓸쓸히 떠나실까 너무 속상하다. 부디 할머니 이 시기를 잘 견뎌주세요.

인생은 타이밍, 그리고 불공평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면서 인생은 역시 타이밍, 불공평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공익근무요원인 동생이 퇴근 후 말하길 매주 하루 공가를 받았다고 한다.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으니 대신 집에서 머물 수 있는 공가를 준거다.

순간 육군 현역 군인들은 2주간 휴가 금지라는 기사가 떠올랐다. 현역으로 군 복무하는 것도 짜증 나고 힘든데, 휴가까지 금지라니 아마 폭발 직전일 거다. 그런데 공익근무요원들은 공짜 휴가까지 받은 셈.

역시 인생은 타이밍, 불공평하다.

어머니의 겸손

우리 어머니는 겸손하시다. 특히 나와 관련된 거면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큰 역할은 어머니가 했지만, 가장 큰 공을 나에게 돌리신다.

점심으로 닭칼국수를 요리할 때도 그렇다. 재료 손질이나 요리 모두 어머니와 함께 했다. 하지만 천연덕스럽게 내가 만든 거라고 이야기하신다.

사실 어머니는 겸손을 발휘하신 게 아닐 수도 있다. 아들이 참여한 요리라는 걸 강렬하게 기억하고 알리고 싶은 데서 비롯된 걸 거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어머니는 몇십 년을 가족의 끼니를 챙기셨지만, 가끔씩 요리하는 나만큼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하셨다. 어머니의 요리는 그냥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얼굴 표정이 저절로 굳는다. 고맙다, 맛있다는 말을 왜 그렇게 아꼈을까 하는 아쉬움에서다. 내일부터는 이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동생과 만찬

동생과 둘이 먹어야 했던 저녁. 피자를 나눠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술 한잔 안 마셨지만 술 마신듯한 이야기들. 집에 오래 머무니까 이런 게 참 좋다.

퇴사자의 일성

오래간만에 사무실로 나갔다. 몇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건 퇴사하는 사람과의 점심 식사. 입사한지 몇 달 안된 분인데 다른 팀으로 옮기고서 퇴사한다고 해서 놀랐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해보니 다행히도 뭔가가 싫어서 나가는 건 아니었다. 남은 커리어를 생각해봤을 때 다른 곳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퇴사의 이유라고 했다.

그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회사에서 천년만년 다니지도, 다닐 수도 없을 것 같은데… 여전히 좋은 면도 있지만, 안 좋은 면도 늘어만 가고 있는데… 다음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답이 잘 안 보인다.

후한 사람

점수를 박하게 주는 사람과 후하게 주는 사람 중 나는 후자에 속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 본 영화의 70%가량에 5점 만점 중 4점 이상을 주었다.
2.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85점은 되는 것 같다.
3. 우리 집이 도는 수저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도금처럼 은을 칠한) 재산이나 이런 게 많다는 게 아니라, 정신적 유산에 기초한 평가이다. 우리 부모님은 너무 후한 점수라고 생각하신다.
4. 살아온 환경에 대해 특별히 불만이 없다. 정말 운 좋게도 좋은 환경이어서 일 수도 있지만, 힘들었던 일화도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5. 기본적으로 사람의 밝은 면을 믿으며,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또 뭐가 있을까.